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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와 미니모이 2 : 셀레니아 공주 구출 작전>뤽 베송 감독님, 이건 아닙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8.



이해할 수 없는 뤽 베송의 두 번째 프로젝트

 몇 명의 감독에게 이런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도대체 저걸 왜 하고 계신 걸까"라는 의문. <백 투 더 퓨쳐>시리즈나 <포레스트 검프>로 유명한 최고의 이야기꾼인 로버트 제멕키스 감독이 실사 영화는 저버린 채 수 년째 3D 퍼포먼스 캡쳐에 매진하면서 CG영화만 만드는 것. 제작자로는 괜찮지만 감독으로서는 연출력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스스로에 대해 고평가를 하는 강우석 감독. 더욱 다양하고 흥미로운 영화들을 만들 수 있는데 변신로봇만 붙잡고 있는 마이클 베이 감독. 이 분들이 나에겐 의문스러운 행보의 감독들이다. 사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분들에 대해 내가 왈가왈부 한다는 것도 넌센스이긴 하지만, 그저 한 명의 영화팬으로서 아쉬운 마음을 글자로 적어보는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하는 감독 리스트에 한 명을 추가한다면 뤽 베송 감독도 들어간다. <니키타>, <레옹>, <제5원소>, <잔다르크> 등 선 굵은 화제작들을 만들던 뤽 베송. 언제부터인가 그는 감독 보다는 제작자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뤽 베송이 돌연 선보인 뜻밖의 작품이 2006년 작품인 <아더와 미니모이 : 비밀원정대의 출정>으로, 국내에는 2009년에 뒤늦게 개봉을 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론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정말 의외라고 생각했다. 뤽 베송이 만들던 장르와도 연결이 쉽지 않던, 이해하기 힘들던 행보. 아무튼 <아더와 미니모이 2 : 셀레니아 공주 구출 작전>은 실사와 CG 를 합한 영화를 만든다고 몇 년째 재능을 날리고 계신(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뤽 베송 감독의 두 번째 프로젝트다.


1편의 구조를 재구성한 2편

 굉장히 부정적으로 뤽 베송의 <아더와 미니모이>시리즈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난 영화 자체로는 1편 <아더와 미니모이 : 비밀원정대의 출정>을 흥미롭게 보았던 기억이다. 아동 영화로 적합했던 이야기 구조였으며, 배우들의 연기(프레디 하이모어의 연기도 좋았지만, 셀레니아 공주의 목소리 연기를 한 마돈나 역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도 좋았던 영화. 그저 뤽 베송이 굳이 이런 영화를 왜 만들고 있는 걸까란 개인적 투정을 서두에 적어보았을 뿐이다.

 <아더와 미니모이 2 : 셀레니아 공주 구출 작전>은 1편의 시간 이후의 이야기다. 현실세계에서 미니모이만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아더. 그러던 어느 날 거미가 전해준 'HELP'라고 적힌 쌀 한 톨을 보고 미니모이들이 위험에 빠졌다고 아더는 직감하게 된다. 위험을 무릎 쓰고 미니모이 세계에 간 아더. 그러나 그것은 1편의 악당 맡타자드의 함정이었던 것이다.

 <아더와 미니모이 2 : 셀레니아 공주 구출 작전>은 전형적인 속편의 구조를 그대로 답습한다. 쉽게 설명하면 1편의 악당인 말타자드의 역습 정도의 이야기. 보통의 실사나 애니메이션 들이 1편을 답습하여 재구성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다만 그 재구성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접근인가의 문제가 중요하다.

 그러나 2편 <아더와 미니모이 2 : 셀레니아 공주 구출 작전>은 시작부터 불안했다. 몇 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서 기술적 진보를 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욕이 충만했던 걸까(사실 그다지 발전한 기술로도 안보이지만). 미니모이들의 정신 사나울 정도로 어지러운 행동으로 시작하는 도입부. 어지러움으로 인한 현기증의 증가 속도만큼이나 1편의 좋은 기억이 소멸하는 속도도 급격했다. 그러면서 내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한 가지. "영화가 뭔가 이상하구나".


3편의 프롤로그의 의미 말고는 다른 존재 이유를 찾기 힘들다

 <아더와 미니모이 2 : 셀레니아 공주 구출 작전>은 흥미로운 것은 둘째치고, 이야기 구조가 너무나 이상하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앞 부분에 깔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중요한 이야기들은 점점 뒤로 미루는 게 눈에 보일 정도의 여유로움. 그러더니 후반부에 이야기 속도를 갑자기 빠르게 올린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3편에서 계속'이라는 자막과 함께 끝나버린다. 순간 나는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3부작이라지만, 이런 어처구니 없는 구성은 뭔가. 영화가 무슨 TV드라마도 아니고 적당한 지점에서 끊고 다음 시간에 계속이라니. 중요한 내용은 3편인 <아더와 미니모이 3 : 아더와 두 세계의 전쟁>으로 넘기는 2편의 존재 의미는 단순한 프롤로그의 의미 말고는 다른 존재 의미를 찾기 힘들 정도다.

 <아더와 미니모이>시리즈는 분명 여러 장점을 가졌던 영화다. 영화의 소재는 어릴 적 많은 이들이 꿈꾸었던 내용인, 집 앞에 새로운 작은 나라가 있고 내가 그 곳에서 모험을 한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그렇기에 1편에 이어지는 2편에서는 좀 더 흥미롭고, 동화스러운 이야기를 보여줄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아더와 미니모이 2 : 셀레니아 공주 구출 작전>은 이런 식으로 만들면 곤란하다는 생각만 들게 했던 영화다. 한 편의 영화로 독립적인 기능이 완전히 제거된 영화일 뿐이다. 2편에서 편집을 어느 정도 했다면 3편과 이어 붙여서 하나의 영화로 만드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원작을 읽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영화로만 접한 느낌으로는 장삿속에 2편과 3편으로 쪼개어 진 것이란 생각이다.


뤽 베송 감독님, 이제 어른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뤽 베송이란 이름은 영화팬들에게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이름이라고 난 생각한다. 영화 감독으로서도, 영화 제작자로서도 말이다. 그러나 <아더와 미니모이 2 : 셀레니아 공주 구출 작전>는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더와 미니모이 2 : 셀레니아 공주 구출 작전>에서 굳이 장점을 찾는다면 1편에 이어 멋지게 성장중인 프레디 하이모어 정도(그나마 장점이었던 셀레니아 공주의 목소리도 2편에서는 마돈나가 안 했다)다. 황당한 사실 아닌가. 륏 베송의 영화에서 어린 배우만이 장점이라니. 믿기지 않을 정도다. 감독의 연출력이나 이야기 능력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너무나 몰입하다 보니 재능이 미니모이 나라로 가버린 것인가.

 3편 <아더와 미니모이 3 : 아더와 두 세계의 전쟁>을 보기 위한 여정으로 선택한다면 상관없다. 그러나 솔직히 말한다면 굳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이유를 나로서는 찾기 힘들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한다면 3편 개봉 전에 DVD로 주요 장면을 스킵해가면서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케이블 등에서 본다면 다소 고달플 것이다. 스킵할 수 없이 전체를 보아야 하니까.

 어차피 3편까지의 여정은 예정된 것이다. 그러나 3편 <아더와 미니모이 3 : 아더와 두 세계의 전쟁> 이후엔 뤽 베송 감독이 아이들의 영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물론 미니모이 나라 어딘가에서 분실한 감독의 재능도 함께 찾아서 오셔야 한다. 만약 지금처럼 만들거면 그냥 제작만 하시는 게 낫다.

★☆

*2010년7월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