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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vie review

<마음이 2>1편 보다 발전한 것은 개의 연기 뿐이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22.



사람과 개를 콤비로 내세웠던 <마음이...>, 4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이야기 <마음이 2>

 <마음이 2>는 특징을 하나 가지고 있다. 강철중 정도가 유일하게 기억될 정도로 캐릭터가 살아남기 힘든 한국 영화 시장에서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같은 캐릭터가 메인으로 등장을 했다는 사실. 이것은 한국 영화에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다. 게다가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개다. 2006년 작 <마음이...>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던 '달이'가 그 주인공. 

 4년 만에 제작된 속편 <마음이 2>는 '마음이'라는 개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마음이 두 번째 이야기다. 그렇기에 <마음이...>에 대한 기억을 먼저 더듬어 보는 것이 2편 정리를 위한 전제조건이 아닐까 싶다.

 한국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사람과 개를 주연으로 내세웠던 영화 <마음이...>. 그러나 사람과 개를 주연 콤비로 내세웠다고는 했지만, 엄밀히 본다면 <마음이...>는 당시 충무로의 블루칩이던 유승호의 영화였다. <집으로> 이후 주연급으로는 영화에서 뛰지는 않으면서 TV드라마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유승호. 그러나 충무로가 유승호의 아역시절을 그냥 둘 리 만무했다. 눈물 짜게 만드는 캐릭터로 등장시켜 관객들을 울리고 싶었을 욕심이 있었을 터. <마음이...>는 그런 욕심에서 출발한 영화다. 유승호는 그런 요구에 충실히 부응했으며, 달이 역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마음이...>는 배우가 영화적인 욕심에는 충실했을지 몰라도, 영화의 완성도와는 거리가 멀었던 작품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상당히 실망스러웠던 영화다. 그 실망은 두 가지 정도였는데, 가벼운 실망은 관객에게 이쯤에서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식의 지나친 신파적인 스토리가 주는 억지스러움이었고, 그보다 더욱 컸던 실망은 부족한 스토리를 아역배우와 개를 통해 메우는 모습이었다.


마음이의 모험을 기본으로 한 코믹 영화 <마음이 2>

 1편 이후 4년 만에 등장한 <마음이 2>는 1편과 제목과 주연 캐릭터 '마음이'만이 동일한 영화다. 시간대와 공간이 전혀 다르다. 그리고 1편과 2편은 시간과 공간의 차이만큼이나 영화의 소재도 완전히 다르며, 장르와 접근 역시 상당한 차이점이 보인다. 1편이 인간과 개의 만남과 함께 하는 모습에 무게를 실은 가족영화였다면, 2편은 마음이의 모험을 기본으로 한 코믹 영화다.

 <마음이 2>의 내용은 다이아몬드를 훔친 후 도주하던 도둑일당에게 납치된 새끼를 구하러 가는 마음이의 모험담이 중심이다. 영화의 중심적 내용이 마음이의 활약이다 보니 영화는 1편과는 그 수준이 다르게 마음이를 활용한다. 마음이를 완전히 이야기 중심에 놓다보니 마음이를 돌보는 가족의 이야기는 넣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넣은 양념에 가까울 정도다. 이야기는 철저하게 마음이를 활용하며, 마음이와 도둑일당의 대결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한다.

 1편에 비해 비중이 커진 마음이는 <마음이 2>에서는 1편을 능가하는 판단력과 작전을 구사한다. 지적 능력의 수준은 인간 못지 않은(사실 인간보다 더 똑똑하다가 맞다) 수준. 마음이의 지적 능력의 우월함을 보여주는 것에 반비례하며 보여지는 것은 도둑일당의 지적 능력이다. 이렇듯 영화는 개의 똑똑함과 도둑일당의 멍청함을 철저한 대비시킨다. 그리고 이런것이 관객에게 웃음을 주려 했던 핵심적인 구성이다. 이 구도는 <나 홀로 집에>의 케빈과 도둑일당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복제다. 문제는 대폭적인 다운그레이드가 된 복제라는 점이다.


코믹 영화인데 그다지 웃기질 않는다

 이야기 구조의 유사함이야 가족 영화(또는 코믹 영화)의 틀을 변형적으로 복제했다는 측면에서 이해를 하고 싶다. 정작 내가 실망한 점은 무성의하다는 점이다. <마음이 2>는 웃기려고 무엇인가를 계속적으로 보여주지만 그다지 웃음이 나오질 않는다. 별다른 노력을 한 흔적도 안 보인다. 영화에서 웃음을 가장 크게 담당하는 배우는 성동일. 그러나 성동일의 연기는 자연스러운 극의 흐름에서 나온 웃음이 아닌, 애드립의 남발에 가까웠다. 애드립이란 것도 영화의 한 부분에서 간헐적으로 보일 적에 빛이 나는 법. 전체적인 이야기의 수준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애드립만이 남발하면 영화가 무성의하게 보일 뿐이다.

 애드립으로 버티는 <마음이 2>는 각본의 힘이란 게 전무한 영화다. 그다지 웃기지도 않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서는 배우들을 그 상황에 몰아넣은 모습이다. 마치 알아서 무엇이든 보여주라는 식이다. 그런 무대에 던져진 성동일과 김정태의 바보스런 연기도 초반 잠깐은 웃기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대놓고 바보스럽게 행동하다 보니 도리어 보는 관객이 바보로 느껴질 정도다. 이런 바보스러움의 최고조는 마음이를 잡겠다고 만든 트랩 장면. 이런 설정이 요즘 관객들에게 먹힐 거라 생각한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도리어 그래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정말 놀라운 수준의 안일한 발상이구나 하는 생각에.


영화에서 그나마 건질만한 건 개의 연기 뿐이다

 <나 홀로 집에>의 엉성한 변형작인 <마음이 2>. 1편은 강압적인 눈물이란 생각은 들었어도 무성의 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2편은 성의라는 것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 영화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낙제점 수준의 영화다. 그저 존재하는 것은 썰렁한 상황이 주는 허탈한 웃음 뿐이다.

 정말 실망스러운 수준의 영화에서 그나마 건질만한 것은 달이의 연기. 사실 이 점은 굉장히 아이러니한 사실이기도 하다. 아무리 개가 중심인 영화라지만 너무 황당한 일이 아닌가?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배우들의 연기보다 개가 나은 연기를 보여준다니.

 개의 연기가 좋기에 개만을 중심으로 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1편보다 나은 점이라고는 개의 연기 뿐인 것은 사실이니까. 그러나 영화라는 걸 보고 싶은 분, 또는 인간의 연기를 보고 싶은 분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그 시간에 차라리 <나 홀로 집에> dvd를 다시 보시거나, 근래 개봉한 <하치 이야기>를 권해 드린다. 적어도 이 영화들은 재미나 감동은 분명히 가지고 있으니까.

*<마음이 2>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중국 회사의 적극적인 투자를 받았던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개봉판과 중국 개봉판은 편집이 달라서, 중국 개봉판에는 중국 배우 장한의 비중이 높아진다고 한다. <마음이 2>는 작품의 완성도는 아쉽지만, 마케팅 적인 접근 등에서는 모범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

*2010년7월2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