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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합니다(2010) - 배우들의 힘

k-movie review

by 사과랑 2011. 3. 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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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추창민

주연: 이순재(김만석), 윤소정(송이뿐), 송재호(장군봉), 김수미(조순이)

 

 새벽마다 칼같이 시간을 맞추어 우유배달을 하는 '만석'. 폐지를 주워 근근이 생활하는 이름없는 '송'. 아내가 치매에 걸렸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내를 극진히 챙기는 '군봉'과 그의 아내 '순이'. 이 네명은 한 동네에 살면서 우연찮게 만나 서로를 알게되고, 사랑을 키워나가며, 사랑을 지켜나간다.

 

 노년의 사랑

 

 '파블로 피카소'는 사랑을 '삶의 최대 청량제이자, 강장제이다'라고 했습니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주인공들은 제각기 사랑을 중심으로 이어져있는 인물들이지요. 그 중에서 특히 '만석'은 주말에도 일찍일어나 무료하게 TV를 시청하는데, 그에게서 '송'은 다시 한 번 삶의 기쁨을 누리게 합니다. '만석'말고도 '송'도 그렇고, '군봉'역시 그가 맞이하는 결단은 홀로 살아야한다는 즉 사랑없이 살아야한다는 것에 좌절하기에 내린 결단이죠.

 

 노년이라해도 그들도 사람이고, 사랑을 합니다. 사랑이라는 가장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단어를 가장 힘들게 말하는 '만석'. 비록 치매에 걸렸어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내 '순이'를 사랑하는 '군봉'은 각자의 표현과 방식이 틀릴 뿐. 결국은 같은 말을 하고 있지요. 특히 '군봉'의 경우 자식들에 대한 무한애정 또한 사랑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고요. 그들은 짧은 시간, 혹은 긴 시간동안 그들만의 표현으로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감독 '추창민'은 <사랑을 놓치다>에서 각 개인의 각기 다른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사랑을 눈 앞에 두고도 벙어리 냉가슴처럼 혼자 삭이는 사랑, 뒤늦게 깨닫는 사랑, 말 못할 사랑 등... 이번 영화에서도 감독은 각기 다른 연유에서의 다른 방식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그에게서 '강풀'의 만화 원작은 상당히 호감이 가고 만들만 했을지도 모르는일이지요.

 





강풀 원작만화

 

 소설이나 만화를 영화화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잘만들면 반이고, 못만들면 대 실패죠. 그나마 원작을 능가하는 작품이 있기도 하지만 극히 드물죠. 왜냐하면 소설의 경우 상상으로 이미지를 독자들이 만들기에 그 이미지를 깨는 것이 영화이고, 만화는 방대한 분량을 제한된 시간 안에 넣는것도 힘든 일이니깐요.

 그 중에서 '강풀'의 만화는 지금까지 <바보>, <아파트>, <순정만화> 이렇게 3편이 영화화 되었지만 제대로된 성공을 거둔 적은 없습니다. 방대한 분량도 문제지만, 일단 '강풀'이 구축해둔 만화의 연출과 감동을 스크린으로 그대로 옮기기엔 힘드니깐요. 솔직히 '강풀'말고도 다른 만화라는 작품 자체가 힘든 일이죠.

 

 이번 영화에서는 감독은 굵직한 인물과 에피소드만 들고 옵니다. 그 나름대로의 각색을 해서 짜깁기하죠. 아무리 욕심나는 에피소드라고 해도 과감히 없애고 살을 붙여 하나의 틀을 만들어냈습니다. 원작만화의 정서를 가져오되 최대한 자신의 맛에 맡게끔 만들었죠. 그래서 영화는 지금까지 나온 '강풀'원작의 영화보다는 훨씬 맛깔나게 만들어졌습니다. 다소 이야기의 흐름이 완만하진 못하지만, 적어도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말하니깐요.

 

 감독은 원작만화를 본 사람들도, 보지 않은 사람들도 보길 원했다는 듯이 이야기는 간략하고 쉽게하되,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도록 필요부분만 이야기합니다. 중간자적 입장을 취한 영화인 셈이지요.

 







 단점을 상쇄시키는 배우의 힘

 

 그래도 이 영화를 최고라고 평할 순 없습니다. 이 영화는 순전히 감독의 힘으로 만들어낸 감동 영화가 아니라, 배우의 힘으로 만들어낸 감동 영화이니깐요. '이순재'를 필두로 '송재호', 윤소정', '김수미'까지 그들은 이 영화의 캐릭터들을 완벽하게 이끌어내는 명품배우들이죠.

 감독은 각색과 정서에만 몰입했는지,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야기가 완만하지 못할 뿐더러, 긴 시간을 여운에 맡기고 있습니다. 눈물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이겠지만 이 장치가 너무 남발하는 셈인거죠.

 

 덕분에 다소 느슨해지는 연출을 명배우들이 완벽하게 메워줍니다. 특히 '김수미'의 경우 치매노인으로서 원작보다 더 미워할 수 없는 '순이'를 만들어내고요. '이순재'는 단순함으로 강력하게 어필하죠. 물론 이러한 이들의 연기가 원작의 깊은 감정까지 살리진 못합니다. 하지만 원작의 캐릭터 못지 않은 인물로 재탄생시킨 이들은 가히 놀라움 이상이죠.

 

 특히 '이순재'의 눈물연기나 '윤소정'의 새색시처럼 여린 모습, '김수미'의 치매연기 등은 가히 명품이라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오달수'와 '이문식', '송지효'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주조연이 모여 아기자기 힘을 발휘하는 영화입니다. 배우가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게 어떤건지 잘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끝으로...

 

 최근들어 노년의 사랑을 다룬 영화는 극히 드뭅니다. 특히 국내에선 더욱 그렇죠. 바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죽어도 좋아>말고는 없죠. 그런점에도 볼때 이 영화는 원작만화를 영화화했다는 점 말고도 충분히 가치있는 셈입니다.

 영화는 어느 나라이든지 연령과 장르가 다양해야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유기 리턴즈>도 좋아하고, '심형래'의 영화도 좋아하며, 공포영화도 즐겨봅니다. 일본처럼 B급말고도 C급 A급 등 다양했으면 하기도 하고요. 그런점에서 이 영화는 감동은 둘째치고 개인적으로 정말 가치있는 영화라 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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