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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이클립스>좀 더 구체화되는 이야기, 그리고 더해진 재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5.



하나의 사회 문화적 현상인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인기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원작 소설이 전세계에서 1억 부의 판매고를 올린 소설이며, 영화로도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작품 ( <트와일라잇>은 월드수입 3억9천만 불, <뉴문>은 7억 불이며, <뉴문>은 7천2백만 불이란 기록으로 북미 오프닝 역대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다. 그리고 각종 프랜차이즈 상품으로도 인기를 높다. 인기만 놓고 본다면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히트 상품 정도를 넘어서는, 전세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사회 문화적인 현상이다. 물론 이것을 10대 소녀라든가, 일부 지역의 광적인 지지로 의미를 좁혀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모든 결과에는 필연적으로 원인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해 본다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인기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보통 크게 알려지는 이유로는 10대 소녀의 감성을 자극하는 뱀파이어 할리퀸 로맨스를 꼽는다. 원작 소설은 신화적인 존재인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란 소재에서 흥미로운 차용을 이루어졌다. 간단하게 본다면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10대 소녀의 삼각관계다. 여기서 조금 더 들여다보면 존재가 가진 상징적인 의미가 보인다. 뜨거운 피가 없는 뱀파이어는 차가움이며, 이성이다. 그리고 뜨거운 피가 흐르는 늑대인간은 따뜻함이며, 감정이다. 인물들 역시 그것에 맞게 만들어졌으며, 여기에 10대 소녀의 감성이 더해졌다. 이것이 <트와일라잇>의 기본구조인 이성과 감정, 차가움과 따뜻함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다.

 신화적인 구조에서 기본적인 코드만 몇 가지만 차용하고, 나머지는 상당하게 파괴한 원작 소설. 그러나 <트와일라잇>과 <뉴문>을 소설로도 읽었고, 영화로도 보았던 내가 느끼는 소설과 영화가 강점은 조금 달랐다. 원작 소설은 사실 성인 남자인 내가 읽기엔 정말 민망스러울 정도로 닭살이 돋는 내용이었다. 끊임 없는 외모의 찬양과 정체를 알기 힘든 10대 소녀의 행보의 계속적인 반복. 설정은 흥미롭지만, 내용이 그 인기에 비해 밋밋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달랐다. 원작이 가졌던 변형된 신화적 접근에 영상적인 감각과 음악적인 감각을 입혀 주어, 근사한 판타지 로맨스 영화로 재탄생 되었다.


선택과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클립스>

 앞선 작품들의 흥행으로 인해, 예정된 수순으로 등장한 <이클립스>. 영화는 만남과 사랑의 시작이었던 1편 <트와일라잇>과 새로운 라이벌의 등장과 갈등의 시작이었던 2편 <뉴문>의 스토리를 이어간다. 그렇다면 <이클립스>를 단순히 이어지는 내용 정도로만 볼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대답은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말할 수 있다. 기존 내용의 변형된 답습이란 해석으로 본다면 그렇다 이고, 기존의 내용의 정리와 확장으로 본다면 아니다로 볼 수 있다.

 <이클립스>에서의 중심적인 키워드는 '선택'과 '결과'다. 선택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것. 이것은 영화 속에서 과거의 결과로, 현재의 진행으로, 미래의 암시로 나타난다. 과거의 결과에는 뱀파이어와 늑대족 사이의 전투의 역사가 있다. 현재의 진행에는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의 고민이 있다. 뱀파이어인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늑대인간인 제이콥(테일러 로트너) 사이에서 방황하는 벨라. 벨라의 선택에는 필연적으로 결과를 따라온다. 벨라는 선택이 가져오는 미래의 결과 앞에서 고민한다. 

 <이클립스>는 전편들에 비해 이야기가 구체적이다. 전편에서 이어지는 빅토리아의 복수는 신생 뱀파이어 군단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며, 그들로부터 벨라를 지키기 위해서 뱀파이어인 컬렌가 와 늑대인간인 퀼렛족은 연합하여 신생 뱀파이어 군단과 싸운다. 영화는 이런 이야기의 설정 속에 과거가 담는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간의 역사와 컬렌가 일원들의 역사를.


선택의 딜레마에 놓인 벨라

 새롭게 다루어진 과거의 사실들은 앞선 <트와일라잇>과 <뉴문>에서 다소 헐겁게 보여지던 벨라의 고민을 상세화 시켜주었다. 사랑 또는 복수를 위해 뱀파이어가 되었던 자들. 그들이 포기해야 했던 면들이 구체적으로 다루어지며, 그 길을 걸었던 자의 아픔이 나온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자의 슬픔과 이용당한 자의 슬픔.

 과거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벨라, 에드워드, 제이콥의 관계는 단순한 삼각관계의 질투가 아닌 본질적인 고민으로 진입을 한다. 이런 구도는 삼각관계의 흥미를 주는 것과 동시에 이야기 속의 딜레마가 더해지면서 흥미가 커진다. 무엇을 선택하든 희생이 따르는 딜레마의 재미.

 첫 장면에서 빅토리아가 컬렌가와 퀼렛족 사이 영역을 오가며 도망가는 장면은 벨라가 가진 운명이 어떤 것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벨라는 에드워드와 함께 하고 싶지만, 그 선택에는 희생이 따른다.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잃어야 하는 희생과 퀄렛족의 복수를 부르는 희생. 게다가 볼투리가는 뱀파이어가 되는 것은 전제조건으로 벨라를 놓아준 상태다. 선택의 딜레마에 놓인 벨라가 하는 선택의 결과는 아쉽지만 2부작으로 개봉 예정인 다음 편 <브레이킹 던>으로 남겨졌다.


<뉴문>보다 훨씬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트와일라잇>은 정말 좋게 보았던 것에 비해 <뉴문>은 상당한 실망을 했었던 기억이다. 원작 소설이야 그럭저럭 보았던 것에 비해, 영화에서는 그 실망감이 상당히 달랐던 이유가 무엇일까. 난 이것을 원작 소설이 가진 틀의 한계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클립스>를 보고 난 후 생각이 바뀌었다. <뉴문>이 재미없었던 것은 감독의 연출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클립스>에서 감독을 맡은 데이비드 슬레이드 감독은 자신의 전작인 <써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에서 보여준 장르적인 장점을 <이클립스>에서 훌륭하게 재현했다. 액션 장면에서의 연출은 CG와 결합하여 상당한 속도감과 박진감이 있다. 그리고 로맨스를 다루는 솜씨도 상당하다.

 문득 생각해 본 것이 <트와일라잇>시리즈 와 <해리포터>시리즈는 무엇이 다를까라는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해리포터>시리즈는 원작 소설 자체가 가진 세계의 훌륭한 영상화가 주목적이라면, <트와일라잇>시리즈는 원작 소설의 설정에 더해진 훌륭한 감성화가 주목적이 아닌가 싶다. 이런 목적에 조금 방향에서 벗어났던, 밋밋하고 딱딱한 영상물이었던 <뉴문>. 그에 비해 <이클립스>는 <트와일라잇>이 가진 유산을 다시금 멋지게 계승한,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다만 예고편에서 보여진 액션 장면이 엄청난 규모일 것이란 기대치는 접기 바란다. 액션이나 스케일은 생각보다 소박한 수준이다. 도리어 그 기대를 에드워드와 제이콥의 티격태격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중간에 놓인 중립국 '스위스'인 벨라의 중재와 함께 말이다. 그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하다.

★★☆

*2010년7월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