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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2009) - 과거와 미래의 중간지점

by 사과랑 2009. 12. 27.

감독: 제임스 카메론

주연: 샘 워딩톤(제이크 설리), 조 샐다나(네이티리), 시고니 위버(그레이스), 스티븐 랭(쿼리치)

 

 '제이크 설리'는 형이 우연찮게 죽게 되고, 그로인해 형이 참여했던 아바타 프로젝트에 대타로 참여하게 된다. DNA구조가 맞아야 되는 프로젝트였기에 동생이었던 '제이크'가 적합했던 것. 하지만 '제이크'는 전직 해병으로 하반신이 불구다. 그래서 항상 휠체어신세를 면치 못하지만 불굴의 해병대 정신으로 미지의 행성('제이크'말에 의하면 5년 정도 걸리는 곳이라고 한다. 5광년이면 그다지 먼 곳은 아닌 듯...이라고 필자는 지식이 짧아 그렇게 생각함) '판도라'로 떠나게 된다.

 어차피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두 다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죠.

 여튼 그가 간 곳인 '판도라'라는 행성은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괴생명체들이 우글거리는 지역입니다. 여기에 자연친화적인 '나비'족이 한데 어울려 사는 이 '판도라'는 지금까지의 외계인과는 달리 지구인보다 과학문명이 발달되지 않은 곳입니다. 하지만 지구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모든 것을 집어치우고 어디에 쓰일지 모르는 언옵타늄이라는 신비광물에 있습니다.

 지구는 한창 자원고갈로 허덕이고 있기 때문에 이 광물만 있으면 떼돈을 번다는 것입니다. 이 광물은 일단 중력에 반대하는 성질인 점을 제외하고는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지 돈이 되는 중요 광물임은 틀림이 없다고 영화에서 말하네요.

 

 하지만 이 광물을 캐내기 위해 결정적으로 부딪히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나비'족이라고 불리는 판도라에 사는 외계 종족입니다. 이 나비족은 외계인이긴 한데 거의 인간종족에 흡사한데요. 과거 원시 인간이라고나 할까?

 그나마 판도라의 중력이 지구보다 낮기 때문에 인간보다 키가 더 커서 3미터에 달하는 장신에 꼬리도 있으며, 얼굴은 거의 고양이과에 속합니다. 이 종족의 특성은 자연친화에 있고요.

 

 간단히 설명해 <와우>에서 비교하자면 인간은 '얼라이언스'이고, 나비족은 '호드'라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물론 <와우>라는 게임을 하시는 분들만 알아 들으시겠죠?

 

 재미있는 점은 이 영화는 SF영화입니다. 하지만 SF라고 부를만한 장치는 상당히 미비한데요. 물론 외계행성에서 벌어지니 SF라고 해도 되겠지만 애매한게 이 행성의 동식물이나 나비족들을 보고 있으면 환타지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인간의 근원적 습성과 맞닿아 있는 나비족들의 행태들은 인간의 기원에 맞춰져 있는 판타지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나비족들은 아프리카 원주민과 인디언들을 잡종 교배한 듯한 행동 양식에 이질적 외모. 여기에 시조새와 맞닿아 있는 듯한 판도라의 새들은 단순한 판타지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도 합니다.

 여기에 인간들이 합쳐지면서 SF가 되는데, 아바타 프로젝트와 이족보행 로봇, 비행선들이 SF임을 실감케 해주긴 합니다. 물론 여기에서도 아바타만 제외하면 일본 판타지의 종종 봐온 것들이죠.  뭐 이것보다 더 심한 것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명의 이기들이 자연과 합쳐지면서 발생되는 인간의 야욕을 극대화 시켜 노골적으로 이야기 하는 '제임스 카메론'은 왜 이렇게 이야기를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는지 가장 의심스러운 점 중에 하나입니다.

 

 확실히 영상적인 면에서는 상당히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입니다. 이모션 캡쳐라고 불리는 이번 영상작업은 지금까지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를 중간 단계를 확실히 없애 주었습니다. 중간의 틈이 없다라고나 할까. <크리스마스 캐롤>의 모션캡쳐가 그냥 애니메이션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이번엔 그냥 실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이질감이나 미세한 차이를 뒤엎어 버린 셈이죠.

 

 하지만 내용은 영상에 비해 훨씬 뒤로 퇴보해버린 듯합니다. 지금까지 숱하게 봐온 이야기들을 몽땅그려 넣은 듯한 이번 영화는 숱하게 봐온 영화 중에서도 미국의 개척정신이 빛나는 영화들만 골라서 넣은 듯하고요. 여기에 일차원적 캐릭터들의 향연은 더 이상 빛날 것도 없는 캐릭터들만 줄기차게 보여주고, 이 캐릭터들은 평범하다 못해 밋밋해서 따분할 정도입니다.

 캐릭터간의 충돌도 으례 봐온 클리셰들이고, 각 캐릭터들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제이크'와 '네이티리'가 중심축이긴 하지만 그 중심을 둘러싼 캐릭터들은 어떠한 반향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퀘이크'는 마지막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캐릭터입니다.

 이 영화는 과거와 미래의 중간지점에 있는 듯한 영화입니다. 영상은 분명 미래지향적인데, 스토리는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죠.

 나름의 색다른 장치는 있습니다. 바로 나비족인데 말이죠. 이게 좀 애매합니다. 분명 나비족은 외계인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연친화적이며, 토착민이죠. 여기에 반해 인간은 침략자이며 문명 중심적입니다. 이 둘의 싸움에서 관객들은 과연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까요? 맞습니다. 이 영화의 내러티브상 관객은 나비족을 편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애매한 것은 나비족과 싸우는 입장은 우리와 같은 인간입니다. 그래서 영화의 설정상 지구에 자원이 고갈되어도 자원채취를 위해 판도라로 넘어간 것은 정부가 아니라 회사입니다. 지구를 대변하는 국가가 아닌 회사이기 때문에 회사라는 이익챙기기라는 비판 받아도 그다지 큰 문제 없는 존재가 넘어갔죠.

 여기에 이 영화의 16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중에서 많은 부분을 '제이크'와 함께 관객들을 동화시키려고 할애하고 있습니다.

 오래전 <늑대와 춤을>이 나왔을 때 본 백인 관객들도 지금과 같은 기분으로 봤을까요?

 

 나비족이 이기든 인간이 이기든 애매한 영화가 바로 이 영화입니다.

 

 역시 영화는 아무런 생각없이 보는게 딱 좋은 듯합니다.

 

 이 영화 3D로 봤는데, 그다지 추천은 하고 싶지 않네요. 애초에 3D를 생각해서 만든 영화가 아니라 크게 와닿는 것도 없으며 아직 실사 3D는 보완점이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162분 동안 안경쓰고 있는 것도 눈이 아파서 할 짓이 못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중에 디지털로 색감이나 보러 가야 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