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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댄스>댄스 영화의 재미는 충분하지만, 3D는 그다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6. 15.


영화가 주는 체험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영화 <스트리트 댄스>

영화를 체험적인 면으로 본다면 다른 문화, 예술 장르와 어떻게 다를까. 미술이나 음악은 여러 사람의 공동 작업이 아닌 혼자의 작업인 경우가 많다. 혼자 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살아온 인생과 시대가 직접적으로 투영될 여지가 크다. 그래서 해석을 좀 더 깊이 있게 하자면 어느 정도 창조자의 인생을 함께 놓고 보아야 그 의미를 깊이있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다르다. 보통의 경우 영화는 혼자가 아닌, 공동의 작업으로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한 사람만의 인생으로 읽기엔 무리가 있다. 감독과 제작, 시나리오 작가, 주연 배우 등이 다양하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만들어내는 영화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기에, 음악이나 미술에 비해 그 해석이 직접적이며 간결하다. 보이는 것 그대로 직관적으로 읽을 수 있으며, 공통의 해석이 도출될 여지가 크다. 다양한 사람들이 편하게 즐기는 것이 이 때문 일지도 모른다.

직접적인 전달을 하는 영화의 간접 경험은 시간의 흐름 속에 기술적 진보를 더해갔다. 더욱 다양하고 현실감 있게 진행 되는 영화의 체험은 외계인을 만나게 해준다던가, 엄청난 자연재난을 보여주는 등 우리를 상상의 나라로 안내하기도 했으며, 세계 각국의 명소들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직접 보거나 경험하기 힘든 것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스트리트 댄스>는 눈과 귀의 체험에 충실하다. 댄스 영화라는 장르답게, 춤으로 눈을 즐겁게 해주며 신나는 음악으로 귀를 즐겁게 해준다. 물론 뮤직 비디오가 아닌 영화의 모습을 갖추다 보니 기본적으로 플롯이 존재하지만, 그 무게감은 현저히 가볍다. 춤도 스포츠의 한 영역이니 스포츠 영화의 그것 (도전, 라이벌, 좌절, 극복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틀)과 유사하며, <플래시 댄스>나 <스텝 업>등의 댄스영화가 다져온 길에서 이탈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이야기의 <스트리트 댄스>는 기존 댄스 영화들과 같은 틀 속에 나온 제품이지만 3D라는 새로운 덧칠을 했다. 현재 세계영화계의 가장 큰 화두인 입체영화를 댄스에 접목시킨 영화 <스트리트 댄스>. 영화는 체험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3차원의 영역 속에서 춤을 보여주고자 했다.


연기의 부족함을 퍼포먼스의 에너지로 메운다

앞서 말한 대로 <스트리트 댄스>는 스토리에 집중하는 영화가 아니다. 댄스 영화의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인 도전, 라이벌, 좌절, 극복이란 틀. 이 틀 속에서 어떤 대회에 도전할 것인지, 어떤 정도의 레벨을 가진 라이벌이 나타날지, 주인공의 좌절 앞에 어떤 조력자가 나타날지, 그리고 연습을 통해 어떻게 갈등을 극복하고 성공을 쟁취할지를 보여준다.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점은 스토리가 아닌 퍼포먼스. 주인공의 퍼포먼스와 라이벌의 퍼포먼스가 맞붙는 것이 댄스 영화의 핵심이다.

<스트리트 댄스>에서의 대회는 스트리트 댄스 챔피언쉽 결승전, 그리고 라이벌은 최강의 스트리트 댄스팀 '더 써지'다. 주인공인 칼리와 친구들이 겪는 어려움은 연습실이 없다는 점. 우연한 기회에 만난 로얄발레단 원장은 칼리에게 제안을 하는데, 발레 팀과 함께 새 안무를 짜서 함께 대회에 나간다면 연습실을 제공해준다는 조건이다. 발레와 스트리트 댄스라는 전혀 다른 문화는 그 차이만큼의 사람들 간의 갈등을 불러오는 것이 주인공이 겪는 갈등이며 좌절이다. 그리고 칼리의 팀이 발렛팝이란 새로운 퍼포먼스를 완성하여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화해이고, 극복이다.

<스트리트 댄스>에서 연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은 로얄발레단 발레교사 헬레나 역을 한 샬롯 램플링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는 부족함이 크다. 연기하는 배우라기 보단 춤을 추는 댄서에 가까울 정도의 연기력. 그러나 영화는 연기의 구멍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댄스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도 분명 있었겠지만, 그것보단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지기 때문에 그렇다. <스트리트 댄스>는 연기의 부족함을 어떻게 메울지 잘 알고 있었다. 인물의 열정을 끌어내어 그것을 에너지로 바꾸어 퍼포먼스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 영화는 이것에 충실하다. 관객이 지금 무엇을 체험하러 왔는지,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신나게 어깨를 들썩거리길 원한 관객들의 요구사항에, 멋진 퍼포먼스로 적극적으로 응답한다.


입체영상은 그저 그런 수준이다

<스트리트 댄스>가 열정을 퍼포먼스의 에너지로 보여준 점에선 나쁘지 않은 점수를 준다면, 다른 측면인 입체영상은 어땠을까. 이 질문에 솔직히 대답하자면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말하겠다. <아바타>나 <드래곤 길들이기>같은 컴퓨터로 만들어진 영상에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테니, 실사 3D 영화들에 비교하자면 기존 <블러디 발렌타인>이나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에 비해선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춤의 역동성이 느껴질 만큼의 놀라운 입체감은 결코 아니다. 그저 조금 신선하구나 하는 정도.

<스트리트 댄스>의 3D는 타협이 느껴지는 결과물이다. 시각의 피로감이 큰 입체영화에서, 움직임이 큰 댄스를 보여준다는 것은 적지 않은 단점이다. 이런 단점을 아는 영화는 절제된 댄스의 구성을 보여주며, 카메라 동선을 크게 하지 않았다. 또 러닝타임을 90분 대로 만들어 눈의 피로도를 고려했다.

<스트리트 댄스>는 개인의 역동성을 강조되는 댄스보단, 창조성 있는 군무를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발렛팝의 안무는 발레와 스트리트 댄스라는 이질적인 두 문화가 만들어 낸 자유로움과 창조성이 물씬 느껴진다. 이것을 3D로 보는 시각의 체험은 엄청난 경험은 아닐지라도, 흥미로운 경험임은 분명하다.


가능성을 체험한다면 3D를 추천하지만, 2D로 보아도 충분히 재미있다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진화하는 3D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영화 <스트리트 댄스>. <스트리트 댄스>는 댄스 영화로는 일정 수준의 재미를 주는 영화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3D로 보는 것에 대해선 망설여진다. <스트리트 댄스>는 극 중 대사인 '우리 답게, 우리 식으로' 만든 3D 댄스영화지만, 그 결과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입체감은 분명 아니었으니까.

가능성의 영역을 체험하기 위한다면 <스트리트 댄스>를 3D로 보시고, 그냥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춤을 보는 것 정도에 만족하려면 2D를 추천하고 싶다. 2D로 보아도 이 영화는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가능성의 영역으로 남은 댄스 영화의 3D는 올 여름 <스텝 업 3D>를 통해 어느 정도 미래의 판단 결과가 나올 것이다. 8월 개봉 예정인 <스텝 업 3D>가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

*2010년6월1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