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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vie review

<해결사>한바탕 신나게 놀아보는 마당놀이 같은 영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9. 8.



권혁재, 류승완과 정두홍, 그리고 (주)외유내강

 <해결사>는 설경구나 이정진, 또는 액션 영화로만 읽기는 조금 심심하다. 이보단 <해결사>를 만든 감독 권혁재와 <해결사>를 만든 제작사 (주)외유내강에 눈길이 간다. 시선을 '권혁재'와 '외유내강'에 집중하고 거슬러 가보면, 2000년대 한국 액션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인물들인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 그들의 본산인 (주)외유내강에 이르게 된다.  

 이들을 묶어서 영화를 바라보면 <해결사> 속에 2000년대 류승완 사단이 만든 액션 영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있다. <해결사>의 각본은 류승완, 권혁재, 김정민 공동각본이고(김정민은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와 <짝패>를 작업했다), 감독 권혁재는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짝패>의 조감독 출신. 무술은 당연히 정두홍이 담당했다. 다시 말하면 <해결사>는 2000년대 들어 활발하게 액션 장르를 탐구했던 류승완과 정두홍이(과거) 요즘은 조금은 정체된 느낌을 주었는데(현재), 새롭게 수혈한 젊은 피 권혁재를 통해 모색한 류승완 사단의 액션 영화의 가능성(미래)이다.


액션이 아닌, 캐릭터의 재구성을 통해 채운 이야기의 정밀도

 류승완 사단의 미래를 담기 위한 새로운 노력 탓인지, <짝패>스타일을 기대했던 <해결사>는 '강력한 액션과 단순한 스토리'와는 사뭇 다른 색채를 띄고 있다. 영화 전체를 채울 것이라 생각했던 액션의 밀도는 낮은 수준이다. 과잉스럽게 채우기 보단 적당한 정도의 양념 정도로 사용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 점에서는 액션을 기대했던 분에게는 실망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해결사>의 재미는 액션의 농도가 아닌, 이야기의 채도가 높다는 점이다. 자신을 노리는 함정에 빠진 해결사 강태식(설경구)에게 범인이 던진 미션은 '오늘 밤 안으로 사람 하나만 잡아오는 것'. 영화는 강태식과 범인만을 활용하는 단순화된 진행을 하지 않는다. 사건을 복잡하게 진행하고, 주변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살인사건 만이 아닌 그 배경이 되는 정치 커넥션을 집어넣어 구성한 스토리는 무게감이 있으며 앞뒤 구성이 잘 맞는다. 템포는 흡사 <범죄의 재구성>을 연상케할 정도로 빠르고 편집은 현란하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복잡하게 꼬아놓은 스토리 속 인물들의 성격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인물들. 설경구는 <공공의 적>의 느낌이 나고, 이정진에겐 <말죽거리 잔혹사>가 연상되며, 송재호에겐 <그때 그 사람들>이 떠오른다. 송새벽은 <방자전>의 재판이며, 이성민은 <고고70>의 변형이다. 심지어 김향기마저 <웨딩드레스>의 느낌이 든다.

 이것이 기존 이미지의 차용에만 머물렀다면 비판이 가해져야 한다. 하지만 <해결사>는 '캐릭터의 재구성'이라도 시도하 듯 인물들을 스토리의 각 지점에 효과적으로 배치시키며 이야기의 살을 만들어 가고, 인물들과 이야기를 한 단계 더 흥미롭게 만들어 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토리의 정밀도는 꽤 높은 수준이다.

 또 정치 스릴러에 가까울 정도로 정치커넥션을 정면으로 다루는 영화의 소재는 장르를 액션으로 국한시키기엔 소재의 폭이 너무 넓다. 이야기가 복잡하고 템포가 빠르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의 포인트를 잃을 정도다. 

 물론 부분적인 이야기의 아쉬움도 있다. 예를 들면 교통사고 사건을 통해 이야기를 구성한 부분은 영화에서 캐릭터를 그냥 소모시키며, 정교함을 잃어버린 지점이다. 그러나 스토리의 장점이 단점을 충분히 덮어주기에 큰 거슬림 없이 몰입이 된다.


성공적인 류승완 사단의 1기 졸업 작품 <해결사>

 <해결사>는 분명 몸을 기대한 영화에서 머리를 본 느낌이기에 다른 지점에서 만족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 강한 선을 강조하는 액션 영화를 기대했던 분에게 <해결사>는 실망을 줄 수 있고, 근래 개봉한 <아저씨>에 대한 대중들의 액션 만족도가 높기에 더욱 비교된다. 

 누구보다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인 권혁재 감독과 그를 도운 류승완과 정두홍. 이들이 액션 보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보았던 것의 의미는 액션에 매몰되는 것이 아닌, 이야기의 정교함에 속에 묻어나는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그들이 액션 키드의 정신을 그대로 버렸다고 오해하지는 말라. 이들의 액션을 향한 도전 정신은 건재하다. 특히나 마지막 카체이스 장면에서 보여준 퀄리티는 한국 액션 영화의 놀라운 성과로(헐리우드와 비교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무리다) 평가하고 싶다.

 류승완 사단의 1기 졸업생 권혁재가 만든 성공적인 졸업작품 <해결사>.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류승완과 액션 키드들이 만든 <해결사>의 마지막 장면에서 강력계 반장(오달수)이 두 남자의 혈투를 지켜보고 툭 던지는 대사 "새끼, 아름답네" 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아름다운 액션의 일합을 지켜본 쌈마이스러운 감상 "새끼, 아름답네". 이것이 류승완 류 영화의 기본 정신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 류승완과 그의 사단이 열어갈 한국의 아름다운 쌈마이 액션 영화의 미래가 기대된다. 그리고 꾸준히 하나의 장르를 파고드는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

*2010년9월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