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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솔트>평균 정도는 해주지만, 그렇기에 아쉽던 영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31.



폭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

 헐리우드에서 안젤리나 졸리가 가진 존재감은 다른 여배우들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요인은 영화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다른 여배우들과 비교가 안되게 크다는 사실 때문이다. 연기력이야 <처음 만나는 자유>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만큼 이미 검증이 된 상태이며, 다른 출연작인 <식스티 세컨즈>, <본 컬렉터>, <알렉산더>, <마이티 하트>, <체인질링>, <월드 오브 투모로우> 등 출연 영화의 면면을 보면 폭넓은 장르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애니메이션 더빙에서도 맹활약을 해서 <베오 울프>, <샤크 테일>, <쿵푸 팬더> 등에서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를 선보였다.

 그러나 안젤리나 졸리가 다른 여배우들과 차별화 되는 큰 부분은 바로 '액션'이다. 액션이 가능한 배우라는 점이 작은 규모의 영화부터 대형 블록버스터까지, 드라마, 멜로, 액션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희소성 있는 배우로 만들어 주었다. 

 단독 주연으로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액션 아이콘 안젤리나 졸리의 출발은 아마도 <툼 레이더>였을 것이고,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가 중간이었다면, 그녀를 액션 아이콘의 최고 위치에 올라서게 한 작품은 <원티드>일 것이다. 날아오는 총알도 휘어지게 만들 것 같았던 엄청난 카리스마를 관객에게 각인시켰던 <원티드>. 이후 졸리는 여배우로서는 독보적이라 할 수준의 액션 아이콘이 되었고, 남자 배우들과 자웅을 겨룰 수준에 이르렀다.


스릴러적인 재미는 버리고, 액션적인 재미만 추구

 <솔트>의 핵심은 '그녀는 누구인가?'라는 정체 문제다. 취조 중인 러시아 정보원에게 이중첩자로 지목 당한 CIA 요원 에블린 솔트(안젤리나 졸리). 러시아 정보원은 그녀가 미국을 방문 중인 러시아 대통령을 암살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이것을 장르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 스릴러로 활용할 것인가, 아니면 액션으로 활용할 것인가. 정체에 무게를 두고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스릴러 장르가 될 것이고, 탈출을 한다거나 작전을 만드는 식의 '활약'에 무게를 둔다면 액션 장르가 된다. 

 그러나 <솔트>는 액션 아이콘으로의 졸리를 너무나 쓰고 싶었던 조급증이었던 걸까? 스릴러적인 재미를 너무 일찍 버리는 선택을 했다. 의문을 활용하는 것은 초반부 정도이며 중반부터는 철저하게 액션 장르로서 재미만 추구한다. 문제는 '정체'에서 '활약'으로 이야기의 중심이 옮겨지면서, 소멸된 분량만큼의 스럴러적인 매력을 액션으로 채우려고 했으나 그것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조금 식상스럽던 단순한 플롯(영화가 다룬 소재 자체가 조금 시대착오 적이기도 했다) 속에서 <다이하드>식의 '죽도록 고생하기'를 졸리 버전으로 보여줄 뿐이다.


졸리에게 기대기만 하는 영화

 안젤리나 졸리는 본드걸을 하느니 스스로 본드를 하겠다고 할 만큼 액션 아이콘으로서 자신감이 대단한 배우다. 그러나 그녀를 전면에 내세운 <솔트>는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기대 이하의 영화다. 물론 전형적인 헐리우드 오락물의 범주에서 본다면 일정 정도의 재미는 충분히 주는 영화다. 첩보물과 스릴러를 혼합한 장르에, 졸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액션 장면의 보는 재미는 분명 있으니까.

 영화의 포인트인 졸리가 나온다는 점은 가산점을 주는 요소이며 동시에 평가의 기준이기도 하다. 기존의 졸리가 보여준 캐릭터 군에서 얼마나 발전하고, 흥미로운지가 관객들의 만족도와 판단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 그러나 영화는 너무나 한계에 머물러 있다. 졸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모습이지, 그녀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주는 모습이 아니었다. 바꾸어 말하면 전에 보여준 캐릭터를 손쉽게 활용하기만 했으며, 이야기나 소재가 매력을 주질 못했다. 졸리가 카리스마를 덧칠했기에 집중력이 일정 수준 살아났지, 여타의 배우였다면 솔직히 하품이 나올 수준이다.


이번에는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대해 본다

 <솔트>는 안젤리나 졸리를 좋아하는 분이거나 적당한 수준의 헐리우드 여름 액션 영화를 보고자 하는 분에게는 무난한 선택일 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졸리의 필모에서 우리의 기억에 남을 정도의(오래 사랑 받을 정도의) 영화가 될 확률은 희박하다. 평균 정도는 해주었지만, 평균을 기대한 것이 아니기에 아쉽다.

 <솔트>의 부족한 완성도로 인해 졸리의 존재감이 퇴색할 것이란 생각은 안 들지만, 앞으로 졸리의 행보가 조금 우려스럽긴 하다. 왜냐하면 졸리가 액션을 하는 데 처음으로 버겁다는 느낌이 들었던 탓이다. 극 중 달리는 장면에서 버겁다는 느낌이 든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사실 아이 셋을 출산한, 30대 후반을 향해 가는 여배우에게 20대에 보여준 연기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이긴 하다) 

 우리 시대의 최고의 여배우 중 하나인 안젤리나 졸리. 이번 영화는 아쉬웠지만, <툼 레이더>에서 보여준 졸리의 매력을 잊지 못하기에 다음을 기대해본다. 하지만 <솔트> 속편은 자제 요망!

*원래 <솔트>의 주인공은 톰 크루즈 였다고 한다. 그런데 개인적인 이유로 하차하고, 안젤리나 졸리가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전체적인 시나리오를 수정하여 '에드윈 솔트'를 '에블린 솔트'로 바꾸었다고 한다. 톰 크루즈 버전의 영화는 어땠을까 궁금하다.

*초반부에 북한 장면이 나오는데 요즘 미국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 아닐까 싶다. 예전의 작품들보다 북한군의 발음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보면서 민망한 것은 여전했다.

★★

*2010년7월2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