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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불공정한 시대를 겨눈 분노

k-movie review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2. 3.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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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현재 <부러진 화살>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실제 사건을 온전히 담아냈는가, 라는 실체적인 진실 여부에 화살이 겨냥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실제 사건이 제대로 반영되었는가?"라는 논쟁에 관심이 없다. 사건의 진실을 원한다면 이미 몇 년 전에 방송되었던 TV시사 프로그램을 다시 본다든가, 당시 신문 기사를 찾아서 읽어보던가, 더 확실하게 접근하고 싶다면 재판기록을 열람하면 된다.

 <부러진 화살>은 시대의 공기를 담은 영화다. 하나의 사건을 역사적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시대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공기를 담아냄으로 현재 사람들에겐 환기를 시키고자 하고, 후세에도 이런 공기가 존재했음을 알려주려는 것이 <부러진 화살>의 목적이다.

 영화가 담아내려고 했던 시대의 공기는 불공정에 대한 '분노'다. 많은 이들이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재판들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낀다. 법이 모든 이에게 공평한 잣대를 대는 것이 아니라, 일부에게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2012년의 한국 사회가 느끼는 '공분'이 존재한다.

 영화에서 석궁 사건은 하나의 배경을 형성하기 위한 무대 이상의 의미가 없다. 우리가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은 사건이 아니라 인물이다. 피고가 법의 원칙에 관해 이야기하자 당황스러워하는 이태우 판사(이경영), 피고가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킨다며 짜증 섞인 표정을 짓는 신노열 판사(문성근), 법을 외치지만 공허하게 법정에 메아리치는 사실에 답답해하는 피고 김경호 교수(안성기), 거대한 법정 게임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박준 변호사(박원상). 이런 인물들은 지금 대한민국 법정의 다양한 형상을 대변한다. 정지영 감독은 석궁 사건을 통해 그런 형상의 표정을 재현해냈고, 영화의 진행에 따른 인물의 표정 변화를 세심하게 포착했다.

 <부당거래>, <도가니>, <부러진 화살>로 이어지는 일련의 영화에는 우리 시대를 읽고자 하는 노력이 담겨있다. 이 영화들은 시대를 기록하고 있다. <부당거래>,<도가니>,<부러진 화살>로 이어지는 대중의 주목은 현재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대중의 분노가 발현된 현상이다. 이런 분노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졌을까?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석궁사건의 사실을 왜곡 했다는 주장 만을 하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다. 그들은 영화를 왜 보는 것일까? 그런 분들을 위해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올리버 스톤 감독의 <J.F.K>를 위대한 영화로 추천하면서 쓴 리뷰의 마지막 문단을 옮긴다. 

 "<J.F.K>는 우리의 정서를 기록한 영화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중략)...<J.F.K>는 우리의 불쾌함과 망상, 우리의 불만을 반영한 눈부신 영화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J.F.K>는 '정서적' 진실을 온전히 담아낸 영화다". -<위대한 영화> 1권 중에서-

*2012년 1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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