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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아일랜드>좋은 원작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보여준 영화

지난영화 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3. 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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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원작을 영화화한 마틴 스콜세지

<셔터 아일랜드>는 좋은 원작을 어떻게 다루어야 좋은 영화로 만들어 질 수 있는지를 모범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싶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이며, <미스틱 리버>, <곤 베이비 곤> 등은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추리 스릴러 작가 데니스 루니안. 그의 원작소설 <셔터 아일랜드/ 국내 소설명 : 살인자들의 섬>는 세계적인 명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손에 의해 또 하나의 멋진 걸작 스릴러 영화로 재탄생 되었다. 그리고 감독은 탈출 불가능의 섬 '셔터 아일랜드'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탈출 불가능의 섬에서 누군가 사라졌다

보스턴 셔터 아일랜드의 정신병원에서 발생한 환자 실종 사건, 이 사건수사를 위해 연방보안관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동료 척(마크 러팔로)은 셔터 아일랜드 섬으로 온다. 중범죄를 저지른 정신병자를 격리하는 탈출 불가능의 섬에서 사라진 여인의 행방은 묘연하다. 테디는 수사를 진행하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고립된 섬에 갇힌 테디와 척의 주위에 점점 괴이한 일들이 발생한다. 셔터 아일랜드의 정체는 무엇이고, 이 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셔터 아일랜드>는 미스터리 스릴러답게 관객에게 문제를 던진다. "탈출 불가능의 섬에서 누군가 사라졌다, 이 사건의 정체는 무엇일까?"라는 문제. 그리고 관객은 범인이 누구인가와 사건은 어떻게 조작된 것인가 등 기본적인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나올만한 추리를 하게 되고, 영화는 힌트를 전개과정에서 하나씩 던져준다.

제한된 공간 속 셔터 아일랜드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공간적으로 제한된 섬 외에도 몇 가지 더 제한적인 면이 보인다. 제한된 테디 다니엘스 형사의 시각으로 사건은 보여지며, 형사의 의식을 통해 사건은 그려진다. 그리고 섬에 있는 인물들의 구성 역시 제한적이다. 모든 것은 이 섬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제한, 단절, 그리고 통제

'제한'이라는 키워드는 '단절'로 연결이 되며 그것은 '통제'로 이어진다. 사건보다는 개인적인 이유를 위해 섬에 온 테디 다니엘스 형사. 그의 의식은 혼란과 복수로 가득 차 있다. 그에게 셔터 아일랜드는 자신의 과거를 씻기 위한 공간이며, 복수를 위한 무대일 뿐이다. 그 무대에 선 다니엘스의 의식구조는 시간에 흐름에 따라 점점 관객에게 사건에 실체를 알려주며, 셔터 아일랜드에서 무엇이 제한되고 단절이 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어찌 보면 <셔터 아일랜드>의 결말과 반전은 스릴러를 즐겨 본 사람이라면 금방 눈치 챌 요소도 크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것에 상관없이 흥미진진하다. 영화는 관객을 쥐고 흔들며 긴장 속으로 몰아 넣는다. 완벽하게 만들어낸 셔터 아일랜드 섬, 그리고 미궁에 빠진 테디 다니엘스 형사. 다니엘스의 두통과 폭력성 그리고 환영. 이런 점들은 현실과 환상의 영역을 불분명하게 해주며, 다니엘스의 의식구조는 혼란스러움과 연결이 된다. 그리고 떠날 수 없었던, 나갈 수 없었던 공간, 셔터 아일랜드는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려준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원작에서 본 흥미요소는 아마도 이 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셔터 아일랜드는 그들에게 닫힌 공간이기도 했지만, 관객에게 닫힌 공간이기도 했다. 사건이 단순화되어 미리 알아차리는 것에 상관없이 이런 키워드의 영상적 재현을 통한 분위기를 알려줌이 <셔터 아일랜드>를 만든 감독의 의도였을 듯 싶다.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내공

<셔터 아일랜드>에서 보여진 마틴 스콜세지의 내공은 결코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다. 보는 내내 스크린에 보여지던 그의 기운은 대단했다. 감독은 스릴러 영화가 반전이 전부는 아니며, 반전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점을 보여준다. 이 점을 스릴러 영화 제작을 하는 분들, 특히 우리나라에서 스릴러를 만드는 분들은 꼭 주목해서 보았으면 한다. 스릴러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를. 좋은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 소설에서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소설에서 버려야 할 점을 정확히 짚은 거장의 시각에 주목해야 한다.

단절과 상처에 대한 영화 <셔터 아일랜드>. 거장의 힘과 무게가 느껴지는 영화였으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영화였다. 근사한 이 영화는 그 동안 수준 이하로 나온 스릴러 영화들에 지친 관객들에게 멋진 선물이 될 것이다. 당신이 원작을 읽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스릴러 장르에 해박해서 어느 정도 결말이 보이더라도 상관없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그런 점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긴장감이란 이런 것이다를 영상으로, 음악으로, 연기로 관객에게 전해준다. 마킨 스콜세지의 내공과 거기에 더해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크 러팔로, 벤 킹슬리, 막스 폰 시도우 등의 연기향연은 음미의 맛이 무척 깊다.


당신을 <셔터 아일랜드>로 초대한다

좋은 원작이 항상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좋은 원작이 좋은 작품으로 나왔을 때의 맛을 <셔터 아일랜드>는 느끼게 해준다.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다섯 번째 만남을 기대하며, 당신에게 <셔터 아일랜드>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탈출 불가능의 섬, 셔터 아일랜드 행 배에 몸을 싣기 바란다. 클래식한 영화의 흥미로운 시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마틴 스콜세지는 원작의 틀을 충실히 유지했지만, 하나의 대사 추가만으로 영화 이야기의 향방을 바꾸었다. 나중에 원작소설과의 비교 등을 하는 재미가 있으니 원작소설도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또한, <셔터 아일랜드>라는 제목이 가지는 함축적인 의미에 대해서도 보고 나서 음미해보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0년3월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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