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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왜 왔니 (2009, 황수아)_애잔한 성냥팔이 소녀의 꿈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15.
우리집에 왜왔니 - 8점
황수아

출연 : 박희순(병희), 강혜정(수강), 이승현(지민)

우리집에 쳐들어온 정체불명의 그녀! “다.녀.왔.습.니.다!”
3년 동안 자살 시도에 줄곧 실패만 해온 병희. 드디어 정말 죽으려는 순간! 정체불명의 여자, 이수강이 “다녀왔습니다!”라며 병희집에 당당하게 쳐들어온다. 수상한 그녀, 수강은 마당에 꼭 묻어야 할 놈이 있다며 병희에게 조용히 지낼 것을 강요하는데… 도대체 그녀는 왜 우리 집에 쳐들어왔을까?

맘대로 죽지도 못하고, 온 몸이 묶인 채 자기집에 감금당하는 신세가 된 병희. 수강이 우리집에 쳐들어온지도 3주가 훌쩍 지나고, 끼니 때마다 식사를 대령하는 수강 덕분에 감금생활에 익숙해져가는 병희. 그런데 수강은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하루 종일 오페라 글라스로 창 밖의 누군가의 집을 감시한다. 도대체 그녀는 뭘 하는 걸까?

사랑의 기적을 이루고픈 그녀의 수상한 행적이 시작된다!
병희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자신을 묶고 있는 끈으로 수강을 포박하는 데 성공한다.
경찰에 수강을 신고하지도 않고, 우리집에서 도망가지도 않는 병희는 그녀에 대한 호기심에 수강을 돕겠다고 나선다.
이제, 이수강의 수상한 비밀이 밝혀지는데…

 엽기 로맨스 코미디와 같은 느낌을 주는 포스터, 카트 안에 담긴 강혜정은 선물이라기보다는 무슨 짐짝 같은 느낌이다. 다짜고짜 남의 집에 들어가서 천연덕스럽게 '다녀왔다'고 인사하고 집주인을 포박해 버리는 그녀는 분명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계속해서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이수강(강혜정)이 도대체 '왜' 병희(박희순)에게 저러는 거지? 이수강이 '왜' 하필이면 병희네 집으로 갔지? '왜' 병희는 왜 자살하려고 하지? 이수강은 '왜' 지민(이승현)에게 저토록 집착하는거지?... 도대체 '왜'? 하지만 영화 초반부터 일찌감치 나오는 병희의 대사처럼 '왜, 도대체, 하필, 내게 이런 일이!?'라는 궁금증을 갖는 것만큼 무의미하고 비생산적인 일이 또 있을까. 인생엔 이유가 없는 거다.



 제대로 사랑받아 본 적이 없어 사랑하는 방법도 배우지 못한 강혜정은 처음엔 사회 부적응자,소위 '미친년'처럼 보이고 또 영화에서 그렇게 불리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게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 있다. 추위를 피할 곳을 찾다가 남의 집 비닐하우스에 들어간 수강은 백열전구로 손을 덥히고 환상에서 병희의 집 거실을 본다. TV와 소파,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 한잔이 놓여있는 테이블, 그리고 크리스마스 트리. 그리고 그 거실에 그녀 인생 최고의 등장인물, 병희가 들어서는 마지막 환상. 이건 성냥팔이 소녀의 평생 소원이자 결국 죽을 때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꿈이었다. 모두에게 있지만 그녀에게 없는 것 하나는 이런 평범한 거실의 이미지로 보여지는 가족,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였다. '뭘 원해?'라는 질문에 '그냥 날 봐주기만 하면 돼'라고 대답하는 그녀에겐 그저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동화 '성냥팔이 소녀'가 마음아픈 이유는 소녀의 소박한 꿈을 이루어주지 못하는 사회의 야박함, 그리고 소녀에 대한 괜한 미안한 감정이 더해져서가 아닐까.

평행선을 그리는 두 사람의 감정


 영화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하는 과정들을 퍼즐로 하나씩 맞추어 나가는 구성을 하고 있다. 카메라는 이수강과 김병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대과거를 바쁘게 오가고, 이미 이 스토리의 결과를 알고 나서 영화를 보게 되는 관객들은 '왜'라는 질문과 '도대체 어쩌다가'라는 궁금증을 동시에 안고 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다양하고 섬세한 앵글의 카메라는 천적으로 만난 이수강과 김병희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쓰다듬어 주는 과정을 보여준다. 위트있는 대사와 주인공들의 연기는 비극과 희극이 한데 뭉뚱그려지는 장진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 어쩌자고 자꾸 이런 사랑스러운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건지... 작년 <미쓰 홍당무>의 양미숙을 보는 듯한. 정말 찌질한 예쁘지 않은 여성 캐릭터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그녀들의 아픔이 사실 찌질하지 않은(않길 바라는) 내게도 있다는 것을 고백하게 만드는 여성적 스토리텔링의 힘!
"어차피 넌 새로운 사람을 좋아하긴 글렀고, 난 사랑받긴 글렀고. 하지만 그 반대는 어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는 것, 그건 우리한테만 기적이 아니야. 그건 그냥 '기적'이야.'

총대신 꽃을.


왠지.. 어색하지 않아 ...;;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따박따박 따지고 드는 '미친년' 연기를 강혜정만큼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또 그런 미친년한테 조련당하는 무기력한 중년 역에 박희순은 또 어떻고. 한편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승리도 제대로 찐따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카메오로 출연한 조은지와 오광록의 특유의 연기까지 즐거운 볼거리가 넘치는 영화. 

 수강에게 다시 한번 '우리집에 왜 왔니?'라고 묻는다면 글쎄... 아무리 그래도 인생은 살아볼 만한 거라는, 배부른 고민 따위 접어두고,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천천히 쉬어 가라는 감독의 메시지를 전하러 온 게 아닐까.

- 미스테리 한 가지: 도대체 병희의 아내가 마지막으로 하려고 했던 말은 뭐였을까?!


S's 리뷰 별점
★★★★★ : 판타스틱!!!!!!

★★★★☆ : 이 정도면 Good~
★★★☆☆ : 본전 생각이 살짝.
★★☆☆☆ : 이거 누구 보라고 만든건가요?
★☆☆☆☆ : 이래저래 자원낭비.

같이 봅시다!
왜 사람들이 나보고 이상하다고 하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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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공효진, 이종혁, 서우, 황우슬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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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 어디가 어때서?!" 그녀들의 절규.
2008/10/31 - [신씨의 리뷰/영화] - 영화 <미쓰 홍당무>_비주류를 위한 응원, 독해져라.

영화 속 강혜정 스타일, 슬슬 감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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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지능을 가진 숙녀의 홀로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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