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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vie review

<식객:김치전쟁>그럭저럭 맛을 낸 아쉬운 속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25.


원 소스 멀티 유즈 <식객>

<식객>은 비교 대상이 많은 작품이다.먼저 허영만 작가의 원작이 있고,극장용 영화도 있고,TV드라마도 나왔다.이렇게 여러 가지 컨텐츠로 재생산 된다는 것은 원작이 가진 흡입력이 상당하다는 반증일 것이다.다만 난 이 컨텐츠들 중에서 영화 <식객>만 보았다.만화나 TV드라마 등을 그다지 자주 보는 성격이 아닌 탓에 못 보았던 이유가 있고,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어서도 있다.다양한 컨텐츠를 보고 <식객:김치전쟁>의 리뷰를 했다면 조금 더 여러 시각으로 글을 적었을 거란 아쉬움도 남는다.하지만 영화만 보고 리뷰를 적으니 그런 점에서는 조금 자유로운 글을 적지 않을까 하면서 나만의 합리화를 해본다.


새로운 배우들이 찾아나선 어머니의 맛

<식객:김치전쟁>은 영화 <식객>의 속편이다.조금 의외의 면을 가지는 건 <식객:김치전쟁>은 기존의 <식객>작품들이 허영만 작가의 원작에서 나온 것이는데,<식객:김치전쟁>은 캐릭터만 차용하고 스토리는 새롭게 만들어낸 오리지널 각본 작품이란 점이다.스핀오프의 성격을 띄고 나온 <식객:김치전쟁>.물론 이 작품 역시 허영만 작가가 만든 <식객>과 주요 테마는 공유되었는데,그것은 바로 '마음'에 관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음식이 먹는 사람의 마음으로 전해진다는 것.<식객>의 2편 <식객:김치전쟁>에서도 그것은 이어진다.그리고 이번에는 마음이 담긴 그릇으로 '어머니의 마음'을 삼았다.

영화는 <식객>의 캐릭터 성찬과 진수가 그대로 나온다.캐릭터들의 설정은 그대로 원작만화에서 차용했으며,1편과도 공유되었다.다만 <식객:김치전쟁>은 그 배우가 바뀌었는데,성찬 역으로 진구,진수 역으로 왕지혜가 나온다는 점은 사실 걱정스러운 부분이었다.배우가 바뀐 상태에서 영화가 속편이 나온다는 점이니.그러나 영화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괜한 걱정이었음을 느꼈다.특히나 진구의 연기는 정말 성찬은 저런 사람이겠구나 싶을 정도로 멋진 캐릭터 소화였다.


좋았던 스토리,그러나 신파 요리극으로 변질된다

1편에서 '대령 숙수의 칼'을 지켰던 성찬,그는 <식객:김치전쟁>에선 '춘향각'의 맛을 지키기 위해 나선다.그 춘향각의 맛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김치.지키기 위한 자가 있다면 당연히 없애고자 하는 자도 있기 마련인데,<식객:김치전쟁>은 전편 <식객>과는 그 성향이 사뭇 달랐다.전편이 선과 악 이분법으로 쉽게 분류가 되는 인물이었다면,이번의 인물은 단순히 이분법적 사고로 분류할 수 없다.단순한 선과 악의 입장이 아닌,그 나름대로의 성장의 아픔이 있고,과거를 정리하고픈 마음에 따라 행동을 한다는 점이다.

과거를 잊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려는 집념이 음식에 담긴 세계적 쉐프 장은.
어릴 적 어머니에 대한 슬픈 기억을 간직한 채 그 아픔이 음식에 담긴 성찬.
그들이 찾으려고 노력했던 '마음을 움직이는 맛' 과 '어머니의 맛'.그 노력은 김치의 맛을 통해서 보여진다.과거를 극복하려는 자들이 음식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그들이 잊고 싶어했고 끊고 싶어했던 과거들은 결국 그들의 음식에 녹아 든 하나의 맛이었으며,퓨젼을 통한 방식이든,전통의 방법의 계승이든,방법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그들 마음이 담겼던 점이 중요했던 것이다.그리고 그들은 과거를 다시 바라보며 그 마음을 정리한다.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비교적 잘 풀어갔던 영화 <식객:김치전쟁>.하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그 빛을 잃어갔다.이야기는 인물들의 과거를 접하게 될 수록 단순한 신파적인 접근을 하면서 요리와 사람 사이를 갈등한다.분명 요리를 통해 사람을 조명하는 영화지만,영화는 어느 순간 요리에는 의미가 없어지면서 무의미한 요리 대결을 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후반부 구성은 허술했다.


영화 속 김치가 진정한 배우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으며,우리의 밥상에 빼놓을 수 없는 음식 김치.어머니의 손맛과 그리움의 상징인 김치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 <식객:김치전쟁>은 상당한 정성과 노력이 보였으며,근사한 완성도를 가질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하지만 스스로 그 가능성을 버렸다.물론 무난하게는 볼 만한 영화이긴 하다.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는 아니다.신파적인 전개로 인해 그 맛이 너무 퇴색되어 버린 점이 아쉽고,요리대결에서 긴장감이 사라지면서 그저 방법으로만 사용된 김치경연대회와 김치들이 아쉬울 뿐이다.

어쩌면 <식객:김치전쟁>의 가장 큰 의미는 김치홍보영화로서의 역활일지 모른다.이 영화에서 보여준 수 많은 김치들의 맛과 멋은 부족함이 전혀 없는 완벽함이니.

*오리지널 각본이지만 재미있게 접근한 점은 오프닝이었다.만화형식을 사용한 대화체로 구성된 인상적인 오프닝으로 시작하는 <식객:김치전쟁>.허영만 작가의 원작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제작진의 재치있는 의지 표명이었을까?

*2010년1월2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