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movie review

<김종욱 찾기>뮤지컬과 영화, 갈림길의 선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2. 4.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는 충실하다

 '첫 사랑 찾기 사무소'를 창업한 남자가 첫 사랑을 잊지 못하는 여자의 첫 사랑(김종욱)을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를 담은 <김종욱 찾기>는 액면 그대로만 보면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기 힘든, 특이한 점이 없는 평범한 영화다. 물론 이 표현이 재미없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분명 임수정과 공유의 분한 캐릭터들의 부조화가 주는 재미는 있다. 공유가 연기한 한기준은 그야말로 만화에서나 볼 듯 한 고지식하고, 바보스러운 캐릭터다. 여행상품을 소개하면서 쓰나미 이야기를 하는 비정상적인 사회성, 첫 사랑을 찾아주겠다면서 '첫 사랑 찾기 사무소'를 창업하는 현실 감각을 소유한 인물이다. 한기준을 둘러싼 주위 환경 역시 과장스럽고 황당함이 가득하다. 

 그에 반해 임수정이 분한 서지우는 한기준과 다른 현실적인 정서가 짙다. 첫 사랑을 잊지 못하는 환상 정도는 현실에서도 흔히 있는 일(물론 그걸 찾겠다고 같이 나서는 것은 다른 이야기지만). 서지우의 주위 환경이나 인물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 책임소재를 묻는다든가, 업무로 인해 질책을 받는 일들은 현실적인 세상에 모습이다. 이렇듯 한 사람은 만화적 환경에 가깝고, 다른 한 사람은 현실적 환경에 가까운 설정에 있는 두 사람을 만나게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에는 부조화에서 주는 어색함의 웃음이 있다. 당연히 웃음의 상당한 부분은 만화적 인물인 공유에게 나온다. 임수정과 공유는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다. 조금 냉정하게 평가적인 자세로 말한다면 임수정이 관객이 기대한 정도를 보여주었고, 공유는 관객이 기대한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뮤지컬과 영화, 갈림길의 선택 

 그렇지만 <김종욱 찾기>를 다른 기준으로 불성실했다고 결론짓고 싶다. 이유는 <김종욱 찾기>의 영화적 출발점에서 찾고자 한다. <김종욱 찾기>는 일반 영화들과는 다르게 공연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은 뮤지컬 작품을 원작으로 하여 영화가 만들어진 국내 첫 번째 사례다. 

 할리우드에서는 히트를 한 뮤지컬을 영화로 만드는 경우를 흔히 찾을 수 있다. 많은 영화 중 가장 최근의 기억으로는 <시카고>와 <맘마미아>가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경우를 찾아본다면 영화가 뮤지컬로, 그리고 다시 영화로 만든 <나인>도 있다. 보통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뮤지컬 작품들은 뮤지컬과 영화의 특징들을 각본 안에서 조화를 이루게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노래와 춤, 대사를 하나의 이야기 안에 녹여 버려 확장시키는 구조다.  

 그러나 <김종욱 찾기>는 보통의 뮤지컬들과 전혀 다른 방법은 선택했다. 뮤지컬에서 영화로 양식을 탈바꿈 하는 과정에서 춤과 노래라는 뮤지컬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을 지워버린 것. 마치 <다른 형식의 김종욱 찾기>를 시도하는 선택의 모양새다. 이런 선택을 좋게 본다면 텍스트의 완결성, 즉 하나의 '이야기'로서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도전으로 볼 수 있다. 그와 반대로 안 좋게 본다면 한국 영화 시장에서 앞선 뮤지컬 영화들이 실패했던 결과가 준 타협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목표를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김종욱 찾기>는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면서 무대 확장이라는 영화적 장점에만 신경 쓴 정도였다. 정작 스스로에게 먼저 던져야 했던 "과연 이야기가 흥미로운가"라는 질문에는 너무나 소홀했다. 다르게 말하면 뮤지컬에 있는 이야기만을 적당히 빌린 모습이며, 뮤지컬의 요소들인 춤과 노래의 영역들이 빠진 공백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란 고민이 부족했다. 영화 속 인물이 가진 첫 사랑에 대한 감정을 관객이 함께 공감하고 이입할 수 있도록 영화적 감정 상승의 곡선을 구축해야 했지만, <김종욱 찾기>는 전반적인 부조화의 웃음만 있을 뿐 엔딩에서의 절실함이나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는 서투른 마무리의 영화였다.

 사실 <김종욱 찾기>는 뮤지컬을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뮤지컬 장르로서 도전을 시도했다면 그것 자체로 의미를 가질 만한(성공이나 실패라는 결과에 상관없이), 가치를 존중했어야 할 작품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김종욱 찾기>는 어떤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성을 전혀 못 느끼게 하는 영화다. 원작의 인기를 업고 가되 뮤지컬을 지워버리고 이야기만 가져오겠다는 안전한(또는 쉽게 가려는) 태도만 보일 뿐이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뮤지컬에서 영화로 이식 작업의 결과가 로맨틱 코미디 장르 안에 적당하게 위치한, 어떤 변형도 시도도 없는 영화에 머물렀다는 점이 아쉽다. 

★★

*2010년12월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