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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추리아이콘 홈즈,액션아이콘으로 변신하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24.


이름 : 셜록 홈즈
주소 : 런던 베이커가 221B번지
직업 : 사설 탐정

당신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셜록홈즈의 이미지는 어떤 이미지이고,셜록 홈즈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탐정의 대명사 '셜록홈즈'는 원작소설의 그것을 제대로 이어받은 이미지일까,아니면 인위적으로 재가공되어 만들어진 이미지일까?

어쩌면 <셜록홈즈>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 영화일지 모른다.그래서인지 <셜록홈즈>는 즐기면서 보기 보다는 당혹스러워 하며 보게되고,신선함보다는 충격이 먼저 전해진다.
추리보다는 힘을 강조하며,지적생명체 보다는 육식동물 같이 묘사된 셜록홈즈.이것은 장르적 변화나 캐릭터의 새로운 해석일수도 있고,잘 못 알려진 캐릭터의 오류수정으로 볼 수도 있다.아니면 그와 상관없는 방향에서 출발했을지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셜록홈즈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었냐는 새롭게 만들어진 셜록홈즈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로 연결이 될 것이란 점이다.뇌리에 박힌 이미지의 두께가 클수록 받는 충격의 강도도 함께 커지는 정비례 그래프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그 충격이 긍정적일지,부정적일지는 개인의 몫.그만큼 <셜록홈즈>는 꽤 재미있는 실험을 감행한 영화다.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를 보면 왓슨이 홈즈에 대한 설명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대목이 나오는데,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세부적인 설명보다는 담배,의상,베이커가 등으로 홈즈를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추리에 잠기며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모습,갈색의 홈즈만의 의상,방에서 바이올린을 키는 모습.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런 이미지를 탈피한 <셜록홈즈>는 완성형의 인간보다는 미숙한 인간 홈즈에 집중한다.천재적인 면과 그 반대의 면을 가진 양면성의 인간 홈즈.사건에 집착하면서 사건이 없을적에는 정서적 불안에 시달리며,일반인의 관찰력과 통찰력을 넘어선 사람이지만 충동적이고 무엇인가 정신없어 하는 모습을 영화는 잡아낸다.물론 이 모든 건 기존의 천재적 이미지에 덧칠해 진 것이지,기존의 천재성을 버린 것은 아니다.또 <셜록홈즈>는 홈즈에게 육식동물의 힘이라는 요소까지 집어넣어 기존 추리물에서 액션어드벤쳐로의 장르적 모험을 감행한다.새로운 장르에 이식되어진 힘과 근육을 자랑하는 홈즈.그 모습은 마치 성룡이나 버스터키튼의 액션의 향기마저 느끼게 해준다.

문제는 이런 홈즈를 바라본다는 것이 개인에 따라 상당한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크다는 점인데,나로서는 받아들이기 너무나 거북한 전개였다.원작에서 목검술,권투,검도에 능한 사람이라고 묘사된 캐릭터이긴 하지만,건물을 뛰어다니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격투기를 하는 홈즈를 받아들이긴 너무나도 거북스러웠다.


더욱이 내가 이 영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큰 이유는 <셜록홈즈>의 스토리가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는 점.
캐릭터의 새로움에 너무 집중을 하다보니 이야기 자체가 썩 괜찮은 추리물적인 요소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액션어드벤쳐로서 아주 흥미를 확 잡아끄는 이야기도 아니다.게다가 기껏 꼬아놓은 이야기의 마지막 결론은 세계정복류의 이야기라니!마지막에는 영화내내 추리에 관해 관객에게 불친절했던 홈즈가 친절한 추리 설명시간을 통해 마치 EBS의 수능정답풀이 시간처럼 알려주는데,그 추리가 전혀 흥미롭지 않다.마치 재미없는 수학문제를 던져놓고 답에 흥미도 안 가는 학생들에게 이래서 이렇다,알았지 하는 격.관객은 이미 이야기에 흥미를 잃었는데 장황하게 해설을 해주는 장면은 추리의 명쾌함을 느끼는 쾌감보다는,육식남 홈즈가 지성인 홈즈로 돌변함의 아이러니가 더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영화는 분명 거대자본과 맞물려 시대적 상황을 충실히 재현한 고증등을 보여주고,기존에 단지 조역에만 머물던 왓슨을 이야기 중심축으로 이끄는등 흥미로운 요소도 적지않다.
그러나 <셜록홈즈>는 분명 꽤 많은 자본과 멋진 배우등을 투입한 블록버스터로도 그다지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며,장르물로도 충실함이 살아있는 영화도 아니다.영화의 의미를 굳이 찾는다면 새로운 장르에 셜록홈즈라는 캐릭터를 이식한 실험 정도만 보이는 어정쩡한 위치에 선 영화다.


기대한 수준이나 방향과는 다르게 나와서 실망스러운 영화 <셜록홈즈>.
나로서는 중간중간 지루한 이야기에다 당혹스럽게만 그려진 캐릭터로 난감함을 느꼈다.그러나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실 분들도 적지 않을테니 새로운 홈즈의 모습을 찾아보고자 하는 분이라면 극장을 찾을만 할 것이다.
왠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명탐정 번개><피라미드의 공포>의 홈즈를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적어도 이 영화들을 보면서 하품은 안할테니까.

*난 이 영화의 흥행보다 더욱 궁금한건 정통적인 코난도일의 홈즈 소설 팬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점이다.원작에서 만든 홈즈의 완벽한 재현이라고 보기엔 <셜록홈즈>는 너무 오버를 한게 아닌가 싶은데,원작의 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참 궁금하다.

*2009년12월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