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영화 리뷰

<이웃집 남자>그 남자 흥미롭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12.


캐릭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배우, 윤제문

내가 <이웃집 남자>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윤제문 때문이었다. 내가 윤제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아니 지지하게 된 이유는 그를 통해 한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너무 거창한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난 2009년 <차우>를 통해 하나의 미래를 보았다.

근 몇 년 사이 한국영화 화제작에 이름을 올린 배우 윤제문. <마더>, <놈놈놈>,  <그림자살인> 등. 각각의 작품에서 적지 않은 비중의 역할을 담당했는데, 그것은 많은 이들이 그에게서 어떤 새로운 캐릭터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주연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차우>의 백만배 포수를 통해 그의 가능성은 거침없이 표출된다. 조금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나 개인적으론 <강철중>에 이어 또 하나의 캐릭터 영화의 가능성을 본 것이 '백포수'였다. 나 혼자만의 가진 기대일지도 모르지만 난 그 가능성을 보았고, 그러기에 윤제문의 첫 주연 작품인 <이웃집 남자>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그가 주연으로서 어느 정도의 역량을 보여줄지에 대한 시험무대일 테니.

<이웃집 남자>는 "이웃집 남자 상수는 나쁜 남자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는 영화다. 이 나쁨은 다양한 잣대가 필요하다. 윤리-도덕적인 잣대, 법률적인 잣대, 그리고 각자의 잣대 등. 그리고 이웃집 남자 상수는 자본주의를 온 몸으로 강의한다. 너무나도 자본주의 정신에 충실했던 이웃집 남자 상수. 그는 나쁜 남자였을까?


상수 자본주의의 완성은 벤츠

30대 후반의 부동산 업자 상수(윤제문). 그에게 자본주의의 논리는 간단하다. 바둑돌 다섯 개를 놓고 내가 세 개를 가져오지 않으면 둘 밖에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자본주의의 완성은 리조트 사업의 개발이다. 그것만 이루어지면 그 자신이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여기는 벤츠를 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 돈이든 여자든 많을수록 좋고, 먼저 가지는 놈이 임자인 그의 자본주의. 그의 꿈인 벤츠는 현실로 다가왔다. 바로 눈 앞까지.

<이웃집 남자>는 결말을 던지고 시작한다. 그리고 이 결말은 어떻게 온 것인가를 거슬러 올라간다. 거슬러 가기 전, 영화는 재미있는 독백을 관객에게 던져준다. " 세상으로부터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것이 인생의 법칙이다"라는 상수의 독백. 그리고  시작에서 던져주는 결말은 대가의 지불이다. 그리고 무엇에 대한 대가였는지를 찾아 간다.

무언가를 얻고 대가를 치르는 법칙. 이 속에는 다양한 탐욕이 흐른다. 성에 대한 탐욕, 돈에 대한 탐욕 등.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런 탐욕에 대한 이유를 모른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 이유들은 아무도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섹스에 집착하는 이유도 모르고, 돈이 중요한 이유도 모른다. 리조트가 왜 중요한지도 모르고, 부부가 같이 사는 이유도 모른다. 심지어 순댓국 집이 망한 이유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묻는다. 이유가 뭐냐고.

벤츠만 가지면 모든 게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상수. 그에게 벤츠는 자신의 성공의 완성과도 같은 상징물이다. 하지만 탐욕스럽게 살아온 그가, 단 한 번 양심의 소리에 떳떳하고자 했던 행동이 그에 대한 심판으로 돌아오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는 그 상황에서 웃음짓는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웃기지 않는가 라는 듯.


과연 상수는 나쁜 남자인가?

<이웃집 남자>는 여러 면에서 흥미롭다. 상수에게 변했다며 손가락질 하는 친구는 삼 년째 무직자다. 도리어 상수는 국가나 사회적으로 보면 잉여적인 인간은 아니다. 그런데 손가락질을 당한다. 조금 웃기는 상황이다.

순수함을 잃고 돈에 매몰된 남자, 상수. 세상의 탐욕 속에서 함께 매몰되어 갔던, 너무나 호흡과 보폭을 잘 맞추어 갔던 그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너무나 멀리 와버린 남자다. 그는 이제 탐욕스러움의 상징이며, 분노와 열등감을 표출 대상일 뿐이다. 그에겐 복수만이 돌아온다. 그 상황에서 상수는 웃음 짓는다. 순수함으로 돌아간 듯한 웃음을.

나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 영화 <이웃집 남자>. 하지만 영화를 보면 착한 사람은 존재하질 않는다. 그저 각자의 상황논리에 충실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렇기에 상수는 과연 나쁜 놈인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지 보다는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버티는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먹고 먹히는 그런 관계에 살아가는 이 군상들이 바로 오늘의 이웃집 남자의 모습이란 생각을 들게 만든다.


치열한 고민이 부족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작은 소품적 성격을 가진 영화 <이웃집 남자>의 가장 큰 미덕은 타 영화에서 주연급이 아닌 조연급 배우들이 영화의 중심에 선 점이다. 그들이 중심에 서면서 영화의 보폭을 넓혀주었고, 배우들의 다양한 역량을 보여주는 모습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웃집 남자>는 치열한 고민이 부족했다. 적당한 선 이상의 모험을 하질 않았다. 더욱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암울함과 그 속에서 치열한 이야기를 전개하길 바랬건만, 영화는 노출의 강도 만큼의 이야기 속 치열함은 안 보인다.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웃집 남자>는 솔직한 심정으로 선뜻 추천하기는 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다. 재미를 따지기엔 이 영화의 성격이 안 맞아 보이고, 주제의식으로 논하기엔 부족함이 보인다. 하지만 난 이 영화를 외면하고 싶지 않다. 윤제문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며,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난 그의 다음 행보 역시 지지할 것이다. 나는 그가 한국 캐릭터의 새로운 무언가을 보여줄 거라 믿는다. 이렇기에 난 사랑스러운 탐욕남 이웃집 남자 상수를 외면하기 힘들다.

*영화의 노출 강도가 약한 편은 아니다. 솔직히 조금 놀랐다.

*2010년3월1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