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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도키,뉴욕>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거대한 연극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6.


<시네도키,뉴욕>은 거대한 혼돈을 담은 영화다.
영화는 케이든 코다드(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관찰하면서,그 사람의 인생을 현실과 허구가 마구 뒤섞인 혼란스런 상태로 보여준다.그러면서 그런 혼란스러운 상태를 마치 우리가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일상인양 태연하게 스크린에 보여준다.그리고 그것을 보는 관객을 마치 꿈꾸는 상태가 된 것처럼 영화를 응시하게 만든다.
혼란스러움이 마구 섞인 꿈을 꾸는 관객으로.


<시네도키,뉴욕>은 연극연출가 케이든의 삶을 바라보는 영화다.보통 사람처럼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케이든의 삶을 바라본다는 설정 자체만으론 그다지 특이한 면이 보이는 영화가 아니다.그러나 이 영화가 흥미를 주는 이유는 바로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보여지는 불안감을 극대화 해버려서 일상에 집어넣어 버린 점이다.

케이든은 일상의 사소한 사고를 통해,그리고 자신의 불안한 건강을 통해,또 떠나가버린 부인과 딸을 통해 불안해한다.그는 항상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그는 다른 사람과의 온전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언제나 배회한다.해답을 찾지 못하던 케이든은 자신의 삶,그 자체를 소재로 한 거대한 연극을 만들어간다.
영화 속에서 만들어지는 거대한 연극을 통해 연극 속에서의 케이든 과 실제 삶의 케이든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며,어느 것이 케이든의 모습인지 관객은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사실 <시네도키,뉴욕>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정확히 구별하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한 영화다.영화 속에 나오는 인물의 행동과 대사에 의미를 정확히 찾아 해석하거나 하는 행동도 무의미하다.영화 속 캐릭터가 불타는 집에 사는 자체가 해석 불가능한 행위인데,그런 것에 의미를 찾아서 무엇 하겠는가?

이처럼 시간대나 행위의 순서도 혼란스럽고,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한 <시네도키,뉴욕>은 그저 지켜보면서 보는 대로 느끼는 영화이다.혼돈스러운 삶을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며 언제 붕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케이든을 지켜보면서,케이든이 툭툭 던지는 대사를 통해 그가 인생을 통해 무엇을 보았나를 같이 지켜보면 된다.그가 알아가는 행복의 의미와 선택의 의미 그리고 길 것만 같던 인생은 찰나를 살아가는 연속이란 점등.
케이든은 현재를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겪는 관객에게 기회를 놓치고,순간들을 놓치고,관계들을 놓치는 것들에 대해서 말해준다.그러면서 모른다는 걸 안다는 것이 앎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단계라 하며,그는 인생의 종착점에서 일생의 프로젝트인 연극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해석은 관객 각자의 몫으로 남겨준다.


이렇게 난해하면서도 복잡하면서,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 <시네도키,뉴욕>찰리 카우프만 이라는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가 관객에게 던져준 거대한 연극이다.찰리 카우프만은 <존 말코비치 되기>,<휴먼 네이처>,<컨페션>,<어댑테이션>등의 각본으로 유명하며,<이터널 선샤인>을 통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시네도키,뉴욕>은 그가 감독으로 데뷔한 작품이다.

찰리 카우프만은 <시네도키,뉴욕>을 통해 거대한 꿈과 질문을 관객에게 던져주었다.혼란스러운 삶을 살아간 케이든을 통해 인생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며 인생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연극이자 꿈임을 알려준다.그리고 그 해석을 관객 각자에게 맡긴다.


그러나 <시네도키,뉴욕>은 이런 해석 등의 문제를 떠나서,보는 행위 자체가 너무나 난해한 영화이다.감독은 영화를 보고 관객 나름의 답을 찾게 되면 그것 자체로 관객의 것이 되고,그것이 정말 신나는 일이라고 했다.하지만 그런 관점에서 보기에도 <시네도키,뉴욕>은 너무나 어려운 시적인 대사와 상황이 나오는 영화이며,감독의 의도에 비해 관객이 받아들이기 너무나 어려운 작품이다.

불안함을 파편적으로 계속 지켜 보는 행위에 인내할 수 있는 관객이거나,실험적인 도전정신을 묵묵히 지켜볼 자신이 있는 분이라면 극장을 찾을 만 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하지만 논리적인 상황이나 의미에 명확한 부여를 중요시 한다면 절대 극장에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참을 수 없을 만큼 지루함과 따분함만 경험할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곰곰 생각해보니 이 정도로 난해하고 복잡한 영화를 내가 그런대로 받아들일만한 시각을 유지하게 되었던 건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엄청난 연기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존재 자체로 혼란스러움을 주던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연기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010년1월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