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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영화 리뷰

사랑을 부르는 파리 (2008, 세드릭 클라피쉬)_'사랑'보다는 '파리'에 집중하는 영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28.
사랑을 부르는 파리 - 8점
세드릭 클라피쉬

물랑루즈에서 메인댄서로 일하는 피에르(로메인 듀리스)는 누나와 세 아이와 함께 샹젤리제 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파리의 아파트에 함께 살고 있다. 언젠가 심장병으로 자신이 죽을 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그는 우연히 베란다에서 건너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여자 래티시아(멜라니 로랜)를 지켜보게 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곁에는 젊은 남자친구와 중년의 건축가 롤랭(패브리스 루치니)이 있다.

 한편, 엘리즈(줄리엣 비노쉬)는 메닐몽탕의 시장에서 야채가게를 하는 주인 장을 알게 되고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장의 친구 프랭키(길스 레로쉬)는 카페에서 일하는 캐롤린을 좋아하지만 터프하고 장난스러운 태도때문에 매번 그녀에게 상처만 준다. 파리는 사랑으로 넘쳐나고 파리의 겨울도 깊어갈 때 자유분방한 사랑을 쫓는 래티시아는 롤랭에게 이별을 고하게 되는데…


파리에 사는 사람들은 진정한 파리의 아름다움을 모르기 쉽다. 파리는 확실히 파리의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대상이다. 파리에서라면 무언가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느낌을, 정작 파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 사람이 어디 출신인가를 열심히 따지는 제과점 여주인의 습관처럼 파리는 내부와 외부를 명확히 구분짓는 일종의 분위기가 존재한다. 그 분위기는 끊임없이 외부로부터의 유입이 이루어지게 하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타성에 젖게 만든다. 외국인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되지만 파리지엥은 오히려 그런 일상에 무뎌져 간다.

죽어가는 피에르에게는 파리의 거리시위가 초래하는 교통체증마저 행복한 이들이 쏟아내는 불평으로 보인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도 파리에서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운인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어렸을 때 함께 춤췄던 여자애한테 갑자기 전화를 걸기도 하고, 옛날 사진을 뒤적이며 추억을 하나둘 정리하는 그에게 모든 일상은 소중하고 애틋하기만 하다.
병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피에르는 파리를 돌아보며 슬픈 표정으로 웃는다. 다시 사랑할 수 없는 여자를 마지막으로 안아보는 느낌으로 피에르가 바라보는 파리는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론 외롭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스치고 사랑하고 함께 떠들고 웃고 춤추고 섹스하지만 진실한 관계는 그에 반비례할 만큼 희귀하다.

많은 등장인물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파리스럽다고 느낀 인물은 바로 대학교수 롤랭이다. 타성에 젖은 다른 학자들을 비난하기도 하고, 정신과 의사 앞에서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는 게 유치하다고 생각하고, 90이 넘은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별 감흥이 없는 냉소적인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지만 그 역시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유치해 지는 한 '남자' 인간이었다. 하지만 과거가 남긴 유적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역사학자로서 그는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부터 곧잘 상처를 받는다. 젊은 애인이 자신을 배신하는 것도, 과거를 부수고 그 위에 새 건물을 올리는 직업을 가진 동생이 성공한 삶을 사는 것도 그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상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딱히 '비정상'은 아닌데 왠지 '정상'인 사람들과는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그의 자발적 이질성은 결국 그를 외롭게 만들어 버린다. 

 지성과 욕망이 함께 너울대는 파리, 겉보기엔 패션과 화려한 감성, 자유분방함이 넘치면서도 한편으론 냉소가 함께 지배하는 파리 등 온갖 파리의 모습이 모두 담겨있는 영화.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한 욕심 때문일까. 하나로 응집되는 내러티브는 없지만(그래서 지루한 감도 있다만) 오히려 그래서 더 파리스러운 영화. 여러 작은 조각들이 저마다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게 결국은 사랑과 인생의 모습일 테니까. 
영화의 원제는 그냥 '파리'인데.. 우리나라 영화 마케팅의 설레발은 제목에 또 '사랑'을 집어 넣었다. 물론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파리' 그 자체를 보여주는 영화에 가깝다. 사실 파.리.는 그 자체로 얼마나 로맨틱한 이름인가. 파리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사랑 이야기가 만드는 모자이크는 얼핏 보면 <러브 액추얼리>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저 행복하지만은 않은 이 영화, 철저히 파리다운 사랑과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이 파리를 파리답게 만드는 거냐고? 이 영화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프랑스식 코미디가 옅게 깔려있어 나름대로 웃을 수 있는 포인트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파리에 대한 로망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

다양한 에피소드 만큼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우리가 잘 알만한 배우는 역시 줄리엣 비노쉬. 너무나 일상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는 그녀는 역시 파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인 듯.


S's 리뷰 별점
★★★★★ : 판타스틱!!!!!!
★★★★☆ : 이 정도면 Good~ (취향을 고려하세요)
★★★☆☆ : 본전 생각이 살짝.
★★☆☆☆ : 이거 누구 보라고 만든건가요?
★☆☆☆☆ : 이래저래 자원낭비.



같이 봅시다!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
감독 줄리 델피 (2007 / 독일, 프랑스)
출연 줄리 델피, 아담 골드버그, 다니엘 브륄, 마리 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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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편이면 파리의 겉과 속을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듯.
2009/02/09 - [신씨의 리뷰/영화] - [영화]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 (2007, 줄리 델피)_머리아픈 프랑스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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