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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vie review

<서울>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서울을 바라본 영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4. 22.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서울을 바라본 영화

"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 서울 서울 서울 그리움이 남는 곳~♪"
영화를 보고 난 후, 조용필의 노래 <서울 서울 서울> 후렴구가 문득 떠올랐다. 노래 전체의 가사는 희미하지만, 후렴구의 가사는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아름다움과 그리움의 도시 서울. 영화 <서울>은 조용필의 노래 속 공간이자, 내가 숨쉬며 살아가는 공간의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떠오른다. 지금까지 서울을 배경적인 면으로 다루는 게 아닌, 중심적 소재로 다룬 영화가 있었던가. 기억의 창고를 좀 뒤적여 보지만 마땅한 영화가 떠오르질 않는다. 적어도 내 기억에서는 말이다. 아마 <서울>의 첫 발자국은 나와 같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의 기억에서 출발할 것이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본다는 출발점.

도시를 다루는 영화로 출발하다 보니 <서울>은 많은 면에서 <뉴욕, 아이 러브 유>나 <사랑해, 파리>와 유사성이 보인다. 그네들이 다룬 도시에 대한 미적인 접근이나 애정에 대한 흠모가 엿보이며, 접근을 닮고 싶어한다. 서울은 아름다움을 가진 도시이지만, 그만큼의 사랑을 받는 도시인지는 살아가는 우리조차 의문을 가진다.  도시에 대한 사랑이 담긴 변변한 영화조차 떠오르지 않을 정도의 애정. <서울>은 이런 애정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욕심이 있다. 거기에 우리 도시도 이정도로 아름답다는 자부심과 함께.


영화 속 영화의 구조를 가진 이야기

윤감독은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준비중이다. 영화를 위해 서울의 여러 장소를 헌팅하며 서울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영화의 첫 촬영이 시작된다. 윤감독의 영화 속 채만과 지혜. 채만은 우연히 마주친 지혜에게 첫 눈에 반하게 된다. 지혜 역시 채만이 싫지는 않다. 두 사람은 하루 동안의 짧은 시간 속에 서울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다.

<서울>은 영화 속에서 영화를 만드는 구조의 이야기다. 윤감독이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서울의 아름다움을 찬미했다면(내레이션을 통해 직접적이자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영화 속 영화의 인물 채만과 지혜를 통해서는 서울이라는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냄새를 찾으려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이야기는 철저하게 분리되어 다루어진다는 것. 마치 두 편의 이야기가 하나의 영화에 옴니버스 형식으로 들어간 듯한 모습이며, 각자의 이야기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렇게 두 챕터로 나눈 듯 한 구성은 득과 실이 분명했다. 얻은 것은 서울에 대해 직접과 간접의 화법을 취하며 다양성을 가진 점이고, 잃은 것은 관객이 영화에 대해 갖는 집중이다. 서울, 인생, 영화. <서울>은 이런 세 가지 소재를 연결시켜 이야기를 구성하려 했다. 각각의 파트는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분명히 가졌다. 그러나 문제는 연결부위. 이것이 너무나 헐겁고 미흡하다.


두 개의 이야기가 일으킨 화학반응

영화는 우연과 필연을 바라본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만남도 그러하며, 일의 진행도 그렇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은 것은 영화이기도 하며, 우리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 예측불허의 진행 속에서 변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은 수백 년의 시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켜본 역사의 산 증인인 서울. 그 속에서의 일어나는 일들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영화는 그 질문에 대해 해답을 찾으려 한다.

해답을 찾는 챕터 중 앞의 영화제작을 위한 준비과정은 직접적이며, 날카롭다. 각각의 인물의 개성이 뚜렸하며,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며 계산적인 면들이 보인다.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듯. 그에 반해 영화 속 영화를 다룬 챕터는 동화적이며, 비유적이다. 그들의 행동은 비현실적 요소가 강하며, 충동적이다. 두 개의 챕터는 이렇듯 서로 다른 모습을 가졌다. 그런데 영화는 이 두 개를 별다른 고민 없이 이어 붙여 버린다.

<서울>은 분명히 조금 더 흥미로워질 수 있었으며, 재미있을 수 있었다. 또한 두 개의 챕터는 각각의 생명력도 있었다. 하지만 두 개가 결합하는 순간 영화는 분열의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편집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화법에 개입을 해서, 영화가 공간적인 이야기만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어야 했는데 <서울>은 그저 관찰자의 시점에 머무르려 했다. 그러면서 점점 영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 아닌, 공간을 보여주기 위한 사람들이 되고 만다. 그러면서 남는 것은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라든가, 나 저기 가본 적 있어 정도의 생각 뿐이다.


욕심이 많았던 영화

<서울>은 욕심이 많았던 영화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으며,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테마를 생각하는데 좀 더 고민이 필요했다. 서울에서 보여주려 했던 것이 영원성이든, 에너지이든, 요즘 말하는 다이나믹이든, 무엇인가 하나의 테마를 집중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 테마를 중심으로 챕터를 구성해서 보여주었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내가 영화를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데, 우리가 아닌 외국의 시각에서 <서울>을 본다면 무엇을 느낄까. 이 점이 문득 궁금하다. 이 의문이 바로 아쉬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서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작으로, 2009년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통해 아리랑국제방송과 제작사 디앤디미디어가 함께 만든 프로젝트 '영화, 한국을 만나다'의 첫 스크린 개봉작이다. 서울, 춘천, 인천, 부산, 제주도를 배경으로 5편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두 번째 개봉작은 추천을 배경으로 한 <뭘 또 그렇게까지>다. 이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지 사뭇 궁금하다.

★★

*2010년4월2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