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movie review

<라스트 갓파더>영구와 헐리우드의 이질적인 만남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2. 28.




 <라스트 갓파더>는 심형래 감독의 작품이지만 전작 <디워>와는 개인적인 의문의 출발점이 상당히 달랐다. <디워>에서 궁금했던 점은 기술적인 면으로 국내 CG 기술력으로 어느 정도의 괴수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점이었다. 그에 비해 <라스트 갓파더>는 문화적 보편성의 획득, 지극히 한국적 캐릭터인 영구를 어떤 방식을 통해 헐리우드 장르물로 어떻게 소화시켰을까,라는 의문이었다. 예전부터 영구가 보여주었던 개그 코드는 큰 분류에서는 슬랩스틱 스타일이겠지만, 지극히 한국적 색깔이 상당히 짙었던 코드가 아니었던가!

 지역적인 코드를 벗어나기 위해 심형래 감독은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했던 모양이다. <라스트 갓파더>는 큰 틀에서 헐리우드의 고전적 코미디 양식에 맞추려고 매우 신경을 쓴 모습이 컸다. <대부>에서 가져온 모티브에 찰리 채플린 스타일을 더하기도 했으며, 헐리우드 고전 뮤지컬의 형식을 살짝 빌려오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라스트 갓파더>의 전체적 만듦새는 기대 이상의 수준이었다. 배경의 CG는 크게 어색하지 않았으며, 배우들의 연기나 이야기의 전개는 무리 없는 수준이었다. 물론 이것이 높은 완성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헐리우드 영화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었음을 말한다.

 반면에 기대했던 웃음이 크지 않다는 사실은 당황스러웠다. 집요하게 웃음을 파헤칠 것이란 기대를 했었지만, <라스트 갓파더>는 무엇인가 어색함이 큰 코미디다.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가, 우리에게 친숙한 헐리우드 영화의 무대에서, 낯설게 만난 상황이 주는 어색함. 다르게 말한다면 내가 보았던 어떠한 헐리우드 코미디 영화들 보다도 <라스트 갓파더>의 코드는 기이했다. 심형래 스타일의 영구 개그가 헐리우드의 문법과 만나면서 만들어 낸 이질감. 즉 헐리우드 스타일의 이야기에 심형래가 그동안(이것이 중요하다. 발전된 모습은 아니다) 보여주었던 개그를(변방의 북소리, 동물의 왕국, 내일은 챔피언, 영구야 영구야 등) 변형적인 고민 없이 무리하게 삽입했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라스트 갓파더>는 심형래 개그의 종합선물세트가 주는 즐거움은 있다. 또한 보편적인 웃음의 동력이 강하지 않기에 당황스러움도 공존한다. 결국 <라스트 갓파더>의 의미는 심형래가 끝내 자신의 캐릭터를 헐리우드에 진출시킨 집념의 결실이기도 하고, 그가 어떤 순간에도(시대 초월) 누구든지(국적 불문) 웃길 수 있는 사람 보다는 지역과 시대의 자장에 있었던 배우라는 사실의 확인 과정이기도 하다. 의미의 무게를 보편성의 획득 실패에 더욱 두기에 <라스트 갓파더>를 절반의 실패라는 애매한 표현 보다는 실패로 매듭짓고 싶다.

*원더걸스가 카메오로 나오는 장면들의 대사는 나만 그런건지는 몰라도 심히 민망했다. 여자 이야기와 먹는 음식을 교차적으로 거론할 필요성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라스트 갓파더>를 보면서 이상하리만치 한 편의 영화가 떠올랐다. 바로 성룡의 <미라클>이다. 우연히 마피아에 들어간다는 설정이나 어리숙한 면들이 비슷해서도 그렇지만, 성룡이나 심형래 두 사람 모두 헐리우드 고전 양식에 대한 흠모가 영화에서 엿보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라스트 갓파더>가 헐리우드에서 얼마나 흥행을 거둘지는 모르지만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열정에 있어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

*2010년12월2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