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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돌고래>그들끼리 공감하는 로드무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1.



당신들 지금 뭐 하시는 건가요

 영화를 볼 때,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을 까란 생각이 들 때다. 재미의 문제가 아니다.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건가 의문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도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는 그런 상황에 대한 의문들. <분홍돌고래>를 보면서도 그랬다. 당신들 지금 뭐 하시는 건가요.


행복하지 않은 세 사람이 희망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

 <분홍돌고래>는 로드무비다. 만남의 시작이 있고, 함께 여행하는 과정이 있으며, 이별이 있다. 여행을 하는 사람은 지원(오수현), 화분(임호영), 대곤(한태일). 세 사람에게 공통점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분홍돌고래를 찾으러 간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행복하지 않다는 점이다.

 <분홍돌고래>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빌려 희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선천적으로 병을 앓고 있는 지원. 그녀에게 분홍돌고래는 어릴 적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 속의 존재다. 분홍돌고래를 만나면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가지고 여행을 떠난 지원. 그녀가 여행 중에 만난 화분은 분홍돌고래란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며 대곤은 그런 존재는 없다고 말한다. 희망을 알지 못하는 화분과 희망을 믿지 못하는 대곤. 지원, 화분, 대곤은 희망을 통해 투영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자아상이다. 그들의 여정 속 질문은 "한번도 보지 못한 것은 없는 것인가" 인데, 이것은 희망은 존재하지 않는 건 가란 질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여행 마지막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 여행의 끝은 어딜까".


공감이 사라진 로드무비

 그럼, 내가 이 영화를 왜 보고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야기는 있었지만, 공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분홍돌고래>는 소재 자체나 이야기 자체가 충실하다거나, 논리적 연결구조를 가진 영화가 아니다. 어느 날, 세 사람이 분홍돌고래를 찾아서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이니까. 그러나 영화는 몰입을 느끼면 다소간에 헐거운 구조 정도는 가볍게 잊을 수 있다. 몰입은 바로 공감 속에서 나온다. 이야기 속에 내가 있다고 느끼고,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겪으며 희로애락을 느끼는 것이 공감이다. 

 그러나 <분홍돌고래>는 그런 것이 없다. 그들이 겪는 상처나 그들이 말하는 희망은 너무나 식상스럽고 진부하다. 이런 진부함은 설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접근이 문제였다. 진부한 소재들인 병, 소외감, 가족과의 단절 등으로 이끌어낸 인물들은 그 진부함을 상쇄하는 극적 구성이 없으며, 너무나 쉽고 뻔한 전개로 일관한다. 

 그들의 시작은 무엇이고, 그들의 갈등은 무엇이고, 그들의 공감대는 무엇인지 전혀 알 수도, 느낄 수도 없다. 그저 여행만을 할 뿐이다. 이런 인물들이 외치는 분홍돌고래는 희망이라고 느껴지기 보단, 뜬 구름 잡는 꿈 타령이란 생각만 들게 한다. 공감 없이 만들어진 <분홍돌고래>는 아픔과 희망의 공유가 아닌, 그들만의 여행을 구경하게 만드는, 그들만의 로드무비다.

 이야기는 존재하지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알 수 없었던 영화 <분홍돌고래>. <분홍돌고래>는 목표를 잃어 버린 영화다. 그들이 보여주고 싶었던 꿈이 사라진, 방향을 상실한 로드무비에서 남은 것은 풍경과 과잉스러운 연기뿐이다. 한적한 시골 풍경 속에 보여지는 어울리지 않는 그들만의 여행. 물론 자전거나 기타 같은 진부한 소재도 동반한 채 말이다.

 하나 더 생각한 것은 시각의 문제다. <분홍돌고래>는 시각의 지점을 정확히 짚고 들어갔어야 했던 영화다. 철저하게 현실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것인지, 아니면 동화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했어야 했다. 내 관점에서 본다면 <분홍돌고래>는 어중간한 위치에서 바라보았기에 현실도, 비현실도 아닌 너무나 모호한 느낌만이 남은 영화다.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솔직히 <분홍돌고래>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내가 공감을 했던 부분이 전혀 없는데, 타인에게 추천을 어떻게 하겠는가. 장점을 말하기 조차 어려운 영화다. 정말 어렵게 찾은 장점이라면 스크린으로 우리나라 풍경이 너무나 보고 싶은 분, 또는 '국민대 김태희'라는 애칭이 붙은 오수현의 팬 이라면 보아도 무방하다는 정도다. 이런 걸 장점이라고 적는 내가 민망할 지경이다.



*2010년7월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