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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영화 리뷰

<사랑은 너무 복잡해>너무나 재미있게 만든 불륜적(?) 중년 로맨스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10.


이혼 커플들이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재결합

<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이혼 커플들이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문제, 바로 재결합에서 출발하는 영화이다. "헤어졌었던 중년의 남녀가 재결합이란 걸 생각하면서 다시 만난다, 하지만 남자는 이미 재혼을 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이 만남은 불륜일까, 아닐까?" 이제 사랑에 대해서 알만큼 알았고 해볼 만큼 해본 중년의 남녀에게도 참으로 어려운 난제이지만, 지켜보는 사람은 꽤 흥미로워 보이는 문제다. 그러나 흥미로운 발상이라 해도, 자칫 난장판 또는 난잡한 이야기로 흐를 요소가 커 보이는, 게다가 코미디이니 더욱 그럴 확률이 높았던 소재. 하지만 메릴 스트립 여사가 영화에 여주인공이라면 이야기가 틀려진다. 출연 자체만으로 영화의 격이 달라 보이는 '미칠듯한 존재감'의 그녀가 아닌가!

이혼과 재회, 재결합 등 어떻게 보면 난잡해질지도, 또는 어려워질지도 모르는 코드들의 이야기를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가볍지도 않게, 관객을 위한 적당한 눈높이와 적절한 공감대 형성으로 편안하게 다가온 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적당한 웃음과 여유가 보이던 영화였다.


중년의 세 남녀. 제인, 제이크, 아담

<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베이커리 숍을 운영하면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혼녀 제인(메릴 스트립), 젊은 여자와 재혼한 제인의 전 남편 제이크(알렉 볼드윈), 제인에게 호감을 가진 건축가 이혼남 아담(스티븐 마틴), 이 3명의 중년 남녀를 중심으로 열정과 신중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투기만 하다 헤어진 제인과 제이크.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서로를 바라보게 되었을 때, 이전과는 달라진, 그리고 변한 서로의 위치와 존재는 그들에게 다시금 열정이 생기게 만든다. 함께 늙어가고 싶은, 서로의 보살핌을 원하는 제이크. 그는 서로의 문제가 사라졌다고 말하면서 편안한 만남을 갖길 원한다. 생각했던 재혼생활과 너무 다름에 실망하고 고향 같은 그녀에게 돌아가고 싶어한다.

아담은 이혼한지 3년이 된 남자로 자신이 너무나 재미없게 살았음을 느끼고 제인을 통해 사랑의 아픔을 치유하고 싶어한다. 조심스럽게, 그리고 신중하게 다가서려고 노력한다.

제인은 이혼의 아픔을 힘들게 딛고 살아온 여자다. 그러나 전 남편 제이크의 열정적인 대쉬, 그리고 아담의 신중한 대쉬에 갈등한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른다. 그녀에게 재결합, 데이트, 가족 등은 혼란스럽고 복잡하기만 한 문제이다. 전 남편은 모든 문제가 사라졌으니 편안하게 다시 만나자고 하지만 그 남자는 이미 재혼한 몸이다. 제인이 그토록 증오하던 남편의 불륜녀가 자신이 되어버린 상황. 그리고 전 남편과의 재결합은 그녀가 이혼의 아픔만큼을 딛고 일어서는데 걸린 시간만큼 어려운 문제다. 다시 돌아가기엔 그만큼의 아픔과 시간을 필요로 할지 모르는 그런 재결합이다.


가족과 서로간의 위치에 대한 흥미로운 담론

<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중년의 로맨틱코미디이지만, 조금 들여다보면 위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 잊고 있었던 위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위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을 때, 다시 돌리기 얼마나 힘들고 멀리 왔는지를 코믹하면서도 의미 있게 보여준다.

이렇듯 조금은 난잡해질지도, 조금은 어려워질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아주 편안하면서도 즐겁게 보게 만들어준 것은 로맨틱 코미디의 명품감독 낸시 마이어스의 각본과 연출 덕분이었다. <왓 위민 원트>,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로맨틱 홀리데이> 등으로 이미 자타가 공인할 만한 로맨틱 코미디의 명장 낸시 마이어스. 그녀는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시각으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말도 안 되는 남녀문제를 말이 되도록 그럴싸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감독의 각본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준 배우들, 메릴 스트립, 스티브 마틴, 알렉 볼드윈. 이들은 경륜과 노련함이 묻어나는 연기로 영화의 설정과 캐릭터를 빛나게 만들어 주었다. 메릴 스트립은 어느 작품에서건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는 분이고, 스티브 마틴은 따뜻한 코믹을 보여주는 분이었다. 그런데 <사랑은 너무 복잡해>에서 눈에 가장 들어온 배우는 알렉 볼드윈이다. 그의 몸을 날리는 코믹연기는 잊기 힘든 명장면들을 관객에게 선사해 주며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겨 주었다.


흥미로운 불륜적(?) 발상의 로맨틱 코미디

흥미로운 불륜적(?) 발상이 돋보인 중년의 로맨틱 코미디 <사랑은 너무 복잡해>. 가볍게 볼 수 있으면서도, 경박하지 않은 품격 있는 로맨틱 코미디인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분, 메릴 스트립의 팬 또는 스티브 마틴, 알렉 볼드윈의 팬들에게는 꽤나 근사한 선물의 영화가 될 것이다. 또한 젊은 사람들의 사랑이야기에 식상했거나, 아쉬움을 가졌던 분들이라면 너무나 즐겁게 만날 영화라고 생각한다.

관객에게 즐거운 시간, 유쾌한 시간, 미소를 짓게 만드는 시간을 선사해주는 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 극장에서 놓치면 아까운 작품이다. 꼭 보시길 추천한다.

*2010년3월1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