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movie review

<주문진>이 영화 정체가 뭐냐?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21.


정체불명의 영화

"내가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유령이라도 좋으니까,그냥 내 곁에 있어줘"
이런 대사를 날리는 <주문진>은 동화 같은 사랑,운명적인 사랑을 다루는 영화다.그렇다면 동화적인 느낌의 아기자기함과 운명적인 사랑의 슬픔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었던 영화였을까?

아니,절대 아니었다.<주문진>은 보는 내내,이 영화의 정체는 무엇인가 의문을 들게 하는 정체불명의 영화였다.


주문진에서 찍어서 <주문진>,그게 전부다

<주문진>은 제목처럼 강원도 주문진,깊은 산 속의 아름다운 팬션에서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물론 제목에서의 주문진의 의미는 여기까지다.제목이 왜 주문진일까란 생각이 첫 번째 의문이었다.하명중 감독은 비어있는 주문진의 모습이 안타까워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던데,나는 주문진의 무엇이 비었다는 건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었다.내가 보기엔 그냥 영화를 주문진에서 찍었을 뿐이다.그런데 제목은 내용과는 그다지 상관도 없는 <주문진>이라니.

주문진에서 찍은 <주문진>의 사랑 이야기는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극중 남자배우의 이름이 고스트 인 점에서 알 수 있듯 고스트가 나오는 영화다.유령이 나온다고 해서 영화를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다.어차피 <주문진>은 동화 같은,마법 같은 사랑을 다루겠다는데 유령 정도 나오는 게 무슨 큰 문제겠는가?

정작 <주문진>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는데,그것은 동화 같지도,마법 같지도 않다는 점이다.동화 같은 느낌으로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거나,마법이 주는 신비로운 느낌을 전해 주지 않는다.영화는 오히려 미스터리물에 가까웠다.왜냐하면 영화는 앞과 뒤 설정이 맞지 않았으며,고스트라는 존재에 대한 설정도 지극히 영화전개에 편한 대로 갖다 맞춘다.극 중 캐릭터들은 분명히 절박한 모습으로 무엇인가을 외치는데,보는 나에겐 왜 절박한지 조차 이해가 안 갔다.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걸 까란 의문만 꼬리를 물며 의문만 반복되었을 뿐이다.영화의 작위적 편리성은 결국 나를 혼란이 가득한 미궁 속으로 던져버리고 말았다.이것이 나의 두 번째 의문인 영화의 작위적인 편리성 추구이다.


극과 극의 캐릭터 충돌을 하는 배우들

영화의 마지막 의문은 배우의 호흡이다.배우들의 연기는 좋고 나쁨을 떠나서 <주문진>은 연기지도라는 게 존재했을까 싶을 정도로 호흡이 전혀 안 맞아 보인다.<주문진>은 고스트라는 초자연적 존재인 남자와 4차원 사고방식을 가진 여자의 사랑 이야기가 큰 줄기다.하지만 이 배역들을 소화한 두 배우는 서로의 호흡을 맞추기 보다는 각자의 길을 열심히 가기만 한다.고스트 역을 한 김기범은 마치 무협물에서의 협객 톤으로 행동과 대사를 하고,4차원 소녀 지니 역의 황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나 보일듯한 과장된 행동과 대사 톤으로 일관한다.

그런 상극되는 두 연기가 스크린 속에서 동시에 만나는 장면이 주는 진지함,그리고 그 장면들에서 나오는 묘한 느낌은 참으로 오묘하고 신비로웠다.실로 이상한 영화 속 상황에서 너무나도 대조적인 연기패턴을 진지하게 하는 배우들.B급 영화에서나 받던 묘한 느낌을 <주문진>에서 받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B급영화를 추구하며 만든 건가 의문이 든다

나는 하명중 감독에 대해서 잘 모른다.내가 그분의 작품세계를 일부러 찾아본 후 <주문진>을 볼 필요도 없었고,일반관객의 상당수도 나와 비슷할 거라 생각된다.

<주문진>의 하명중 감독이 추구한 "사람의 마음을 여는 영화"란 목표는 분명 좋았다.하지만 감독은 영화의 방향을 좀 더 고민했어어야 하는게 아닌가 여겨진다.분명 감독은 <주문진>을 B급무비의 성격을 띄는 묘한 성격의 영화로 의도하고 만들진 않았을 것이다.또 필요 이상의 황당한 웃음이 나오도록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주문진>은 이상한 영화다.보면서 황당하고,보고 나서 허탈해진다.그 후 멍해진다.

굳이 <주문진>의 의미를 찾아본다면 지극히 실험적으로 보이는 장르적 결합이나 B급무비의 역활일 것 같다.하지만 이것들을 의도하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게 문제다.물론 이 모든 면들을 특정배우의 팬들은 포용하면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그것을 일반관객들에게 적용하기엔 이 영화의 괴리감이 너무 크다.

*2010년1월2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