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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링 인 러브>헐리우드와 발리우드가 만난 어색한 로맨틱 코미디

지난영화 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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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자와 미국남자를 이어준 사랑의 전화

전 세계 영화 시장에서 엄청난 위력을 뿜어내는 헐리우드 영화가 그 위력을 발휘하지 못 하는 몇 나라가 있다. 그 중 한 곳이 인도. 인도는 엄청난 시장 규모와 수 백 편의 영화를 생산하며 발리우드라 불린다. 발리우드의 영화는 그들만의 특징과 화법으로 영화를 만들어 내는데 그 핵심은 뮤지컬을 보듯 춤과 노래가 들어간 그들만의 문화다. 이렇듯 타 국가와 정서가 다르다 보니 헐리우드는 인도 시장에 군침만 흘리다가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을 시도했는데, 직접적인 폭격 대신 우회적인 접근을 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헐리우드와 발리우드의 합작을 통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으며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콜링 인 러브> 역시 우회적인 방법을 취한 케이스로, 헐리우드와 발리우드의 배우들을 기용하여 미국남자와 인도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그 배경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인도 뭄바이, 두 남녀의 매개체는 전화다.

미국남자와 인도여자의 사랑을 이어준 매개체가 전화라는 점은 2010년의 시각으로 보면 조금은 구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화상전화를 통해 전세계 어디서나 연결을 할 수 있는 오늘 날, 전화를 통한 목소리로 나눈 사랑이라니. 마치 80년대 폰팅 세대를 자극할 만한 향수를 가진 코드다. 목소리 만으로 사랑에 빠진다는 아날로그 적인 발상이 왠지 흥미롭지 않은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코드들

카드사에 일하는 프리야(슈리야)는 뉴욕의 한 고객과 전화 상담을 하다 호감을 느끼게 된다. 뉴욕의 고객은 광고 디렉터 그랜저(제시 멧칼피). 통화를 할수록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던 두 남녀는 서로를 만나보고자 한다. 그러나 프리야와 그랜저는 서로가 연인이 있는 몸. 이들의 사랑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콜링 인 러브>는 로맨틱 코미디로서 굉장히 뻔한 플롯을 가졌다. 사랑을 하려 하니 장애가 있고, 그것을 극복하는 좌충우돌의 이야기. 그러나 영화에서 흥미를 준 것은 인도와 미국이라는 정반대 떨어진 국가에서 전화로 사랑을 시작한다는 점이었다.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집안 분위기 속에 살지만 자유와 독립을 꿈 꾸는 인도 여자 프리야와 자유분방하게 살지만 현재의 사랑에 확신이 없는 그랜저. 사랑의 정확한 방향에 대해 몰랐던 두 남녀가 자신들의 방향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여러 로맨틱 코미디에서 나온 코드들이 그대로 들어간 구성이었다. 우연한 만남, 사랑, 도시, 데이트, 그리고 진실과 거짓 등 진부하지만 언제나 먹히는 코드들.


산만하기만 한 구성

<콜링 인 러브>는 차용된 코드들로 인해 진부하다는 문제 보단 다른 문제 때문에 흥미를 잃게 된다. 이것은 굉장히 산만하다는 점이다. 장면이 너무나 잘게 편집이 되어 있고, 음악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삽입이 되어 있다. 몇 초 음악을 듣다 보면, 바로 다음 음악이 나오며 장면은 그와 함께 넘어가는 식의 구성이다. 이런 흐름이 영화 전체적으로 유지 되다 보니 영화는 굉장히 산만스러웠다. 차라리 감각적이거나 현란하다면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조금 촌스럽다고 해야 할까?

산만함이 연출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라면, 내용적으로 아쉬운 것은 전화라는 매개체를 더욱 살려주지 못한 점이었다. 목소리라는 요소를 통해 두 남녀는 만나진 못했지만,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간다는 과정을 담았다면 좋았을 테지만, 영화는 초반 발단 요소로만 전화를 사용한 후 바로 폐기처분을 시켜버린다. <유브 갓 메일>처럼 매개체를 통해 밀고 당기는 아기자기한 구성을 하기보다는, 매개체를 소모시킨 후 바로 만남과 코믹적인 상황으로만 넣어버리는 전개를 해버린다. 그리고 그 이후 수순은 뻔한 전개다.


헐리우드와 발리우드가 만난 어색한 결과물

인도의 거대시장을 겨냥한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던 <콜링 인 러브>. 하지만 타겟에 대한 욕심은 영화의 완성도로 연결되진 못했다. 로맨틱 코미디로 본다면 이것이 헐리우드 영화인가, 발리우드 영화인가 난감할 정도로 애매한 구석도 보였다. 양쪽을 다 겨냥하다 보니 영화는 스스로 갈 길을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아쉬움 속에 <콜링 인 러브>에서 건진 점은 두 주연배우가 매력적이라는 점과 인도 풍경이 나온다는 점이다. 한 가지 더 흥미로웠던 점을 찾아본다면 여주인공 프리야가 미국과 인도 두 가지 영어 악센트를 사용한 점 정도다. 그다지 재미있는 사랑의 이야기도 아니었으며, 전화라는 매개체를 잘 소화하지도 못한 각본의 아쉬움만 남는 <콜링 인 러브>. 헐리우드와 발리우드가 만난 로맨틱 코미디는 너무나도 어색했기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찾는 분들에게 <콜링 인 러브>는 추천하기 힘든 영화다. 차라리 헐리우드 표 로맨틱 코미디나 발리우드 표 로맨틱 코미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길 추천하고 싶다.

★★

*2010년3월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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