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신영화리뷰

<베스트 키드>리메이크에 임하는 성실한 자세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6. 10.


아이디어에 허덕이던 헐리우드가 꺼내든 추억의 이름 <베스트 키드>

근래 헐리우드에서 개봉했거나, 개봉 예정인 영화, 또는 제작 준비 중인 영화들의 리스트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보인다. 예전 작품들을 새롭게 만든 작품들이 많다는 점이다. 리메이크 또는 리부트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나 리부트가 어제 오늘 일이냐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나로서는 조금 흥미로운 면이 보여서 거론을 한 것이다. 80년대 주류를 이루었던 영화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이루어진다는 점. 공포물로는 <할로윈>이나 <13일의 금요일>, <나이트 메어>가 새롭게 제작되었고, SF 영화로는 <스타 트렉>이 개봉했고, <프레데터>가 개봉 예정이며, <로보캅>의 소식이 들려온다.  TV시리즈였던 <A-특공대>는 극장판으로 변신했고, <맥가이버>도 곧 극장판이 나온다고 한다. 다양한 80년대 아이디어들이 2010년 현재 영화들로 다시 제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 그 이유를 CG가 주류를 이루던 시대가 오기 전, 아이디어로 승부하던 헐리우드에서 찾고 싶다. 80년대는 CG가 있긴 했지만, CG의 시대는 분명 아니었다. 80년대는 기술보다는 소재, 물량보다는 표현이 중심이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터미네이터2>와 <쥬라기공원>의 등장은 80년대 방식의 종말을 고하게 했다. 이들 CG영화들은 표현의 한계를 사라지게 했으며,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시각의 새로운 영역을 보여주었다. CG로 만들어진 공룡, 외계인, 전쟁 등은 이전과는 다른 사실감을 주며 헐리우드의 주류로 등장했다. CG로 무장한 블록버스터의 폭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헐리우드 주류 영화의 기본 공식이었던 CG는 빛과 그림자를 가져왔다. 점점 발전해가는 현실감은 자유로운 구상을 확대시켜 주었지만, 비슷비슷한 소재로 만들어진 안일한 기획의 영화들이 많아지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아이디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 헐리우드는 고갈된 아이디어를 예전 작품들로 채워보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물들은 몇 년 사이 우리 앞에 등장했다. <베스트 키드>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아이디어에 배고픈 헐리우드가 창고 구석에서 꺼낸 추억의 이름이다. 이 사실은 나에게 불안요소이기도 했다. 기대보다는 우려를 하게 한 불안요소.


원작 플롯에 충실하면서, 그 속에서 모색한 흥미로운 변화

먼저, 질문은 던지겠다. <베스트 키드>를 아는가. 이 제목을 안다면 1980년대 영화를 보아 온 사람이거나 영화를 좋아해서 예전 영화를 찾아 보는 사람, 아니면 우연히 케이블에서 본 사람 정도가 아닐까 싶다. 1984년에 개봉한 <베스트 키드> (※원제는 <가라테 키드>인데 당시 일본 무술을 홍보하긴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국내개봉 명이 바뀌었다)는 북미에서만 9천만 불을 벌어들이며 1984년 박스오피스 전체 5위에 든 슬리퍼 히트작으로, 주연이었던 랄프 마치오와 엘리자베스 슈를 청춘 스타로 만들어 주었다.

1984년 <베스트 키드>는 원제 <가라테 키드>의 가라테 보단 키드에 주목한 영화다. 가라테라는 무술을 통해 왕따를 당하던 소년이 강하게 성장한다는 이야기를 담긴 했지만, 기본적으론 하이틴 영화였다. 가라테는 도리어 양념으로 느껴질 정도로 무술의 묘사는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적어도 1편에서는 말이다.

그러나 성룡과 제이든 스미스가 만든 2010년 <베스트 키드>는 예전 작품과 그 모습이 너무나 달랐다. 기본적인 플롯은 1984년 작을 따르지만 그 차이가 꽤 크다. 표면적인 차이점이라면 무대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었고, 주인공은 백인에서 흑인으로 바뀌었으며, 가라테는 쿵푸로 바뀌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게 바뀐 점은 키드를 주목한 것이 아닌, 가라테, 즉 무술을 주목했다는 점이다. 영화는 무술이 가진 정신수양을 통한 성장에 대해 주목한다.


장점은 더욱 부각되고, 단점은 보충되었다

<베스트 키드>는 1984년 원작이나 2010년 리메이크 작이나 성장에 관해 다룬다. 무술을 통해 한 소년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하며, 그 소년을 가르치는 사부는 제자와 교감을 통해 마음의 성장을 한다는 내용. 2010년 작 <베스트 키드>는 청춘 영화에서 무협 영화로 성격이 바뀌었지만 원작에서 부족했던 점과 장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리메이크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관객에게 확실히 보여준다.

원작의 조금 가벼우면서 부족했었던 이야기는 짜임새가 보강되었고, 무술은 그 차원이 다르게 느껴진 정도로 강화되었다. 그리고 원작의 장점이었던 무술 속에서 배우는 '정신 자세'와 '균형'을 제대로 부각시킨다. 쿵푸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사부와 제자의 훈련을 통해서.

그리고 쿵푸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미스터 한(성룡)과 드레(제이든 스미스)의 모습에선 교감이 느껴진다. 과거 랄프 마치오와  팻 모리타는 분명 이 점이 부족했다. 그러나 보강된 이야기에서 만들어진 당위성은 사부와 제자의 교감에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외톨이로 괴롭힘을 당하는 드레는 그들에 맞서는 용기를 미스터 한에게 배우고, 가족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미스터 한은 소통하고 화해하는 법을 드레에게 배운다.


성룡과 제이든 스미스, 이들의 연기만으로 <베스트 키드>는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리메이크에 임하는 성실한 자세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영화 <베스트 키드>. 장점은 더욱 부각되고, 단점은 보충되었다는 점도 좋았지만, 더욱 마음에 드는 점은 1984년 원작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았다는 점이다. 약간의 뒤틀기로 만든 장면들에 숨어있는 원작에 대한 사랑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성룡과 제이든 스미스을 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 이제 연기의 경지에 올라섰다고 느껴지는 성룡의 모습엔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며, 경륜이 느껴진다. 1984년 작으로 팻 모리타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는데, 난 성룡 역시 그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제이든 스미스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우월한 유전자를 받고 태어난 행복한 아이에서, 스스로 재능을 꽃 피워 가는 노력이 보인다. 그가 보여준 무술 장면 등에서의 모습은 단순히 후광만을 업고 가는 연기자가 아닌, 스스로 노력해나가는 연기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어설픈 가라테에서 화끈한 쿵푸로 변신한 <베스트 키드>. 난 이 영화를 추천한다. 이런 정도로 리메이크들이 나온다면 대환영이다. 근사한 리메이크작 <베스트 키드>를 극장에서 꼭 보시길 바란다. 사부와 제자의 멋진 교감이 당신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 믿는다.

★★★

*2010년6월1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