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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애듀케이션>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

지난영화 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1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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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소녀 제니의 성장통 이야기

<언 애듀케이션>은 제목 그대로 교육에 관해 다룬다.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에 선 인물은 17세 소녀 제니. 단조로운 학교생활을 보내던 자신의 마음으로 들어온, 자신을 소녀가 아닌 여성으로 대해준 한 남자를 만난 제니. <언 애듀케이션>은 그녀가 만났던 정열과 화려함에 대한 청춘 낙서이자, 교육 속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혼란을 겪는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다.


제니를 통해 바라 본 시대와 교육

1961년 영국, 부모님이 기대하는 옥스퍼드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던 17세 소녀 제니(캐리 멀리건). 보수적이고 엄격한 집안 분위기와 따분한 학교생활의 반복에 염증을 느끼던 그녀는 모든 것이 지루하기만 하다. 그런 그녀에게 비 오던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연상의 남자 데이빗(피터 사스가드)은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에 목적을 알 수 없던 그녀는 데이빗이 보여준 자유로운 세상에 점점 빠져들게 되며, 17세 소녀의 일탈이 시작된다.

시놉시스를 보고서 <언 애듀케이션>이 영국판 원조교제 영화라거나, 17세 소녀의 위험한 불장난 정도의 영화가 아닌가 생각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떤 영화를 보든 간에 각자의 가치 기준이 있는 것이고, 그에 따른 판단이 있으니까. 하지만 <언 애듀케이션>은 싸구려스럽게 나온 영화는 아니다. 1960년대의 영국의 혼란스러운 시대상만큼이나 혼란스럽던 학생의 가치관이 보이며, 그 시대의 부모님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오늘의 한국과 다를 바 없는 모습들

영화의 핵심적인 이야기는 한 가지로 압축된다. 옥스퍼드. 제니의 아버지가 바라는 '옥스포드'는 우리들의 부모가 말하는 '서울대'와 같은 선상에 있다. 인생 성공을 담보하는 단어이며, 신분 상승을 위한 발판이다. 왜 가야 하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가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며, 성공적인 인생을 위해서 라고 말한다. 가정과 학교에서 이런 교육을 받던 제니는 데이빗을 만나며 눌러왔던 욕구가 반응하며 폭발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보지 못한 세계를 맛보며 취하게 되고, 감정적으로 충만하게 된다. 그러나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제니를 위해 아무런 교육을 해주지 못한다. 아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며, 소통의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런 제니는 새로운 세계의 빛은 너무나 밝고 멋지다. 그러나 그 빛의 그늘은 알지 못한다.

<언 애듀케이션>의 그늘은 왠지 한국사회, 한국교육, 한국가정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한 씁쓸함을 던져준다.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스스로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그냥 좋은 대학에 가면 해결될 것이라 말하는 영화 속 교육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중요성을 잊은 채, 일방적인 자신의 희망을 자식 또는 학생에게 강요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행복일까?


캐리 멀리건 외엔 다른 매력을 찾기 힘들다

무엇을 , 어떻게, 왜 가르쳐야 하는지를 한 소녀의 성장통을 통해 접근한 영화 <언 애듀케이션>. 저널리스트 린 바버의 12페이지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스토리는 나에겐 그다지 와 닿는 내용이 아니었다. 1960년대의 영국의 시대적 감성을 몰라서 이해를 못한 점도 있었고, '일탈'이란 걸 다루는 방식이 조금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기도 했다. 단지 담론을 위한 가벼운 접근 정도의 의미 외엔 큰 매력을 찾긴 힘들었다.

하지만 <언 애듀케이션>은 한 가지 빛나는 보석이 담겨 있다. 바로 캐리 멀리건 이라는 보석. 17세 소녀 제니를 통해 보여지는 캐리 멀리건은 흡사 오드리 헵번의 모습이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이다. 숨겨진 욕구와 자아의 폭발적인 연쇄반응과 그것들을 통한 일탈의 모습을 근사하게 보여준 캐리 멀리건. 그녀의 모습은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언 애듀케이션>은 배우는 기억에 남아도, 내용은 기억에 남지 않는 영화가 되어 버렸다.

캐리 멀리건에 관심 가는 분은 필히 보아야 할 영화다. 하지만 일반적인 분들이라면 기대를 조금 낮추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면 무난할 거라 생각한다. 기대를 높게 잡으면 실망도 적지 않은 영화이니까.

*2010년3월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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