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스캔들 -
박희곤
출연 : 김래원, 엄정화
세상을 베끼는 복제 기술자들의 그림전쟁이 시작됐다!
400년전 사라졌던 한 그림의 복원 프로젝트가 전국민의 관심 속에 세상에 공개된다. 복원에 성공한다면 한국 최고가로 경매될 것이 틀림없을 안견의 '벽안도'. 그 그림을 손에 넣은 미술계의 큰 손 갤러리 '비문'의 배태진(엄정화) 회장은 신의 손을 가졌다는 복원 전문가 이강준(김래원)을 스카우트하고 400억짜리 벽안도 살리기 작업에 나선다. 그러나 귀신 같은 손놀림으로 무엇이든 베껴내는 이강준과 원하는 그림이면 사기든, 살인이든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손에 넣고 마는 배태진의 마음속에는 서로 다른 속셈이 존재하는데... 프로젝트의 끝. 복원의 마지막 붓질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벽안도의 온전한 모습이 드러날수록 슬슬 속내를 비치기 시작하는, 대한민국 미술계의 숨은 고수들이 등장한다. 미술계의 마당발이자 인사동의 살아있는 족보 권마담(임하룡), 국내 최고 물량을 자랑하는 위작 공장 호진사 사장(고창석), 한때 미술 복제시대를 풍미했던 국보급 복제 기술자 박가(손병호), 미술계의 실권을 잡고 있는 국회의원을 비롯 일본 거대 미술 컬렉션 그리고 돈냄새를 맡고 찾아온 의문의 패거리 상복(마동석), 근복(오정세), 공수정(최송현)까지! 또한 그들을 추적하는 서울시경 문화재 전담반 강형사(김병옥)와 최하경 형사(홍수현))의 끝을 알 수 없는 그림 전쟁 한판! 속이려는 자와 속는 자, 믿는 자와 배신하는 자, 지키려는 자와 가지려는 자! 본 것을 믿지 마라. 당신이 본 모든 것은 어쩌면 가짜일 수도 있다. 벽안도를 둘러싼 통쾌한 사기극의 한 판 끝은 어디인가
하지만 <이탈리안 잡>이나 <식스티 세컨즈>, 하다못해 <프리즌 브레이크>와 같은 할리우드식 치밀한 강도계획의 A to Z를 인사동 버전으로 목격하고 싶은 젊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데에는 적당해 보인다. 빈틈없는 능력자로 그려지는 주인공 캐릭터, 이강준(김래원)을 보는 재미 역시 한국영화의 신파적 요소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다. 이강준과 패거리들은 아픔은 있으나 과거에 얽매이기보단 화끈한 현재를 즐기는 우애 넘치는 패밀리로 그려진다.
쌈짓길, 갤러리 골목 등을 헤집고 다니는 카메라는 우리에게 친숙한 풍경을 보여줌과 동시에 고루한 골동품과 전통적 문양의 기념품으로 가득차 있는 인사동의 이미지를 돈과 음모, 사기와 배신이 뒤얽히는 한바탕 전쟁터로 화려하게 뒤집어 보여준다. 저렇게 스펙터클한 동네였단 말인가, 그 정적이며 단아한 인사동이! 한 가지 아쉬운 건 배태진(엄정화)의 평면적인 악역 캐릭터다. 물론 엄정화의 악녀적 카리스마는 단연 빛나지만 사실 좀 빈틈이 많아보이는 악역인지라 그녀를 골탕먹이기 위해 이강준이 그토록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한 것이다. 긴장감 넘치는 박빙의 승부라기보단 일방적으로 '난 놈'과 한 수 아래인 악역과의 대결이라 다소 결말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래원은 역시 능청스럽고 자신만만한 천재 스타일에 제격이었다. 무엇보다 그가 벽안도를 복원하기 위해 취하는 갖가지 포즈와 자세들, 특히 그 눈빛과 땀방울은 훌륭한 그의 기럭지와 조화를 이루어 영화 속 인물에 한층 힘을 싣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최송현, 홍수현, 엄정화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이 주로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역시 주인공, 아니 김래원의 남성성을 부각시키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들 사이에 별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묘한 성적 긴장감이 조성되는 것이다.
한국영화의 스케일은 당연히 할리우드를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영화들은 할리우드와는 분명히 다른 볼거리와 정보를 제공하는 데 특장점을 발휘하는 영화들로 그 특징을 구축해 가고 있는 듯 하다. 영화 자체의 뛰어난 짜임새와 소재가 잘 녹아든 내러티브가 조화되고 각각의 스타 개인이 발휘하는 매력까지 더해져 한국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재미에 대한 기대감을 형성해 가는 것이다. <범죄의 재구성>이나 <타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최근의 <작전>에 이르기까지 이런 일련의 '작전' 영화들은 분명 할리우드 영화의 스피드를 흉내내되 할리우드 영화와는 구분되는 자잘한 한국적인 요소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훨씬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 영화 역시 최고는 아니지만 의외의 재미를 안겨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 : 판타스틱!!!!!!
★★★★☆ : 이 정도면 Good~
★★★☆☆ : 본전 생각이 살짝.
★★☆☆☆ : 이거 누구 보라고 만든건가요?
★☆☆☆☆ : 이래저래 자원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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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복수, 받은 건 배로 갚아준다.
2008/07/31 - [신씨의 리뷰/영화] -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_긴장하기엔 너무 인간적인(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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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과 음모의 판짜기, 중요한 건 팀웍!
2009/01/29 - [신씨의 리뷰/영화] - [영화] 작전 (2008, 이호재)_범죄의 재구성, 타짜를 잇는 매끈한 전문직(범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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