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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어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9.


<웨딩드레스>는 곧 다가올 이별을 준비하는 그녀의 이야기다.그녀는 엄마 서고운(송윤아)이기도 하며 딸 장소라(김향기)이기도 하다.다가올 이별 앞에 얼마 안 되는 남겨진 시간 동안,엄마와 딸이 서로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고,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영화는 이 의문을 미안함과 아쉬움이 담긴 사랑으로 보여준다.아직은 해주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엄마와 아직은 보내고 싶지 않은 딸,이 모녀의 목소리와 마음을 통해서.


<웨딩드레스>는 전형적인 신파극이다.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 만한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했으며,전개도 뻔히 보인다.그리고 캐릭터의 행동이나 장면들도 전형성을 벗어나지 않는다.이런 뻔하디 뻔한 신파극이지만 계속적으로 생명력을 가지며 관객들 앞에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그것은 아마도 그 나름대로 호소하는 부분이 아직은 일반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성에 먹혀 들기 때문일 것이다.

<웨딩드레스> 역시 이별의 슬픔과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아픔 등을 다루며 보편적 감성을 자극한다.이것이 관객들의 눈시울을 자극할 수 있는건,이별을  준비하기엔 우리 모두가 너무나 서투르며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영화는 초반에 몇몇 배경적 부분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면서 바로 스크린 속 캐릭터에 집중한다.그리고 상당부분을 엄마와 딸을 통해 전개하며,바로 엄마와 딸을 하나의 상황으로 밀어 넣어 버린다.그것은 엄마 서고운의 생명이 점점 꺼져간다는 것.모래시계처럼 멈추지 않고 사라져 가는 고운의 생명을 통해 이별을 준비하는 엄마와 딸,가족,친구들의 모습을 그려준다.해주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같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시간은 너무나도 부족하다.

<웨딩드레스>는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을 엄마와 딸의 모습을 통해 그려주는데 그 흐름은 초반부에 엄마가 딸을 위하는 마음을 중심으로 전개한다면,후반부는 딸의 엄마를 위한 마음으로 전개한다.이 흐름은 꽤 무리 없이 전개가 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적인 몰입을 적지 않게 해준다.그리고 이런 흐름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어간 것은 감독의 연출도 아니며,송윤아의 연기도 아니다.바로 '김향기'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배우의 능력 때문이었다.
그만큼 영화는 김향기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적지 않으며,영화 속 인상적인 장면의 상당한 에너지들도 김향기를 통해 표출된다.조금 비약적으로 이야기해 본다면 영화는 너무 많은 부분을 김향기에게 빚지고 있다.


'웨딩드레스'는 상징적 의미가 담긴 물건으로,엄마에게는 딸의 결혼을 보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으며,딸은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웨딩드레스>는 그 순간을 함께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모녀가,엄마로서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담겨있고,딸로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담겨있다.엄마의 마지막 선물은 딸에게 이어지면서 이별을 준비했었던 모녀는 비록 모습은 볼 수 없지만,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음을 우리에게 잔잔하게 느끼게 해준다.


뻔한 전개의 신파이지만,아직은 우리네 보편적 정서에 호소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던 영화 <웨딩드레스>.너무나 충실한 눈물공식이라곤 하지만 아직은 볼만한 여지가 있는 영화다.<애자>에 이어서 신파적 분위기에 다시 젖고 싶은 분이라면 바로 극장을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다.물론 이런 신파는 물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적지 않을 텐데(나 역시 그렇다),한편으로는 이런 점도 생각할 수 도 있다.울고 싶어서 극장을 찾는 분들에게는 이런 영화가 너무나 필요할 것 이란 점.

또 한 가지,<웨딩드레스>의 수확은 김향기라는 배우가 극을 압도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 점이다.다른 성인 배우들이나 감독이 김향기에게 빚진 것이란 표현을 앞서 사용했는데,그만큼 김향기의 연기를 볼 수 있었던 점은 내가 중간 정도 점수를 주고 싶던 이 영화에 가산점을 추가한 요소였다.

어쩌면 이 영화는 김향기를 위한 영화 일지도 모른다.

*2010년1월14일 개봉


<웨딩드레스>언론시사회 무대인사 장면
김향기의 능숙한 멘트에 감탄하고 말았다.너무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