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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순수한 도전정신이 만들어낸 진실된 이야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6. 2.


순수한 도전자들의 이야기 <노스페이스>

<노스페이스>는 1936년 스위스 아이거 산의 북벽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자연에 도전하는 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실화. 많은 분들은 머리 속에 뻔한 스토리의 휴먼 영화겠구나 짐작을 하실지 모른다. 사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영화는 만만하지도, 가볍지도, 뻔하지도 않은 영화였다.

<노스페이스>는 자연과 도전을 다룬다. 자연의 위대함에 맞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자 들의 이야기. 그러나 영화는 그 도전자들 앞에 하나의 수식어를 붙여 준다. '순수한' 이란 수식어를. 그저 자연에 맞선 도전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산악인과 인간으로 조명된 '순수한 도전자들의 이야기'다. 순수한 도전자들이 만들어낸 진실된 이야기.


토니 쿠르츠와 앤디 힌터스토이서의 전기를 근간으로 한 작품

<노스페이스>의 배경인 스위스 아이거 산 북벽. 그 곳은 마테호른, 그랑드조르도와 함께 알프스의 3대 북벽이라 불리며, 가장 등반하기 어렵고, 등반 역사상 가장 사망자가 많았던 곳이다. 1936년 독일은 올림픽 개회를 앞두고 국위 선양을 위해 죽음의 아이거 초등을 위해 등반가들을 부추긴다. 그 도전에 나선 자들은 군에서 산악병으로 복무 중이던 독일인 토니 쿠르츠(벤노 퓨어만)와 앤디 힌터스토이서(플로리안 루카스). 그들 뒤를 이어 두 명의 오스트리아 산악인들이 북벽 도전에 나선다. 수많은 취재진과 관광객들 앞에 시작된 독일 팀과 오스트리아 팀의 북벽 도전. 그러나 북벽의 악천후는 그 도전을 쉽게 허용하지 않고, 부상 등의 상황이 발생하며 그들은 위기에 빠진다. 그리고 점점 인간의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토니 쿠르츠와 앤디 힌터스토이서의 전기를 근간으로 한 <노스페이스>는 도전 자체가 영화의 줄거리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기분과 도전정신이 빚은 정복의 쾌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앤디와 토니. 그들은 목숨을 건 도전에 비해 너무 소박한 행복을 만끽하는 순수한 산악인이다. 영화는 그들의 모습만이 아닌 주위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순수한 도전이 어떻게 이용 당하며, 어떻게 변질되는지로 이야기를 확장해간다.

등반을 상업적,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등반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다르게 변질시켜 이용하는 시대적, 사회적 분위기. 그러나 정치적인 이유로 경쟁이 부추겨진 독일 팀과 오스트리아 팀이었지만, 그들은 같은 산악인이며, 인간이었다. 서로 도우며,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모습에서 보여지던 진정한 등반과 도전의 의미, 그리고 인간으로서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윤리적인 도리. 조국에서 영웅에서 배신자로 버림받았던 앤디와 토니 였지만 그들은 진정한 산악인으로 '도전'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누구를 위한 도전이고, 무엇을 위한 도전인지를. 도전을 왜 하는 것인지를.


핸드헬드 카메라로 담긴 리얼한 영상

<노스페이스>는 도전을 그리는 방법에 있어서도 기존 영화와는 상당히 거리감을 두고 있다. 기존의 헐리우드 산악영화처럼 보이길 원하지 않았던 필립 슈톨츨 감독은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을 전하기 위해 핸드헬드 카메라를 사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핸드헬드 카메라에 담긴 산은 두려움과 동경의 다른 이미지를 함께 보여주며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을 아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찍어진 사실적인 산악 장면들은 이용하려는 자들의 따뜻한 만찬 장면들과 대비됨으로 연출적인 효과가 더욱 극대화 된다. 술을 마시며 내일은 도전이 성공할까 내기하면서 웃고 떠드는 부자들과 산에서 비박을 하는 도전자들. 어찌 보면 이 모습은 사회의 이중적이며, 계산적인 면이기도 하다. 그때도 있었고, 지금도 변하지 않는 사회의 속물적인 모습.

<노스페이스>는 단순히 자연 대 사람의 대결 구도적인 면을 담지 않았기에 신선하다. 게다가 성공의 이야기가 아닌 실패의 이야기를 담았기에 더욱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노스페이스>는 결코 감동을 자극하는 방법을 취하지는 않는다. 도리어 차갑고 냉정하다. 냉정하게 사회의 모습을 담으며, 시대의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도전의 순수함을 잃은 시대에 대해 비판한다.

하지만 감독은 삶의 소중함이란 희망 역시 버리지는 않았다. 그들의 도전은 실패하였으며, 국가와 역사는 그들을 잊었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도전과 희생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도전사의 한 페이지였는지를 이야기 한다. 성공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들의 도전의 모습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배우고, 의미와 희망을 찾아보자고 감독은 말한다.


숭고한 도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시간

나는 <노스페이스>를 보고 나서 요즘의 등반과 언론보도에 대해 생각이 나며 쓴 웃음이 나왔다. 정말 올라갔는지, 안 갔는지에 대한 진위 여부를 따져야 하며, 거대한 자본이 스폰서로 붙어 경쟁적인 등반을 부추기는 요즘의 세상. 이 모습은 영화 속 속물들의 모습과 다를 바 하나도 없다. 부자들의 구경거리이자 언론들의 기사감일 뿐이며 의미는 점점 퇴색해 간다. 등반이 무슨 100m 달리기 같이 이루어 지는 세상. 이런 세상에서 앤디와 토니가 잃지 않았던 등반의 순수한 의미가 지금의 산악인들에게 남아있을까.

기존 헐리우드 영화의 역동적인 화면이나 빠른 전개는 없지만, <노스페이스>엔 힘이 있다. 자연이 주는 위대한 힘과 거기에 도전하는 인간의 아름다운 힘. 이 모습들을 통해 순수함이 점점 사라져가는 세상이지만, 아직은 도전의 아름다움이 있음을 함께 찾았으면 한다. <노스페이스>는 진한 감동은 아닐지라도, 가슴 뭉클한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준다. 그리고 단지 돈 때문이 아닌, 숭고한 도전, 그 자체에 의미를 둔 도전이 아직은 존재한다는 믿음을. 지금의 산악인들에게도 이 도전의 의미가 남아있을 거라 난 믿고 싶다.

★★★

*2010년6월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