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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vie review

<하모니>조금은 밍숭밍숭한 그녀들의 인생 치유법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27.


무난한 영화 <하모니>

<하모니>는 무난한 영화다.'무난한'이란 표현은 사실 내 나름대로 고민을 좀 한 표현인데,<하모니>에 대해선 딱히 표현을 대체할만한 다른 것이 생각이 안 난다.나의 무식의 결과일지도 모르지만,아무튼 난 <하모니>에 대해서 무난하다고 말하고 싶다.

무난한 영화라는 표현은 긍정적 뉘앙스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부정적 뉘앙스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영화는 아기자기한 맛이 나는 에피소드 등을 가지기도 했으며,그럭저럭 잔잔한 웃음을 주는 설정도 있다.거기에 신파적인 전개이긴 하지만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하지만 이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모인 영화를 보고 난 후 드는 생각은 그냥 그런 영화구나 이다.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지만 싱겁다는 느낌?어쩌면 <하모니>는 이렇게 표현해보고 싶다.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 등이 전부 나름대로의 소리를 잘 내었지만 하모니는 그냥 그랬다고.


헤어지는 아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그것을 위한 합창단

교도소에서의 출산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 <하모니>는 초반부터 아기가 상당한 비중이 될 것 이란 점을 대놓고 보여준다.각자의 사연이 있는 죄수들과 그들이 모인 공간 교도소.그 공간 속 정혜(김윤진)는 18개월이 되면 아기를 입양 보내야 하는 아기엄마다.18개월 후 아들과 이별을 해야 하는 정혜는 단 하루만이라도 아들과 외출을 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합창단을 구성하고 하모니를 만들어 간다.이렇듯 엄마와 아기가 주어진 시간이 지나면 이별을 해야 한다는 점은 영화 속에서 합창단의 그녀들이 노력을 해야하는 동기가 되고,남아있는 시간의 소중함과 엄마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무엇에 대한 노력은 영화의 핵심적인 감정 포인트다.

영화가 죄수와 교도소라는 공간 속에서 합창단을 만들어 하모니를 이룬다는 내용답게 영화는 몇 가지 당연스러운 구성들이 보인다.다양한 사연의 죄수들은 개성들도 각자가 강하다는 점과,악행을 행한 자들이지만 천성적으로는 선한 캐릭터들이라는 점이다.결과적으론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 범죄의 동기나 과정은 나름대로의 정당성이 있으며 관객에게 동정심을 유발할만한 사연들이었다.이유 없이 악을 행한 자들은 영화 속에서 없었으며,영화 속 교도소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공간인가 의문이 들 정도다.영화 속에서 적법절차를 강조하는 교도관이 더 비인간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며,어찌 보면 그녀들은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란 걸 지나치리만치 강조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갇힌 사람보다 가둔 사람들만 나쁘게 보이던 조금은 황당스럽던 상황이라니.


이야기 구성의 아쉬움을 메워주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아기엄마와 아기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고,아니면 그녀들의 이야기로도 볼 수 있는 <하모니>.각자의 사연과 아픔이 있는 죄수들이 합창단과 노래를 통해 각자의 삶을 치유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은 각각의 에피소드로는 괜찮았다.하지만 영화는 이제 끝인가 하는 시점에서 이야기를 더 풀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호흡이 길었다.캐릭터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엄마와 아기의 관계,그리고 죄수들간의 관계 등을 전부 조명하다 보니 그랬을지도 모르고,영화에서 악한 캐릭터가 없다 보니 대결국면으로 조성되는 긴장감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전체적인 구성 역시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의 제작이라 그렇게 보였는지는 모르지만,<해운대>식의 코미디 코드와 구성이 너무나 흡사한 점 역시 아쉬움으로 남았다.또 합창단이라는 소재를 다루었지만 음악장면들이 주는 감동은 거의 전무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그저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정도나 흥얼거리게 만들 정도의 음악 장면 연출이 전부다.

하지만 이런 구성의 부족함을 보완해 준 건 배우들로,<하모니> 속 배우들의 연기는 꽤 멋진 수준이었다."마음의 문을 열어야 음악이 된다'는 극 중 대사처럼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 속 이야기의 부족함을 배우들이 잘 메워준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훌륭한 점이다.특히 나문희의 연기는 영화 속에서 독보적 수준이라 보여질 정도인데,그녀의 연기내공이 어느 정도의 위치인가를 존재감만으로 보여주던 멋진 연기였다.거기에 <하모니>는 의외의 멋진 연기자가 한 명 더 나오는데 그것은 아기다.의도되거나 계산된 연기가 아닌,감독 이하 스태프들의 집중력으로 잡아낸 아기의 연기는 영화에서 아기가 가지는 의미를 꽤 잘 살려준 연기였다.


진정한 스타 김윤진을 만나는 행복함

아주 좋은 영화라고 추천하기는 힘들지만,그럭저럭 뽑아낸 에피소드들과 윤제균 스타일의 구성에 어느 정도 흥미가 간다면 보실 만 한 영화 <하모니>.리뷰의 처음 문구처럼 무난한 영화이니 무난하게 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지만 어느 정도 포인트들을 짚어가며 보실거라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게 보일 영화라 생각한다.

어쩌면 <하모니>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헐리웃 스타로 자리매김한 김윤진을 스크린으로 만난다는 점이다.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활동하는 스타지만,배역이나 장르에 연연하지 않고 노력하는 김윤진이란 연기자를 스크린에서 본다는 것은 배우 한 명의 의미를 넘어선 어떤 감정을 당신에게 선물해 줄지도 모른다.진정한 스타를 만난다는 행복함이란 선물을.

*2010년1월2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