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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부족한 상상력을 채워주는 히스레저의 존재감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18.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을 보고자 하는 분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지 않을까 싶다.
하나가 '테리 길리엄'감독의 영화라 흥미가 땡겨서 보겠다는 부류.이 부류는 아마도 매니아적인 요소가 강한 부류가 아닌가 싶다.다른 하나가 '히스레저'가 나오는 유작이라 보겠다는 부류.이 부류는 조금 더 확장시켜보면 조니 뎁,주드 로,콜린 파렐 등 스타급 배우들을 보고 싶다는 부류로도 확장이 가능하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감독을 보고 선택하느냐,아니면 배우를 보고 선택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갈 작품이며,난 감독의 상상력에 기대치가 많았다고 말하고 싶다.테리 길리엄이 보여주는 상상극장이란 과연 어떤 상상력의 극장일까하는 기대감.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기괴하다.
테리 길리엄 감독은 헐리웃에서 독창적인 상상력의 영역을 가진 분으로 평가된다.하지만 내 기준에서 보면 기괴하며,망상적인 상상력의 소유자로 보인다.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선 그렇다는 말이다.이런 기괴함은 일반인의 상상력 범주를 넘어선 확실한 자기 색깔의 상상력이다.단지 말도 안되는 망상만 해대는 분이었다면 이미 십수년전에 영화계에서 매장당했을테고,주제의식과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평가를 받는건 당연할 것이다.단지 그 영화적 느낌이 기괴할 뿐이지.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에서도 그 기괴함의 색깔은 유지된다.단,그 색채가 옅다.아니,색채가 옅어진지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였다.어찌보면 테리 길리엄 이란 분은 이미 만개를 했으며 이제는 시들어가는 꽃이란게 내 생각이다.


악마와의 거래,영원한 삶을 사는 파르나서스 박사,마법의 거울을 통한 상상극장의 여행등이 소재인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에서 짜임새 있는 스토리나 앞뒤 설정이 딱 맞는 개연성등은 어쩌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보인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환타지를 관객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해 줄 것인가 하는 점.바로 파르나서스 박사를 통해 상상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것이 상상극장이며,상상극장을 통해 마음속 세계를 들여다보는 관객이 꿈 꾸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테리 길리엄식의 이미지를 전달 받으면 되는 영화이다.


그러나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몇가지 결함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앞서 말한 테리 길리엄의 색채가 옅어지면서 상상력이 그다지 흥미롭게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다.도리어 파르나서스 박사가 몰고 다니는 마차의 상상극장 세트가 더 신기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
다른 결함적 요소는 영화를 찍는 도중에 히스레저가 사망하면서 조니 뎁,주드 로,콜린 파렐 등 3명의 배우가 히스레저의 유작을 완성시켜 주기 위해 참여를 했는데,4인1역이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 영화를 전개하다보니 토니라는 캐릭터가  무언가 애매한 캐릭터로 변하고 만 점이다.그래서인지 후반부의 이야기는 원래 이상한 이야기가 뭐라 말하기 힘들 정도로 더 이상했다.이 점에서는 캐릭터의 마지막 종합정리를 맡았던 콜렌파렐이 캐릭터해석에 상당히 애 먹었을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감독 자체도 간단치 않은 이야기 구조의 영화를 선보였고,그 구조 속 캐릭터인 토니도 당연히 간단한 캐릭터가 아닐 것이다.다만 내가 느낀 아쉬움은 미묘하게 캐릭터 성격이 바뀌어 가는 점.물론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시도된 4인1역이다보니 그럴테지만 아쉬움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테리 길리엄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보러 갔다가,히스레저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고 온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앞서 말한대로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결코 친절한 이야기 구조도 아니며,매력적인 이야기의 영화도 아니다.또 기대한 것만큼의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준 영화도 아니었다.도리어 테리 길리엄이 헉헉대며 숨차하며 만든 것 같은 느낌도 전해졌다.(이 부분은 영화외적 상황의 어려움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게다가 히스레저가 마무리 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배우들이 그 역활을 채워서 나온 미완성의 영화다.아무리 각색을 하고,효과적으로 배우들을 배치하고,배우들이 훌륭하게 연기를 했지만 분명 영화는 미완성이다.

하지만 우리 곁을 떠난 히스레저라는 배우의 마지막 연기를 보는 것,그 자체로도 티켓값은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영화 속에서 히스레저는 충분히 빛나고 있으며 그 빛의 여운은 오래 남을 수준이다.
또 명배우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흔쾌히 어려운 프로젝트에 참가한 조니 뎁,주드 로,콜린 파렐 3명의 배우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고,어려운 상황에서도 영화를 우리 곁에 내놓은 테리 길리엄 감독에게도 박수를 보낸다.스스로의 모습이 파르나서스 박사일지도 모르는 테리 길리엄 감독의 다음번 상상극장을 기대해 본다.

*2009년12월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