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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퍼홀릭 (2009, P.J. 호건)_쇼핑의 가치를 엿바꿔먹어버린 영화

지난영화 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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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훈남보다 그녀를 더 설레게 하는 것은 바로 쇼핑! <쇼퍼홀릭>의 그녀, ‘레베카’는 고해성사하듯 자신을 그렇게 소개한다.
괜한 말이 아니다. 지칠 줄 모르는 그녀의 쇼핑 본색. 그녀의 친구는 레베카를 타박하면서 걱정스러운 듯 쳐다 본다. 문제는 지나친 쇼핑으로 인해 카드명세서에 파묻힐 지경이라는 것! 이제 레베카는 빚을 청산하기 위해 월급이 더 쎈 직장을 찾아 나서게 되고, 하필 재테크 잡지사에 덜컥 취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연이자율이 뭔지도 모르는 그녀. 과연, 새 직장에서 어떻게 살아 남을 것인가?

<쇼퍼홀릭>은 전세계 1,500만 독자를 열광시킨 화제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든 작품! ‘흥행 귀재’ 제리 브룩하이머가 사상 처음으로 제작한 본격 로맨틱 코미디이며, <뮤리엘의 웨딩>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의 P.J. 호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올 봄 최고 기대작의 자리를 일찌감치 예약해 두었다. 지름신의 강림을 한번쯤 경험해본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절대 공감지수 100%를 자랑하는 로맨틱 코미디 <쇼퍼홀릭>.
오는 3월 26일, 못말리는 신상 명품녀가 그녀만의 쇼핑 노하우를 전수하러 극장을 찾아온다!

쇼핑에서 기쁨을 찾는 여자들의 심리를 대변해 줄 거라는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영화가 선택한 결말은 지름신을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유능하고 젠틀한 남자를 만나는 것! 주식투자와 세일품목 쇼핑을 빗대어 보고서를 쓰는 재주는 있었지만 자신의 일신과 친구,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으로 전국구 망신을 당한 레베카. 솔직하고 깜찍한, 심성이 착한 여자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원하는 아이템을 손에 넣기 위해, 카드빚 독촉 전화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만 늘어놓다가 추락하는 이 여성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쇼퍼홀릭 치료모임에 나가서 눈에 달러를 켜고 쇼핑예찬만 늘어놓다가 다시 백화점으로 달려나가는가 하면 심지어 쇼윈도의 마네킹들과 대화를 나누는 수준에까지 이르른 이 여성의 병명은 쇼퍼홀릭.

그래 그마음, 이해한다.

그런 방도 가져보고 싶다.



쇼핑은 병이 아니다. 치료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쇼핑의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고 부여하는 가치도 다 다르다. 레베카의 빚에 관한 얘기를 알고서 화를 내는 루크에게 그녀는 쇼핑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었고 금세 사라져 버리는 위안을 다시 잡기 위해 또 쇼핑을 해야 했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녀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유일한 순간이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아픔이 아니라 어딘가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물신주의에 물든 모든 현대인의 아픔이다. 멋진 시계, 멋진 자동차, 멋진 옷, 악세사리 등등에 대한 욕망, 그런 것들이 충분히 현대인을 위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놓고 영화는 그러한 욕망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고 사라지는 단순한 열병이었다고 단정짓는다. 극중에서 레베카가 황홀한 표정으로 늘어놓았던 쇼핑의 매혹적 요소들이 한낱 뜬구름 같은 거였다고 단번에 뒤집어 버리는 거다. 그녀는 스스로 쇼퍼홀릭에서 벗어나자마자 백마탄 왕자와 다시 만나게 되고 결말은, 뭐 뻔한 키스. 그럼 이건 쇼핑하지 말고 연애를 하란 얘기? 그 이후로 쇼핑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에필로그는... 그럼 그동안 쇼핑을 했던 이유가 마음이 허해서 그랬던 거라고? 그건 그렇고, 아니 왜 옷을 친구한테 빌려 입나, 자기도 버젓이 돈벌면서.

무엇보다 아쉬운 건 다 차치하고서라도 볼만큼 영화 속 패션 아이템들이 유혹적이지 않았다는 거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나 <섹스 앤더 시티>에서 보여주었던 뉴욕 최첨단 패션이 아닌, 왠지 90년대 초반 시골에서 갓 상경한 듯한 바람 잔뜩 든 아가씨가 정신 못 차리고 온갖 화려한 옷만 죄다 걸친 느낌. 형형색색, 레베카의 유아기적 정신상태를 대변하는 듯한 컬러. 수준있는 영화를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조금은 더 세련되길 바랐는데. 아이라 피셔의 슬랩스틱 코미디는 그나마 웃음거리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름다운 옷을 걸쳐도 그다지 아름다워 보이지 않더라는. 이유는 .. 모르겠다.;

어째서.. 하나도..

예쁘지 않단 말이냐..;;



나도 쇼핑하는 거 좋아하고 요즘 못 해서 속병이 생길 지경이지만 이 영화는 참.. 뭐랄까. 쇼핑하는 여성들이 보고 기뻐할 만한 영화가 아니다. 왜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나사가 하나씩 빠진 듯한 컨셉인지... 지적이면서도 착한, 좀 폼나는 쇼퍼홀릭은 존재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인가?

과소비를 절제하고 자기 일에 충실하라는 아주 낡은 계몽영화. 아, 한 가지 더. 완벽한 남자친구를 만나면 쇼핑 따위로 스트레스를 풀지 않아도 된다는. 틀린 얘기는 아닐 수도 있지만 확실히 세련된 화법은 아니다. 원작이 재미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냥 책이나 읽을 걸;;

같이 봅시다!

섹스 앤 더 시티
감독 마이클 패트릭 킹 (2008 / 미국)
출연 사라 제시카 파커, 킴 캐트롤, 신시아 닉슨, 크리스틴 데이비스
상세보기

벌써 그리워지는 원숙한 언니들...역시 언니들이 최고였어.ㅠㅠ
레베카도 글쓰면서 나이 좀 더 먹고 솔로로 오래 살다 보면 철이 들런지...

2009/03/03 - [신씨의 리뷰/영화] -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008, 마이클 패트릭 킹)_결국 언니들이 원했던 건 화려한 더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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