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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온 남자들>영심이를 찾기 위한 세 남자의 바보스런 여행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4. 6.


너무나 실망스럽던 예고편

<집 나온 남자들>을 처음 접한 건 극장에서 본 예고편을 통해서다. 예고편을 통해 받았던 솔직한 느낌은 실망감. 지진희의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오버 연기와 양익준의 미국 운운 하는 어설픈 개그, 이제는 식상한 감을 주는 이문식의 감초 연기 등. 천박스러워 보이는 개그에, 웃기려고 너무 오버한다는 생각만 들던 대사들은 쓰레기 로드무비가 아닐 까란 우려를 줄만한 요소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집 나온 남자들>을 보러 가기 전, 나는 영화가 평균이나 할까라는 생각을 가진 채, 사실상 기대라는 걸 접은 상태로 극장을 찾았다.


영심이를 찾기 위한 세 남자의 여행

라디오 생방송 중 일방적으로 이혼을 선언한 성희(지진희). 그러나 아내 영심은 한 통의 편지만을 남긴 채 이미 집을 나간 상태다. 폼 나게 이혼하려다 스타일을 구긴 성희는 친구 동민(양익준)을 데리고 영심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영심을 찾기 위해 조사를 할수록 지금껏 알지 못한 그녀의 과거를 알게 된다. 술집마담에게 빚이 있고, 정체불명의 VNM에 가입되었으며, 설상가상으로 결혼 3년 동안 존재도 몰랐던 영심의 친 오빠 유곽이 나타난다. 도대체 영심은 어디에 간 것이며, 그녀의 정체는 무엇인가?

<집 나온 남자들>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영심이를 찾아라'다. 집 나간 아내 영심을 찾기 위한 성희, 동민, 유곽, 세 바보 같은 남자들의 영심이를 찾기 위한 로드 무비. 그러나 그녀를 찾기 위한 조사를 할수록 몰랐던 사실이 밝혀지고, 그 과정에서 바보 같은 남자들은 바보같은 해프닝에 얽히게 된다.

영심이를 찾기 위한 과정 속에서 영화는 두 가지 의문을 제시한다. 하나가 그녀가 사라진 이유라면, 다른 하나는 그녀의 정체. 이 두 가지 의문은 영화 전반에 독특한 의문의 흐름을 만들어주며, 분위기와 흥미로움을 조성해 주었다. 그리고 두 개의 의문은 마지막 과정에서 봉합되며, 영심이의 진심과 그녀의 여행의 이유를 알려주며 전체적인 마무리를 해주었다.


로드무비 속에 담긴 말장난과 허무개그

로드무비에 미스터리와 코믹을 잘 섞어준 영화 <집 나온 남자들>. 전체적으론 로드무비답게 '여행'과 그 여행으로 '얻는 것'에 대한 내용 구성이 꽤 그럴싸하다. 장르적인 재미도 좋은 편이고, 다소 과장스러운 연기와 화법이지만 전하고자 하는 바도 비교적 잘 전달해 주었다.

영화가 비교적 잘 빠지게 나온 큰 공은 역시 지진희, 양익준, 이문식 의 기대 이상이었던 연기호흡. 바보스러운 세 남자의 좌충우돌 여행을 말장난과 허무스러운 개그로 유쾌하게 보여 주었다.한 사람이라면 부족했을 연기지만, 여러 사람의 힘을 더해 만들어낸 그들의 연기 시너지 효과는 상당히 좋았었다.


녹용을 재평가해준 <집 나온 남자들>, 추천할 만한 영화다

정말 초딩스러운 어른들이 어떤 모습인지 제대로 보여준 영화 <집 나온 남자들>. 꽤 만족스러운 영화로 적극 추천은 아니더라도 추천할 만한 영화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영화는 장르적 성격에 충실했던 점이 마음에 들며, 독특한 개그 코드 덕에 상당히 즐겁게 웃게 해준점도 마음에 든다.

2009년 <차우>가 독특한 개그 코드로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면, 2010년에는 <집 나온 남자들>이 날 즐겁게 해주었다. 다만 걱정스러운 점은 <집 나온 남자들>의 코드는 대중적인 코드라기 보다는 매니아적인 코드가 될 가능성도 크다는 점. 영화의 전개는 앞뒤 안 맞는 전개라 질타를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독특한 구성이라 평가 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생뚱맞은 상황들과 대사들은 유치와 유쾌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감이 안 오며, 대중적인 평가가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하지만 난 <집 나온 남자들>을 결코 나쁘게 평가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내가 본 어떤 영화보다 녹용을 이토록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영화를 본 기억은 없었으니까.

당신이 <집 나온 남자들>을 보러 가신다면 초딩같은 세 남자의 슬랩스틱 개그와 묘한 개그의 대사, 그리고 녹용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면 녹용이 얼마나 효과적인 무기인지 새삼 깨닫게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집 나온 남자들>은 정말 예고편을 못 만든 대표적인 경우란 생각이 든다. 영화의 느낌을 거의 전달하지 못한 아쉬운 경우다.

★★★

*2010년4월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