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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힘찬 날개짓과 함께 장렬히 산화하다.

by Almuten 2009. 4. 13.



똥파리! 제목부터 독특한 이 독립영화는 극빈층의 발악할수록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와 핏줄! 그리고 가족의 상처와 치유에 대한 얘기를 한다. 이미 용산 참사 사건에서도 기억되다 시피 이제는 경찰의 비호를 받고 활동을 할 정도로 성장해 버린 합법적인 조폭들을 우리는 용역 깡패 들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경찰들도 엄두를 못내거나 지저분하게 생각하는 일들을 이제는 암묵적인 묵인하에 용역깡패들의 몫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감독은 주인공 상훈이 이러한 용역깡패를 직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제목을 똥파리 로 짓지 않았나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용역깡패들은 주로 시위현장이나 사채수금 업무를 담당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사회에서 내몰림을 당했을때 그들은 생존을 위해 시위를 하고 더이상 어떠한 곳에서도 돈을 빌릴 수 없을때 비싼이자를 지불해야됨을 뻔히 알면서도 사채를 쓴다.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한단어의 키워드는 절박함 일 것이다. 하지만 용역깡패들은 이토록 절박한 사람들을 상대로 시위현장을 수습해야 되고 돈을 받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절박함 보다 더 가혹한 고통을 안겨 줄 때 만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용역깡패들은 무섭도록 잔인하고 냉정하다. 그들에겐 자신들이 수습해야 될 대상에 대해 1초의 연민도 사치에 불과한 것이다.

용역깡패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또한 알고보면 우리의 이웃이고 비정한 사회에서 내몰린 사람들이다. 그들 또한 생존 이라는 한 단어를 사수하기 위해 다른이들을 희생 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생존권을 보장 받는 것이다.

용역깡패 두목인 상훈은 c8X 이라는 욕을 입에 달고 산다. 그가 세상을 향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몇 안되는 단어들이 욕이기 때문이다. 상훈의 대화중 절반이상은 욕으로 점쳘되어져 있지만 그 의미 만큼은 제각각이고 관객들에게 알수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상훈에게는 연로하신 아버지가 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상훈은 아버지 집에 갈때마다 아버지 면전에다 대고 또다시 c8X 이라는 욕을 해댄다. 게다가 욕만으로 분에 차지 못했는지 아버지를 구타하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상훈이 때릴때는 꼼짝없이 맞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패륜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상훈이를 보면서 애처롭다 못해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이렇게 막장인생의 진수를 보여주는 상훈에게도 여자친구가 있다. 우연히 골목길에서 서로의 가슴에 침뱉기를 주고 받는 악연으로 시작되지만 상훈에게는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여자친구이다. 이 둘이 다니는 모습은 누가봐도 원조교제의 시선으로 보겠지만 어쨋든 그들은 친구다.

그녀의 이름은 연희다. 연희 또한 월남전 파병 용사이신 정신나간 아버지와 거칠게 반항하는 남동생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이제 꿈많은 고3일 뿐이다. 아직은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삶의 무게 때문에 그녀 또한 상훈에게 연민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상훈은 틈나는대로 오르막이 가파른 한 동네를 찾아간다. 그리고 이제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애 에게 마치 효도르나 되는양 암바 기술을 걸곤 한다. 배다른 누나의 아들인 이 녀석의 이름은 형인 이다. 한바탕 동네 슈퍼앞에서 뒹굴고 나면 상훈은 형인에게 어김없이 과자를 사주곤 한다.

비록 어머니가 같진 않지만 아버지가 같다는 이유로 핏줄의 끈끈한 연을 냉혹하게 잘라 내지는 못한 것이다. 남편의 폭력에 참다못해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형인은 어쩌면 상훈의 어린시절의 상처를 현재의 시간대로 호출해 내는 상훈의 복제판 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상훈은 형인과의 끈을 잘라낼 수 없는지도 모른다. 형인을 외면하는건 자신의 어린시절의 상처를 정당화 시켜 버리는 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입은 상처는 가족으로 치료해야 된다는걸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용역깡패 두목인 상훈 또한 이렇게 가슴아픈 상처를 끌어안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는 우리의 이웃일 뿐이지만 상훈이 용역깡패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순간 비슷한 상처를 지닌 또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울 뿐이다.지긋지긋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현실은 이들을 쳇바퀴 속으로 몰아넣고 벗어나기 위해 발악하면 할수록 더욱 빠르게 돌아갈 뿐이다.



감독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 됐는가! 라는 궁극적인 물음표를 던진다. 상처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이 또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줘야지만 생존할 수 있는 이 지긋한 사회시스템에 의문을 제기 하는 것이다. 감독은 이 영화 똥파리를 통해 이렇게 힘없는 사람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공권력과 정치인 그리고 주류사회에 분노의 욕설을 퍼붓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영화속에서 연희의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면 된다는 투의 대사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와 같은 고질적인 병폐를 꼬집는 지도 모르겠다...

비참한 삶의 군상들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라는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폭발적인 유머를 잃지 않는 감독의 연출력에 놀라 웠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상훈과 함께 웃고 울게 될 것이다.



ps 세계 여러 영화제를 충분히 휩쓸고도 남을 만한 영화 입니다 워낭소리가 독립영화를 주목하게 만들었다면 똥파리는 독립영화의 전성기를 열어 제칠것 같습니다. 2009년 들어 본 어떤 영화보다도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지극히 사실적이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우리영화 였기에 더욱 와 닿았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어떤 영화보다도 유치하지 않고 파워풀 합니다. 꼭 보시길 초강추!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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