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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스플라이스(2010) - 욕망의 덫

by 사과랑 2010. 7. 6.



감독: 빈센조 나탈리

주연: 애드리안 브로디(클라이브 니콜리), 사라 폴리(엘사), 델핀 샤네끄(드렌)

 

 <큐브>로 일약 스타 감독이 된 '빈센조 나탈리' 감독이 <판의 미로>, <헬보이>의 '길예르모 델 토로'와 만나 독특한 SF스릴러 한 편을 만들었습니다. 머리가 비상한 감독과 독특하고 특이한 세계를 잘 다루는 감독 둘이서 만난 셈인데, 이 둘의 결합품은 한 마디로 말해

 

 짜증난다.

 

 요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두 감독이 짜증난다기 보다는 영화의 설정이 보는 내내 짜증나게 만들더군요.

 

 '클라이브'와 '엘사'는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 결합을 하고, 이를 통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립니다. 바로 지금까지 동물의 유전자만 결합시켰었지만, 이번엔 인간의 유전자도 같이 포함한 것. 이 둘의 욕심은 욕구가 되고 욕망이 되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한 마디로 할 필요가 없는 짓을 해버린 두 과학자와 그 피조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앞에서 할 필요가 없다고는 했지만 정확하게는 필요에 의한 실험이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필요'라는 당위성이 모호해진다는 점에 있지요.

 

필모가 화려한 '사라 폴리'입니다.

명감독하고도 영화를 많이 찍었던 그녀는 영화감독이라는

필모도 있습니다.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최고인 그녀도

시간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지 너무 늙어보이더군요.




 

 영화는 해서는 안될 일을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는데요. 스릴러라고 보기 보단 거의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스릴러에 드라마적 서술이 잘 혼합된 영화인데요. 마지막까지 관객들은 어떻게 될지 뻔히 예상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장치해두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익히 아는 것들을 양념으로 버무려 놓았는데, 이는 곧 결말의 상황이 어떻게 번질지 관객이 예측하기 쉽게 해놓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짜증나는 영화인 것입니다. 이들이 선택한 것들은 모두 최악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고, 이를 막지 못하기 때문에 짜증이 나는 것이지요.

 

 영화는 우리가 익히 아는 성경과 가정복지학적 관점, 남자와 여자의 특수한 성격을 고스란히 넣어두었습니다. '엘사'는 '클라이브'에게 '하와'가 '아담'을 유혹하여 선악과를 먹게 한 것처럼 욕구를 부채질합니다. '엘사'는 또한 '드렌'을 인류를 위한 욕심에서 자신의 분신이라는 욕구로 변모하게 되죠. 곧 이들은 '드렌'을 통해 '욕망'을 분출해내기 시작합니다.

 '드렌'은 단순한 욕심을 단숨에 욕망으로 뛰어넘어 버리죠. 이로써 여자 본연의 질투심을 드러내보이게 하고, 남자는 성적 욕구를 내보이게 됩니다.

 또한 '엘사'는 어머니에게 받았던 상처를 '드렌'에게 똑같이 해줍니다. 즉, 가정환경에 대한 반복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인데요. 이를 통해 관객은 아무런 반항없이 주인공들의 행동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게 됩니다.

 

 여기에 결말에 대한 예측을 미리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경험적, 지식적 바탕을 통해 주인공들의 상황을 빨리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로인해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는 셈이고요.

 

 영화는 매우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처음부터 단순한 욕심은 그릇된 욕망으로 치우쳐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다는 것을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적인 이익을 위한 욕심이 개인의 욕구로 변할 때 이는 곧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거죠.

 


'에드리안'은 그의 모습을 <블룸형제 사기단>을 통해

뇌리에 박힌 배우입니다. 그전에 <킹콩>도 있는데 말이죠.

보기에 유약해보여 과학자의 이미지가 잘 맞는 듯한 그는

곧 프레데터와 싸울 강한 모습도 선보입니다.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제작할 영화<프레데터스>에서 말이죠.

'드렌'역의 '델핀 샤네끄'는 모델출신이라네요.

일반적 외모가 훨씬 좋더군요.






 이 이야기는 비단 과학자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치가도 그렇고 다른 모든 이들도 그렇죠. 관객이라는 제 3자는 경험과 지식을 통해 해서는 안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알고 있는 부분들이 외면당할 때 짜증이 나는 것이죠. 현재 국내의 정치나 경제처럼 말이죠.

 

 '길예르모 델 토로'의 감각은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드렌'의 디테일은 생각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빈센조 나탈리'가 보여주는 편집과 카메라 구도. 조명은 이 영화가 스릴러물로서 손색이 없게 만듭니다. 대칭구도나 조명에 의한 색감을 분위기에 맞게끔 멋들어지게 표현해줍니다.

 또한 초반 오프닝 시퀀스와 제작사 타이틀 시퀀스는 이 영화를 초반부터 어떤 영화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잘 만들어진 장면입니다.

 

 하지만 북미에선 그다지 큰 흥행은 못했더군요.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인 다크캐슬로선 아쉬울 듯 합니다. 다크캐슬에서 이런 영화가 나오다니 좀 의외더군요. 항상 <고스트쉽>이나 <13고스트>같은 영화만 생각이 나서 그런지 말이죠.

원제는 <Splice>. 꼬아 잇다. 접합하다라는 뜻의 매듭이라는 뜻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