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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코끼리(2009)-과유불급

by 사과랑 2009. 11. 11.
펜트하우스코끼리(2009)-과유불급



감독: 정승구

주연: 장혁(현우), 조동혁(민석), 이상우(진혁), 이민정(수연)

 

 아는 분들의 추천아닌 추천을 받아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 故'장자연'씨의 출연과 그와 유사한 사건으로 주목을 받은 영화였죠. 2시간 35분이라는 어마어마한 러닝타임이 다소 압박을 주는 영화인데요. 내용도 의외로 간단하지마는 않습니다.

 

 '현우'에게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진혁'이 같은 친구의 '민석'의 아내인 '수연'과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한편 '현우'는 옛애인을 잊지 못하고, '민석'은 자신에게 협박을 하는 인물 때문에 과거의 여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다닌다. 하지만 이 네 명이 '민석'의 출국으로 인해 한 자리에 모이게 되고,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휩쌓이게 된다.


Searching for the Elephant
영어제목입니다.
코끼리라는 의미에 좀 더 중점을 둔 제목인데,
영화를 보기엔 이 제목이 더 좋을 듯...

 '정승구'라는 감독은 필모를 찾아보니 이 영화가 첫 장편 영화이네요. 하지만 <추격자>라는 대박영화에 제작자로 참여했고, <크로싱>이라는 영화에도 제작에 참여한 경력을 지닌 감독 및 제작자입니다. 애초에 이 영화를 만들 때 소설가 '김영하'가 홍보와 제목 작명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앞에서 말했 듯 '장자연'씨와 의도치 않게 얽힌 영화입니다. 홍보도 '장자연'과 섹스에 관한 홍보를 했고요. 하지만 이 영화가 그 두 가지 홍보로 압축시키긴 문제가 많은 영화입니다.

 

 물론 섹스장면이나 노출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애초에 말하고 싶었던 것은 세 남자의 성적욕망이 아니라 '장혁'이 연기하는 '현우'라는 인물의 성장(?)영화입니다. 성장이라는 단어가 다소 무리가 있긴하지만 일단 궁극적으로 성과 불륜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우'의 친구들인 '민석'과 '진혁'은 단지 '현우'를 빌어 관객에게 갈등과 웃음을 주는 것을 제외하면 그다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진 못합니다. 한마디로 '현우'의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죠.


<펜트하우스 코끼리>라는 제목은
뭔가 색다르고 독특한 제목을 짓고 싶어 만들어진
제목이라고 하네요.
나름 의미는 부여할 수 있겠지만요.

 '현우'의 정신세계는 옛애인에 대한 그리움과 어렸을 적 동물원에 가서 만난 코끼리에 집중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현우'가 과거에 집착하는 인물이라는 뜻이죠. 기억이라는 장치와 상상과 망상까지 겹쳐져 화려한 영상이 펼쳐지지만 관객에게 정작 돌아오는 건 "이게 뭐야~"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현우'가 기억의 조각 속에서, 망상과 현실 사이에서 가져오기 이전에 관객에게 그 어떤 전달사항도 없이 무작정 내뱉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전체적으로 뜬금없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 서사의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문제는 간단한 구조를 이것 저것 넣고 버무리는 바람에 혼잡하다는 것입니다.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간다는데, 이 영화가 딱 그런 영화입니다. 간결하게 정리해서 관객에게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 전달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물론 관객과의 소통을 처음부터 외면하는 영화도 있습니다. '데이빗 핀처'감독의 <이레이저 헤드>같은 경우는 일방적인 소통인 영화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것도 아닌지라 굳이 이렇게 해야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상적으로는 상당히 감각적으로 활용을 하긴 하지만 이 모든 영상기법들은 이미 이전에 다른 작품에서 쓴 기법들입니다. 심지어 간만에 스텝프린팅도 볼 수 있긴 했지만, 새로움은 없고 답습만 남아있어 실망적이었습니다. 그나마 equivalence는 잘 표현을 했더군요.

 

 작가주의를 표방했더라면 영상도 신선했어야 했고, 관객과의 소통을 완전히 끊어버리든지, 소통을 하게끔해야 하는데, 이런 것도 실패했습니다. 게다가 쓸데없는 영상은 지나치게 많고, 러닝타임은 잘 이끌지도 못하면서 길기만 합니다.

 

 게다가 굳이 성장영화라고 한다는게 어폐는 있지만 그렇다고 보더라도, 이미 다 자란 사람의 성장이니 보고 싶은 마음도 안생기구요. 갈등해소나 과거에서 벗어나게 되는 경우도 이해가 안될 정도로 간단하거나 단순합니다.

 감독에게 있어서 이 영화는 과유불급의 폐단을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