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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 프로젝트>시장경제만능주의를 향한 그들의 유쾌한 조롱

지난영화 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20.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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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시장경제에 저항한 예스맨

온라인 서점가든 오프라인 서점가든 경제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다.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지,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의 사례들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등. 서점뿐이 아니라 신문, 방송의 언론에서도 무수히 나오는 내용이며, 반복적으로 다루어지는 내용들이다. 왜 이런 걸까? 간단하다. 시장경제는 너무나 신성한 존재이고, 자본은 우리의 신이니까.

<예스맨 프로젝트>는 이런 소중한 시장경제에게 과감히 장난과 조롱을 하고, 자본이라는 신성한 시장경제의 신 앞에 불경스러운 짓을 한 프로젝트다. 그런데 예스맨은 누구지? 모르는 분들이 있을 테니, 일단 이들에 대한 설명이 먼저 필요하겠다. 예스맨은 실제 미국에 있는 시민운동단체로서 유력한 조직 혹은 사회지도층 인사의 대변인을 사칭해 각종 국제회의에 참석하거나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나, 뻔뻔한 그들이 할 법한 일을 대신 발표하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거짓말'을 통해 문제제기를 시도하는 집단이다.

<예스맨 프로젝트>는 그들이 벌인 일련의 행동들을 영상에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항한 악동들의 절규이자, 희망을 담은 영상이며, 현실을 직시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소리이다.


사회를 바꾸고 싶은 스스로의 몸부림

<예스맨 프로젝트>는 예스맨의 얼굴인(실제 예스맨은 수 백 명의 비밀 정예 요원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앤디 비크바움과 마이크 보나노가 벌인 시장경제에 한방 먹인 사건들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이다. 그들은 다우 대변인을 사칭해서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세계 3억 시청자 앞에서 인도 보팔참사에 대해 다우가 피해를 보상한다는 거짓방송을 하고, 국제 정유 회의에서 환경문제에 둔감한 석유 에너지 기업 엑슨을 사칭해 인간의 시체를 원료로 하는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했다고 거짓 발표를 한다. 그 외에도 미국주택도시개발청을 대신하여 뉴올리언스 임대주택 철거 철회 발표를 하는 등 크고 작은 거짓말로 거대기업을 향해 장난을 친다.

그렇다면 그들은 단순히 거짓말쟁이며 말썽꾼인 걸까? 우리는 슈퍼히어로들이 나오는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히어로들의 초인적인 능력의 화려함에 열광할 지도 모르지만, 악을 힘으로 제거하는 그들의 능력과 처결에 간접적인 욕구충족을 하는 이유도 있다. 현실에서는 그러지 못하지만, 상상의 세계 속에서 행해지는 그런 대리만족.

<예스맨 프로젝트>는 예스맨이라는 평범한 히어로들이 시장경제에 대항하는 히어로물이다. 그 시장경제는 대기업과 그들의 협력자, 그리고 정부다.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대한 분노를 유쾌한 장난과 독설이라는 방법으로 분출한 것이다. 그저 괴팍하거나 심심해서 하는 장난이 아니라, 사회를 바꾸고 싶은 그들의 바람을 실현하고픈 스스로의 몸부림이다.


좋은 일을 하라고 촉구하는 예스맨

<예스맨 프로젝트>를 보면서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도대체 저런 행동을 해서 얻는 게 무엇인가라는 의문과 그리고 저런 거짓말은 피해자에게 두 번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비열한 장난이 아닌가 하는 의문. 예스맨들은 말한다. 이 영화는 우리 두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그 이야기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세 사람, 네 사람의 이야기 등 점점 예스맨들이 늘어가길 원하는 이야기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우리도 뭉치자고 외친다.

그들이 말한 희망뉴스는 결코 이루어 지지 않는 헛된 꿈이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으나 하지 않는 꿈이다. 예스맨들은 헛된 희망을 노래하지 않으며, 긍정의 힘과 진실의 힘을 믿는 자들이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그들에게 꿈을 준다. 도리어 그들의 거짓말로 두 번 상처 입었다고 생각된 사람들은 예스맨들에게 잠시나마 꿈을 주어서 고맙다고, 논쟁과 이슈를 만들어 주어서 고맙다고 한다. 그들은 지킬 수 있지만 지키지 않는 약속을 이행하라는 메시지를 국가와 기업들에 던지며, 그들에게 촉구한다. 어서 좋은 일을 하라는 촉구를.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를 나누는 시간

<예스맨 프로젝트>에서 어릴 적에는 착한 일을 하면 상을 주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어릴 적 그 이야기는 세상에서는 다르게 바뀜을 안타까워한다. 착한 일과 나쁜 일이 아닌, 나에게 도움되는 일과 나에게 도움되지 않는 일로 바뀌는 세상의 법칙. 내 것 아니면 남의 것만이 존재할 뿐이며, 먹지 않으면 먹히는 관계일 뿐이다. 시장경제만능주의를 외치는 자들이 말하는 유토피아는 이런 것이다. 예스맨들은 국가가 나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지 시장경제와 자본의 조력자가 아닌, 국민을 위한 조력자가 되라고 말한다.

당신 역시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이 되고자 한다면 한번쯤은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예스맨들이 가지는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를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문득 머리 속에 요즘 국내 서점가에 화제가 되는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이면적 실상을 담은 책. 그 책을 꼭 보라거나, 옳고 그름을 말하고 싶지 않다. 단지 나에게 그 책이 떠오른 건, 우리 사회는 과연 어디쯤 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세상을 바꾸길 원한다면 나부터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

*2010년3월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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