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형제가 한 여자를 놓고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비밀애>는 포스터만 본다면 꽤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벌어지는 치정극일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유지태나 윤진서의 의상이나 색감이 주는 느낌이 그런 느낌을 준다. 하지만 <비밀애>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영화가 저급이란 말은 아니고, 단지 저런 의상의 분위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유지태는 병원복 차림으로 주로 나오며, 윤진서는 평범한 티셔츠 풍의 복장이니.
<비밀애>는 복장이나 생활환경은 지극히 일상적이며 평범한 사람들을 다룬다. 다만 그 일상에 놓인 사람의 설정에 쌍둥이가 들어간다. 여기까지는 무리가 없다. 그러나 쌍둥이 형제가 한 여자를 놓고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들어가면서부터 영화는 치정극의 면모를 갖춘다. 거기에 쌍둥이 형제가 벌인 위험한 장난이란 면이 들어가며 스릴러적인 면도 갖추게 된다. 쌍둥이, 사랑, 장난. 흥미는 가지만 무엇인가 진부함이 묻어나는 소재들이다. 이런 소재들로 금기적인 사랑 속에 어떤 격정을 집어넣어, 파국의 끝을 풀어냈을지 <비밀애>의 사랑은 사뭇 궁금했었다.
엇갈린 그들의 운명. 그녀가 진정 사랑한 남자는 누구였을까?
결혼 2개월 만에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진우. 그를 간호하는 연이의 일상은 희망을 잃은 삶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 외국 생활을 마친 진우의 동생 진호가 귀국한다. 진우와 닮은 얼굴과 목소리의 진호. 그런 진호를 보던 연이는 혼란스러움에 빠진다. 진호 역시 연이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진호와 연이는 서로에게 이끌리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혼수상태에 빠졌던 진우가 기적적으로 깨어나면서 세 사람의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비밀애>는 시간대와 공간이 중요한 스토리의 구성요소다. 진우, 진호, 연이가 만나는 시간과 공간이 영화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 얽혀있는 시간과 공간 속에 쌍둥이 형제의 위험한 장난이 들어가 있으며, 숨길 수 없었던 감정이 들어가 있다.
영화에서 시점적으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연이. 물론 진우나 진호의 시점도 들어가 있지만 극의 구성의 가장 중요한 축은 연이의 시점과 감정이다. 그녀가 진우와 진호를 바라보며 가지게 되는 생각은 누구인가라는 의문에서, 솔직함이란 감정, 그리고 누구였나의 혼란함이란 흐름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이런 연이의 변화되는 생각과 감정을 통해 영화는 사랑은 무엇 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더 노골적으로 들어가면 이 여자가 사랑한 남자는 누구 인가란 질문. 연이는 남편이 깨어나길 기다렸지만, 정작 그 순간이 다가왔을 적에 망설이게 된다. 기다렸던 순간인가, 아니면 기다리지 않았던 순간인가의 의문, 이 의문은 사랑에 대한 의문이 되고 그녀가 진정 사랑했던 남자는 누구였을까로 연결이 된다.
전체적인 색깔이 너무 옅다
<비밀애>는 치정극에 스릴러적인 면을 갖추다 보니 영화 초 중반부 와 후반부가 성격적으로 조금 다른 면이 보인다. 중반까지는 치정에 기반한 멜로적인 성격이라면, 후반은 진실이 밝혀지는 스릴러적인 성격이다. 그러나 그 이음새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다소 진부한 소재를 격정적인 감정으로 몰고 가기엔 연출이 서툴며, 이야기의 화법이 어지럽다.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이음새 마다 등장하는 것은 정사씬일 뿐이다.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면은 맨 처음 진우와 진호를 위한 설정 부분. 둘 다 혼수상태를 겪었다든가, 그리고 기적 같은 회복을 했다는 설정. 이런 설정은 영화 내내 쌍둥이 형제의 사랑을 끌어내기 위한 작위적 전개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또한 결혼 몇 년 동안 시동생 얼굴을 사진으로도 본 적 없다거나, 쌍둥이 형제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설정은 너무 무리였다.
이렇듯 시나리오 적으로 조금 더 가다듬어 졌어야 할 면들에 연출은 너무 힘이 들어가 있었다. 영화의 전반부는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구성이 되었고, 후반부는 관객을 너무 의식한 면이 보인다. 영화 전체적으로 흐르는 색깔이 있었어야 하는데 영화는 파국을 이끌기 위한 무리수를 너무 둔 것이다.
공허하게 들려오는 사랑에 대한 질문
연출과 시나리오 적으로 마이너스의 점수를 주고 싶은 <비밀애>에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CG다. 쌍둥이 형제를 위한 CG는 상당한 수준이었으며, 영화 보는 동안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는 효과였다.
하지만 <비밀애>는 CG영화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스토리 중심의 멜로물이다. 그런데 주연배우들 연기나 조연들의 설정, 시나리오의 작위성은 그 구멍이 너무 크다. "당신의 사랑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랑에 대한 믿음, 그리고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그러나 그 소리는 공허하게만 들려올 뿐이다.
<비밀애>는 분명 꽤 괜찮은 영화로 갈 요소들이 많았던 영화였지만, 스스로가 만든 덫에 빠진 작품이다. 관객에게 이런 감정을 전해야 한다는, 이런 반전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를 한 영화다. 영화가 마지막에 판단의 여지를 남긴 것만큼, 나에겐 아쉬움의 여지가 크게 남는다.
*차라리 일란성 쌍둥이가 아닌 이란성 쌍둥이로 설정을 바꾸어, 전혀 다른 외모지만 같은 분위기가 나오는 남자라는 접근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2010년3월25일 개봉
'지난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비>학원물의 모습을 통해 비유적으로 투영한 4.3항쟁 (119) | 2010.03.28 |
---|---|
그린존 (2010, 폴 그린그래스)_최신식 액션으로 치장한 철지난 메시지 (2029) | 2010.03.27 |
<소명 2-모겐족의 월드컵>종교색은 부담스러울지 모르나, 축구는 꽤 재미있었다 (13) | 2010.03.27 |
<육혈포 강도단>쉽지 않은 소재를 무난하게 소화해 주었다 (37) | 2010.03.26 |
<제로 포커스>동의할 수 없는 그들만의 용서와 화해 (27) | 2010.03.25 |
<아마존의 눈물 - 극장판>아마존은 보이나, 눈물은 보이질 않는다 (1016) | 2010.03.24 |
<솔로몬 케인>너무나 폼을 잡는 저가형 판타지 액션물 (32) | 2010.03.23 |
<콜링 인 러브>헐리우드와 발리우드가 만난 어색한 로맨틱 코미디 (13) | 2010.03.22 |
<어밴던드>허탈한 느낌만 남긴 공포물 (12) | 2010.03.21 |
<예스맨 프로젝트>시장경제만능주의를 향한 그들의 유쾌한 조롱 (5) | 2010.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