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신영화리뷰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82분 짜리 레고 CF 외 의미를 찾을 수 없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6. 7.


아날로그 장난감에서 디지털 장난감으로 진화 하는 레고

레고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오랜 세월 동안 전 세계 수 많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즐거움을 준 세계적인 장난감 레고. 레고는 1932년에 덴마크에서 탄생한 블록 장난감이다. 누구나 성장하면서 한번쯤은 가지고 놀았을 것이고, 가지고 놀지 못 했더라도 이름 정도는 당연히 인지하는 장난감 브랜드 레고가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사랑을 받게 한 비결의 이유는 무엇일까.

레고는 어떤 장난감도 따라가기 힘든 창의성이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레고는 상상력의 구현에 따라 무한대로 조립이 가능하다. 자신이 상상하는 어떤 것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이 가진 구현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실물로 구현해 보고 싶은 인간의 구현 욕구. 인류의 발전을 이룬 발명의 행보 역시 이런 욕구에서 출발했다. 레고는 구현의 욕구를 장난감을 통해 간접적으로 충족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점 때문에 레고는 지금까지도 어린이뿐만이 아닌, 성인에게도 사랑 받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의 어린이들은 예전처럼 단순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세대가 아니다. 아직 과거의 장난감이 유효하긴 하지만, 그 장난감들이 가졌던 상당한 지분은 컴퓨터와 비디오게임 등에게 빼앗긴 상태다. 레고라는 기업 역시 이런 시대의 흐름을 보며 블록 장난감만으론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생존의 고민은 가지고 노는 아날로그의 장난감에서, 게임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디지털 장난감으로 레고를 진화하게 했다. 그리고 진화는 영화로도 확대되었다. 영화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는 TV와 케이블에서 볼 수 있는 시각의 장난감으로 진화한 레고다.


탈옥한 마법사 멀록을 잡기 위해 구성된 레고 시티의 정예 멤버들의 모험담

엑스포 행성 교도시설에서 탈출한 사악한 마법사 멀록을 잡기 위해 레고 본부는 정예 멤버로 된 팀을 구성한다. 레고 시티 정예 멤버인 부릭 매스터슨, 팩 무링, 버니 본 빔, 그리고 레고 시티 역사상 최고의 탐험가 클러치 파워.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는 그들이 멀록을 잡기 위해 떠난 우주, 중세시대 등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의 이야기다.

도시, 우주, 중세 등 다양한 배경에서 펼쳐지는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는 자신이 레고를 위해 태어난 영화임을 잊지 않는다. 영화는 레고의 특징인 조립이란 틀에서 전개하며, 영화 속에서 거인이 낸 문제를 푸는 장면에서는 레고와 관련된 문제를 내는 영악함도 보인다.

그러나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는 제품 홍보물로는 어울릴지 모르지만, 영화로서는 수준 이하다. 영화의 구성과 사건은 전혀 창의적이지 않았다. 그저 레고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에만 충실할 뿐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시대 배경이나 사건들은 특정 제품군을 홍보하기 위한 스토리 전개라는 것이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엉성하며, 멍청하다. 아무리 어린이 대상으로 한 영화라고 해도, 이런 홍보가 어린이들에게 공감을 얻을지 의문이 들 정도의 완성도.


조립과 역할에 대해 망각한 채 표류하는 영화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의 키워드는 '조립'이다. 이것은 레고의 장점을 나타내는 키워드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역할에 대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블록은 각각의 위치와 역할이 있다. 제 위치에 맞게 조립이 되어야만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온다. 영화 속에서 클러치 파워는 혼자서만 행동하는 부류였으며, 다른 팀원들도 서로에 대한 존중 보다는 개개인의 활동에 주력하는 부류였다. 그런 클러치 파워와 팀원들은 함께 임무를 수행하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이것들이 조립 되어 하나의 팀워크가 되었을 때의 의미를 배운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영화 소재를 다룬 것이 무색할 만큼 협동이 안 보인다.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는 분명 홍보 영상의 목적만이 아닌 영화적 완성도도 잡고 싶었을 것이다. 적어도 영화임을 지각했다면 말이다. 하지만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는 영화가 영화적인 재미를 관객에게 주는 것을 우선해야 하는 목적을 잊고 있다.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는 극장을 찾는 사람들은 우선 재미와 감동을 가지기 위해 온다는 사실을 잊은 채, 레고 제품의 우수성과 다양성만을 일방적으로 주입한다. 그들이 만든 영화 속에서는 협동과 역할을 이야기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그 의미를 모른 채 말이다.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비를 낸 사람들의 그들의 욕심을 일정 충족 시켜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욕심을 충족시켜 주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역시 영화 제작진의 역량이다. 그러나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는 제품 홍보를 위해 희생되는 스토리만 보일 뿐이다. 82분짜리 레고 CF 외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다.


극장 티켓 값으로 레고 제품을 사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특정 제품군을 소재로 한 영화가 결코 간단하지 않은 작업임을 보여준 영화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 홍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재미 속에 묻어나야 사람들에게 공감이 가는 법이다. 노골적인 광고가 우선이 되는 것은 눈살만 찌푸리게 한다.

물론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는 제품 구입의 충동이 들게 한다는 사실에선 일정 성공적인 부분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광고를 위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작품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극장이나, DVD, 그리고 TV 앞에 끌어들일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아 보인다. 나처럼 강제적으로 극장에 앉아 82분 앉아서 보는 사람은 정말 소수일 것이고, TV 등으로 접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채널을 돌려버릴 테니까.

재미있는 영화 속의 레고가 되지 못 한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 어릴 적 로망이자, 지금까지도 내 마음의 한 구석에 자리잡은 레고를 이토록 엉망으로 만든 게 너무 아쉽다. 난 이 영화를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극장 티켓 값으로 레고 제품 하나 구매하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2010년6월1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