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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2012(2009) - 요란하고 거북한 지구종말

by 사과랑 2009. 11. 16.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주연: 존 쿠삭(잭슨 커티스), 아만다 피트(케이트), 치웨텔 에지오프(애드리안), 탠디 뉴튼(로라 윌슨), 올리버 플랫(칼)

 

 마야인들이 예언한 2012년. 지구 종말을 앞둔 2009년 인도에서 지각의 변화를 알게 된 '애드리안'은 바로 '칼'에게 알리고, 한편 삼류 SF소설가인 '잭슨'은 이혼한 아내에게서 잠시동안 아이들과 함께 여행할 준비를 한다. 물론 지각 아빠이지만.

 정부는 각 세계 정부들과 함께 암암리에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2012년을 대비하기 시작한다.



의외로 괜찮은 배우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 영화를 보게 만드는 또 다른 원동력이죠.


 '롤랜드 에머리히'의 신작 영화가 나왔습니다. 바로 <2012>입니다. 마야인들의 달력에 2012년까지만 기록 되어 있어서 이 날 지구 종말이 온다고 한다는데, 그에 따른 설(說)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에머리히'가 그런 날을 그냥 두고 보진 않겠죠.

 애초에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백악관을 항공모함으로 날려버린다는 컨셉을 듣고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어쨌든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굳이 만들 필요는 있었을까 합니다. 뭐 가끔 이런 재난 블럭버스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만들어주시니 감사한 일이겠지만요.

 

 영화는 두 인물을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갑니다. 한명은 지질학자인 '애드리안'이고, 다른 한 명은 이혼당한 삼류 소설가 '잭슨'입니다. 두 명의 이야기를 주 축으로 하고 간다고 하지만 일단 재앙을 많이 받게 되는 '잭슨'쪽이 비중은 큽니다. 왜냐하면 재앙을 받는 이와 설교하는 이 중에서 관객들은 누굴 보려고 할까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잭슨'이지요.

 

 하지만 '애드리안'이 그리 비중이 없는 인물은 아닙니다. 적어도 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선량한 과학자라 지금까지 이런 영화에서 나왔던 과학자와는 달리 인간애에 호소를 하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지질학자라 그런지 몰라도 상당히 변이된 과학자입니다.

 '잭슨'의 경우는...그냥 말을 안하는게 좋을 것 같네요. 캐릭터는 삼류 SF소설가인데, 왜 소설가인지 이유도 알 수 없는 인물이니 말이죠. 오히려 카레이서였다면 납득이 충분할텐데 말이죠.



간만에 만나는 '존 쿠삭', 그리고 '대니 글로버'
여기에 라디오 방송을 하는 '우디 해럴슨'까지
그 외에도 '지미 미스트리'
아주 잠깐이지만 <다크나이트>에도 나왔던 '친 한'도 있습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마지막 재앙에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관건이고, 결론은 인간은 인간다워야 한다이며, 소주제는 가족애와 인간애입니다. 여기에 보너스로 지금껏 '애머리히'가 보여주었던 모든 파괴본능을 다 보여주죠.

 

 하지만 서스펜서로서는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늘어져서 긴장감은 없고, 지금까지 많은 건물들이 파괴되는 것을 보아온 우리에게 있어서 그다지 새롭지도 않네요. 감정 전달은 그나마 가족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서 약간 뭉클한 점이 있긴 하지만, '잭슨'네는 전혀 감정이입이 안됩니다.

 

 일단 그 가족이 처한 상황이나 마지막에 이르러서 합쳐지는 전개과정이 미국식 가정이라 그런지 전혀 이입이 안됩니다. 게다가 긴장감이 높은 편도 아니어서 다소 아쉽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외적으로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애머리히'가 가져온 지각 이동론인데요. 실제로 '해프굿'의 이론이기도 하지요. 문제는 이게 태양에서 나오는 미입자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한데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이론을 들이대는데, 명확한 설명도 없네요.



지금까지 봤던 모든 재앙을 담은
재앙 종합선물 세트 영화입니다.
이거보면 다른 건 굳이 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신기한건 상당히 돈에 민감해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지구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미 대통령은 모든 정상들이 참석한 자리도 아닌 G8(Group of Eight)이라는 8개국 회담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마지막 인류에 대 공헌을 하는 중국도 안 끼어 있는 회담이죠. 당연히 우리나라도 없고요. 애시당초 이 영화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는 없습니다.

 G8이라는 경제회담과 돈으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려는 이들을 보여줍니다. 누군가가 이야기하죠. 돈없는 서민은 살아남지도 못한다고. 이 영화를 보면 정말 돈 없으면 살아남지도 못할 듯합니다. 여기에 '애드리안'이 일침을 가하기는 하는데요. 심지어 초반부터 '잭슨'과 '고든'을 비교하기도 합니다. 차로 말이죠. 결말까지 보면 돈없는 약자의 편에 서있는 것처럼 보이는 '애머리히' 감독입니다.



미국과 한국과의 가족은 상당히 다른 이해관계가 있나봅니다.
어쩌면 또 다른 미국 중산층가족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이해가능 할 듯하면서도 다소 이해가 안되는 '잭슨' 가족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일본 연안을 확인하던 '애드리안'입니다. 제가 잘 못 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애드리안'이 본 영상의 일본연안이 동해인 것 같던데요.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맞다면 상당히 기분이 나빠지겠네요.

 일본 못지 않게 한국내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많이 봐주는데, 그걸 모르는 건지.

 

 어쨌든 영화는 요란하고 거북하게 지구종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