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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k-movie review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4. 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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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도(소지섭 분)는 살인청부회사의 회사원으로 열심히 근무한다. 그러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 아르바이트생 훈(김동준 분)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는데 망설인다. 이후 지형도는 훈의 가족을 만나게 되고, 훈의 엄마(이미연 분)에게 사랑을 느낀다. 사람을 죽이지 않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지형도. 회사는 그의 변화를 눈치채고 지형도와 훈의 가족 모두를 제거하려 한다. 지형도는 훈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회사와 전면전을 시작한다.


원빈이 주연한 <아저씨>는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많은 즐거움도 주었지만, 동시에 좌절도 안겨주었다. 절대 평범하지 않은 외모를 소유한 원빈이 무려 '아저씨'로 나옴으로써 평범한 아저씨의 이미지는 송두리째 사라져버렸다. 원빈에 이어 소지섭도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좌절을 안겨주고자 작정을 한 걸까? 소지섭과 <회사원>이라니. 


<회사원>은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소지섭과 회사원이란 요소를 연결한다. 그러면서 살인청부회사라는 독특한 설정을 과감하게 시도한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서 삶의 계기를 얻게 되므로 죽음을 벗어나려는 남자라는 진부한 설정도 덧붙인다.


죽음을 가까이하는 어두운 남자가 어떤 사람을 만나면서 잃어버린 순수성을 회복한다는 이야기로 대표적인 영화는 <레옹>이다. 우리나라에선 근래에 <아저씨>가 이와 유사한 정서를 가졌었고, 이후 <푸른 소금>과 <통증> 등에서도 나타났다.


<아저씨>의 흥행이 <회사원>의 탄생에 큰 영향을 준 것임을 부인할 수 없기에, <회사원>에도 이런 정서가 당연히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회사원>은 순수성의 회복에 서툴다. 왜 지형도가 목숨을 걸면서 훈의 가족을 지켜야 하는가를 매끄럽게 표현하지 못한다. 영화에서 나름대로 제시한 이유도 전혀 새롭지 않다.



반면에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자의 고단한 정서를 샐러리맨의 일상으로 시치미 뚝 떼고 받아들이는 접근은 색다르다. 살인청부회사의 직원들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회의를 해야 하고, 결제도 받아야 한다. 이후엔 보고서도 올려야 한다. 영화는 스스럼없이 살인청부회사에서 근무하는 회사원의 일상을 일반적인 직장을 다니는 자의 일상으로 치환한다. 이것의 묘사는 꽤 그럴싸하다.


<회사원>은 <아저씨>보다는 <우아한 세계>와 맥이 닿고 있다. <우아한 세계>는 바깥에선 열심히 조직 관리도 해야 하는 조직폭력배의 중간보스이지만 안에서는 아빠와 남편으로 해야 할 역할도 무시할 수 없었던 남자의 삶을 희극적으로 묘사했던 영화다. <우아한 세계>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특별한 직업과 평범한 일상을 묘하게 동일화시켰기 때문이다. <회사원>에 나타난 동일화도 이와 비슷하다.


동일화는 비슷하나 <우아한 세계>와 <회사원>가 찍은 방점은 다르다.<우아한 세계>는 평범한 일상을 담담하게 묘사하는 데 노력한다. 반면에 <회사원>은 특별한 직업을 주저없이 강조한다. 강조를 위해서 무협의 상상력과 무협 영화의 서사 구조를 적극 인용한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는 홍콩 무협물과 홍콩 느와르에 빚지고 있다. 홍콩 영화의 구성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17층 건물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액션 활극은 홍콩 영화에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느껴진다.


<회사원>엔 충동적인 호기도 보이고, 덜컹거리는 파열음도 들린다. 그러나 소지섭이 존재하기에 영화는 탈선하지 않는다. <영화는 영화다>와 <오직 그대만>을 통해 독특한 감성을 보여주었던 소지섭. 그는 원빈, 이병헌 등과 더불어 얼굴과 몸 자체가 장르가 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배우 중의 한 명이다. 소지섭은 스스로 능력으로 영화의 충돌을 봉합시킨다.


우리 시대의 직장인이 겪는 상실을 무협과 갱스터로 기이하게 재현한 영화 <회사원>. 임상윤 감독은 독특한 소재에다 장르를 이상하게 혼합했다. 비록 <회사원>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영화는 아닐지언정 일부에겐 매우 사랑받을 영화라 생각한다. 그것이 소지섭을 향한 사랑이든, 무협에 본령을 둔 액션이든 간에 말이다. 여러 의미에서 컬트영화가 한 편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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