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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vie review40

<인류멸망보고서>단평 에는 자신이 탐구해온 주제에 장르를 포섭한 김지운 감독과 자기가 찍고 싶었던 소재를 장르를 비틀어내며 구현해낸 임필성 감독이 묘하게 공존한다. 먼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 왔던 김지운 감독. 그와 SF의 만남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항상 결과물로 놀라게 만들었던 감독이 김지운 아니었던가? 에서 김지운은 로봇의 (컴퓨터로 만들어진) 정신과 (기계로 제작된) 육체를 통해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탈리아 영화평론가 알렉산드로 바라티는 김지운의 영화들을 분석하면서 '정체성에 대한 절대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감독'이라 평가했다. 그의 평가는 이번에도 유효했다. 즉, 로 김지운의 역량을 쉽사리 계량화하기 보단 김지운의 다른 영화들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며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임필성 감독은 예.. 2012. 4. 5.
<부러진 화살>불공정한 시대를 겨눈 분노 2012년 현재 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실제 사건을 온전히 담아냈는가, 라는 실체적인 진실 여부에 화살이 겨냥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실제 사건이 제대로 반영되었는가?"라는 논쟁에 관심이 없다. 사건의 진실을 원한다면 이미 몇 년 전에 방송되었던 TV시사 프로그램을 다시 본다든가, 당시 신문 기사를 찾아서 읽어보던가, 더 확실하게 접근하고 싶다면 재판기록을 열람하면 된다. 은 시대의 공기를 담은 영화다. 하나의 사건을 역사적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시대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공기를 담아냄으로 현재 사람들에겐 환기를 시키고자 하고, 후세에도 이런 공기가 존재했음을 알려주려는 것이 의 목적이다. 영화가 담아내려고 했던 시대의 공기는 불공정에 대한 '분노'다. 많은 이들이.. 2012. 2. 3.
그대를 사랑합니다(2010) - 배우들의 힘 감독: 추창민 주연: 이순재(김만석), 윤소정(송이뿐), 송재호(장군봉), 김수미(조순이) 새벽마다 칼같이 시간을 맞추어 우유배달을 하는 '만석'. 폐지를 주워 근근이 생활하는 이름없는 '송'. 아내가 치매에 걸렸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내를 극진히 챙기는 '군봉'과 그의 아내 '순이'. 이 네명은 한 동네에 살면서 우연찮게 만나 서로를 알게되고, 사랑을 키워나가며, 사랑을 지켜나간다. 노년의 사랑 '파블로 피카소'는 사랑을 '삶의 최대 청량제이자, 강장제이다'라고 했습니다. 영화 의 주인공들은 제각기 사랑을 중심으로 이어져있는 인물들이지요. 그 중에서 특히 '만석'은 주말에도 일찍일어나 무료하게 TV를 시청하는데, 그에게서 '송'은 다시 한 번 삶의 기쁨을 누리게 합니다. '만석'말고도 '송'도 그렇고.. 2011. 3. 1.
<죽이러 갑니다>한국 영화 초유의 장르 전복 시도 에 한국 영화 '사상 초유'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지위를 일단 주고 싶다(물론 장편 기준이다). 이토록 황당한 영화를 만난 기억이 있었던가 곰곰 생각해보았다. 한국 영화에서는 처음 느껴보는 관습과 구성을 무시한 전개에서 느껴지는 호기 또는 무모함. 여기서 의심을 할 필요성은 있다. 단순히 한 작품에서 보인 장난기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닌가, 다른 영화와 다른 어떤 영화적 메시지가 존재하는가, 라는 의문. 이것들은 당연히 짚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감독에 대한 의구심은 잠시 접어두어도 괜찮다. 만을 보았다면 의문을 가졌겠지만, 박수영 감독은 2010년 개봉작 을 만든 감독이란 점을 상기해야 한다(만든 순서는 가 먼저다). 은 높은 완성도에는 의문은 가질지언정, 기본기에선 일정 수준을 보여주었던.. 2011.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