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점쟁이들>

k-movie review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4. 4. 15:13

본문


<점쟁이들>은 귀신들린 마을 '울진리'에 대한민국 최고의 점쟁이들이 모이게 되고, 그들이 마을의 비밀과 숨겨진 저주를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퇴마'는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일반적으로 다루어졌지만 우리에겐 낯선 소재에 속한다. 그러나 <점쟁이들>은 소재만 낯설 뿐이지 그 속의 알맹이는 오롯이 신정원 감독다운 인장이 담겨 있다.


신정원 감독이 만든 <시실리 2km>, <차우>, <점쟁이들>에서 공통점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공간은 도시에서 떨어진 외딴 시골로 규정되고, 공간에 도착한 인물들은 마을 사람들의 배타적 분위기 속에서 사건을 조사한다. 사건의 진실은 공동체만의 비밀과 연결된다. 이후는 모두가 얽힌 카니발로 발전하는 식이다.


<시실리 2km>와 <차우>까지는 형태에선 공통점이 보일지라도 내용물은 범주화하기 어렵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상황을 어수선하게 만들어지고, 인물은 자유롭게 활용된다. 이야기와 상관없는 곁가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삽입하면서 엇박자의 리듬을 생성한다. 산만하고, 정신없지만 카니발의 유희는 즐겁다.


<점쟁이들>에서도 이런 부분들은 살아있다. 그러나 장면의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리듬 역시 읽히기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관습화된 느낌도 든다. 제목까지 슬쩍 건드리자면 예전 영화들은 제목으로는 어떠한 짐작도 불가능했었는데 <점쟁이들>은 쉽사리 가능해졌다는 생각마저 든다.  


반면에 신정원의 반골 기질이 여전하다는 사실은 반갑다. 그는 무의미하게 대량 양산됨으로써 스스로 몰락하던 조폭 코미디 장르에다 <시실리 2km>로 이전과는 다른 변주를 가했다. 다음 작품 <차우>에선 정치적인 <괴물>과 헐리우드를 추종한 <디 워>와는 다른, 의도적인 B급으로 자신의 정서를 드러냈다.


<점쟁이들>은 슈퍼 히어로 장르에 대한 신정원식 언급이다. 앞서 등장했던 <초능력자>와 <전우치> 같은 한국형 슈퍼 히어로 영화들의 계보에 속하길 원치 않는다. 한국영화에서도 <맨데이트:신이 주신 임무>같은 엉망진창이 아닌, B급 정서로 재미있게 만든 슈퍼 히어로 영화도 공존해야한다고 말한다.


<점쟁이들>은 <외계에서 온 우뢰매>와는 구별되어지는, 성인들이 보는 대중적인 슈퍼 히어로 영화의 출발점인 <퇴마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곤 장르의 출발 지점에서 전혀 다른 스타일로 '퇴마'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로써 씻김굿을 시도한다. 한국형 슈퍼 히어로로 구분되는 (B급 정서의 영화) <흡혈형사 나도열>의 주인공이었던 김수로가 중심에 선 사실은 흥미로운 우연이다.


한국 영화에서 감독의 이름에 힘이 실리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특히 근래에 흥행한 한국 영화들은 감독보다는 장르와 소재가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감독의 특정한 스타일 보단 대중적인 장르의 형성이 일반화되는 흐름이다.


분명 '신정원'은 이러한 경향을 거부하는 독립적인 브랜드다. <시실리 2km>와 <차우>는 절대 다수는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숫자가 지지하는 영화다. 이제부터는 신정원의 지지자들이 얼마만큼 그를 도와주느냐의 싸움이다. 지지가 강할수록 예정되어진 차기작 <더 독>과 그 다음을 기대할 수 있다.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선 지지자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