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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독의 연인 (2008, 안드레이 크라프추크)_혁명과 같은 사랑이 가능했던 전쟁터

지난영화 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1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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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독의 연인>
2009년 4월 23일 개봉

감독: 안드레이 크라프추크
출연: 콘스탄틴 카벤스키(코르챠크 제독), 엘리자베타 보야르스카야(안나)











전쟁은 선택이지만 사랑은 운명이었다!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영웅으로 돌아온 최고의 해군 함장 `코르챠크`(콘스탄틴 카벤스키). 승리를 축하하는 파티가 열리던 밤, 그는 고혹적인 매력의 `안나`(엘리자베타 보야르스카야)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얼마 후 제국은 혁명의 불길에 휩싸이고 제독의 자리에 오른 `코르챠크`는 군인의 명예와 대의를 위해서 `안나`곁을 떠나게 된다. 운명의 여인을 지켜내기 위해 그녀를 모른 척 해야 하는 `코르챠크`와 그에게 전해질 기약 없는 편지를 쓰며 그리움을 키워가는 `안나`. 기다림의 끝에서 결국 `안나`는 연인과 생사를 함께 하기로 결심하고, 간호병이 되어 `코르챠크` 몰래 먼발치에서나마 연인을 지켜보며 전장 속으로 뛰어 드는데...



잊을 만 하면 가끔 개봉해 주는 러시아 영화. 특히 제목과 포스터에서부터 느낌이 오듯, 이 영화는 러시아가 겪은 전쟁, 그리고 그 안에 피어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러시아 문화관련 부서(기관 이름이 정확히 기억 안 난다;) 지원작이라는 자막을 보고 느낌이 슬슬 오기 시작했다. 아... '러시아 블록버스터'로구나.

1916년 독일과의 해전에서 뛰어난 지략으로 승리를 이끌고 돌아온 코르챠크 제독은 파티장에서 부하의 아내인 안나를 처음 보고 사랑하게 된다. 장난처럼 마주쳤지만 둘은 곧 진지하게 사랑을 키워 나가고 코르챠크는 승진을 거듭하며 국가의 부름에 명받아 연인을 남겨둔 채 전쟁터를 전전한다. 그 사이 영화에는 러시아 혁명과 각종 크고 작은 전투들이 지난하게 이어진다. 러시아 역사에 조금만 지식이 있었다면 좀더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단 생각이 드는 부분은 아쉽지만 역시 전쟁이 수많은 인명을 빼앗고 많은 연인을 갈라놓고 나라를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그 전쟁의 참혹함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전쟁터에서 마주친 적과 치열하게 싸우지만 정작 죽은 뒤에는 적군과 아군이 한 구덩이에 매장되고 마는 전쟁터의 현실은 "죽고 나면 모두 평등한 주의 자녀야."라는 극중 대사처럼 전쟁의 허망함을 잘 드러낸다.


러시아사와 전쟁에 관심이 그다지 없더라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있다. 아름다운 여주인공 안나 역을 맡은 여배우 엘리자베타 보야르스카야의 미모와 섬세한 감정 연기다. 안나 역에 비해 무뚝뚝하고 남자다운 코르챠크 제독은 언제나 비장한 얼굴에 오로지 국가에 충성하는 이미지를 가진, 덜 로맨틱한 인물이지만 젊고 용감하고 아름다운 안나는 다르다. 기쁨과 안타까움, 슬픔, 결단 사랑의 모든 감정을 얼굴에 담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강인한 여인상을 보여준다. 그녀의 남편은 어지러운 시대와 전쟁 탓을 했지만 그녀는 오로지 사랑의 위대함만을 믿었고 그 믿음을 위해 전쟁터에 기꺼이 나아갔다.

안나 역의 엘리자베타 보야르스카야



어찌 보면 남자가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데 비해 여성은 단지 사랑하는 남자의 곁에 있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달려간다는 설정이 역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건 개인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른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남자는 국가를 위해 싸우고 결국 국가 때문에 희생되지만 그를 사랑한 그녀는 사랑의 기억만을 가지고도 오래도록 살 수 있는 힘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종류는 다르지만 모두 자신의 '신념'에 따른 행동이다. 이게 과연 어느 쪽이 더 생산적이며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일까?

콘스탄틴 카벤스키는 유태웅+김병세를,

엘리자베타의 입매는 미셸 파이퍼를 닮았다.



러시아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진 사람에게 특히 추천할 만한 영화. 전쟁 속 러브 스토리를 다룬 영화는 흔하지만 이 영화는 좀더 딱딱하게(왠지 러시아답게) 다듬어진 느낌을 준다. 또한 적군의 실체는 거의 보이지 않고 오로지 화면에 아군의 모습만 비극적으로 비춤으로써 영화의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측면도 있다. 전쟁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건조하고 현실적인 묘사들 때문에 영화의 제목처럼 그다지 로맨틱한 느낌은 없다. 하지만 영화를 볼 때 혁명과 같은 사랑을 선택하고 기꺼이 그 고통을 감내하는 여인의 눈빛을 따라가는 데에 중점을 둔다면 그다지 지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같이 봅시다!
러브 오브 시베리아
감독 니키타 미할코프 (1998 / 프랑스, 홍콩)
출연 올렉 멘쉬코프, 리차드 해리스, 줄리아 오몬드, 블라디미르 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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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침엽수림, 설원 속의 사랑, 전쟁. <제독의 연인>과 겹쳐지는 풍경이 많지만 이 영화는 훨씬 정열적이고 섬세하다. 그리고 낭만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는.

전함 포템킨
감독 세르게이 M. 에이젠슈타인 (1925 / 러시아, 소련)
출연 알렉산드르 안토노프, 블라디미르 바르스키, 그리고리 알렉산드로프, 이반 보브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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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도 더 지난 영화지만 전쟁 당시 러시아의 함선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혁명과 소동, 그리고 전투씬이 흡사하다. 물론 이 영화에 로맨스 따위는 없지만 교훈은 거의 같다. 전쟁은 '징글맞다'는 것.

오스트레일리아
감독 바즈 루어만 (2008 /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출연 니콜 키드먼, 휴 잭맨, 브랜든 월터스, 데이빗 웬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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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부드러운 러브스토리. 이 영화 역시 두 주인공 간의 사랑뿐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역사와 특산품(호주산 쇠고기), 아이콘 등으로 잘 버무려져 있는 내셔널(national)한 영화다.

2008/11/29 - [신씨의 리뷰/영화] - 영화 <오스트레일리아>(2008, 바즈 루어만)_아름다워서 흠잡을 수 없는 호주의 국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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