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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어떤 방문>홍상수를 만나기 위한 힘든 여정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9.


<어떤 방문>은 디지털삼인삼색2009 란 테마 아래 한국,일본,필리핀의 3개국 감독이 하나씩의 에피소드를 만든 옴니버스영화이다.
한국의 홍상수,일본의 가와세 나오미,필리핀의 라브 디아즈 이렇게 3명의 감독이 만들었는데,에피소드의 공통된 소재는 '어떤 방문을 통해 이루어지는 우연한 만남과 필연적 사건'이다.
조금은 낯선 영화로의 여행을 떠나보았던 기억을 적어본다.

※먼저 각각의 에피소드는 연결고리가 전혀 없다
※공통된 소재를 감독 각자가 자유롭게 풀어서 전개를 해주었으며 그 방식도 아주 자유롭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상영순서대로 정리했다


<코마>
일본/카와세 나오미 감독

할아버지의 유언을 전하기 위해 '코마'라는 마을을 방문한 재일교포3세 남자가 마을에서 만난 한 여자와의 만남을 다룬 영화이다.영화는 관찰자의 시점으로 찍은데다가 캠코더같은 연출도 섞어서 편집하여서 마치 TV에서 사람들을 밀착취재하는 리얼프로그램을 보는듯한 느낌이 강하다.

우연한 만남과 짧지만 강렬한 교감,그리고 스치듯 헤어지는 인연.마치 내가 주인공과 동반하여 같이 여행하는듯한 체험적 느낌을 강하게 준 영화이다.다소 실험적인 면등 전개에 강한 인상은 받았으나 영화적 재미는 별로였다.


<첩첩산중>
한국/홍상수 감독

영화정보를 좀 찾아볼려고 <어떤방문>을 네이버영화카테고리에서 검색하니 100자평이 눈에 들어왔다.그 중 상당히 인상적으로 눈에 들어온 평이 "홍상수 감독의 첩첩산중이 군계일학이오~"라는 100자평.정말 <첩첩산중>이야말로 <어떤방문>을 보러간 의미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실제로 언론시사회에서도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첩첩산중>상영후 3번째 에피소드 안 보고 나가시는 분들이 좀 있었다)

특유의 카메라연출과 아주 어처구니 없는 상황속에서 촌철살인의 대사를 보여주는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를 보여준 <첩첩산중>.영화는 오랜만에 전주에 아는 언니를 만나러 간 미숙(정유미)과 옛애인 전선생(문성근),그리고 미숙의 남자친구 명우(이선균),이 사람들의 짧은 하룻밤동안의 만남과 대화속에서 위선과 입만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준다.

개인적으로 느낀 바로는 홍상수감독은 대한민국 국가차원에서 보존해 주어야할 문화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도대체 홍상수라는 사람의 관찰력은 어디까지일까란 생각과 함께 그 관찰을 토대로 만든 시나리오 속 상황과 대사의 놀라움은 나에게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 유쾌한 시간이었다.보는 내내 감탄사와 웃음을 내뱉는 동안 관객은 점점 홍상수의 영화세계속 첩첩산중으로 빠져들거라 믿는다.



<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
필리핀/라브 디아즈 감독

솔직히 말한다.
정말 지루하다.아니 미치도록 지루하다.

영화는 4:3 화면비로 구성되었고,화질은 몰카 나 CCTV수준의 조악한 화질로 일부러 연출했다.필리핀의 작은 섬에서 캐나다 금광회사가 철수하면서 일어난 경제적위기상황에서의 인간군상의 모습을 그려주었는데,화질이나 소재의 문제보다 전개방식자체가 너무나도 지루했다.개인적으로 이 에피소드를 보는 동안 얼마전에 본 <고갈>이 떠올랐는데,<고갈>보다는 덜 악몽적이어서 그 점만은 맘에 들었다.


3명의 감독의 다양한 시각을 접한 기회였던 <어떤방문>.
비록 3편의 에피소드가 준 재미등이 제각각이었던 점은 아쉬웠지만,개인적으론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본 자체로도 대만족이었다.

홍상수 감독의 에피소드 만으로도 <어떤방문>을 보러가는 것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개인적으론 생각하지만,보통의 관객들이 8000~9000원을 내고 그 가치를 실현하는 부분은 조금 생각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물론 홍상수영화의 매니아라면 충분한 가치를 할 행위이지만,일반관객에게는 그렇게 하라고 말씀드리기가 참 그럴 정도로 <코마><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는 대중적 잣대와는 거리가 정말 먼 에피소드다.

선택은 물론 관객의 몫이지만 나로써는 무조건 극장 가서 보라고 추천하기가 참 애매스럽다는 말로 마무리 하고 싶다.

*2009년11월12일 개봉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