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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크레이지(2010) - 진짜 무서운 존재

by 사과랑 2010. 4. 6.

감독: 브렉 에이즈너

주연: 티모시 올리펀트(데이빗 보안관), 라다 미첼(쥬디), 조 앤더슨(러셀 부보안관)

 

 영화 <크레이지>는 '조지 A로메로'감독의 1973년 작품인 <분노의 대결투>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한적한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 영화는 사람들이 점점 미쳐가고 그 와중에 정부가 개입해 한 마을 완전 봉쇄함으로써 탈출을 시도하는 영화입니다. 처음 마을 야구대회에서 모두 경기를 관람하는 중에 한 주민이 총기를 들고 나타나는데요. 보안관인 '데이빗'은 그를 저지하려다 결국 죽여버리고 맙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죠.

 문제는 이 이후부터 시작입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넋이 나간 상태가 되고, 근처 강에서 추락한 비행사와 비행기를 발견하게 되죠. '데이빗'은 점점 이상해지는 기운을 느끼기 시작하고 이 사건의 원인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그와 함께 정부도 슬슬 일을 시작합니다.

 

 '로메로'감독하면 먼저 떠오르는게 있습니다. 바로 '좀비'죠. '좀비'의 대부, 혹은 거장이라고 일컬을 만큼 '로메로'감독이 만든 좀비영화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공포를 잘 조명했는데요. 이번 영화에서는 좀비아닌 좀비들이 나옵니다.

 

 좀비란 일반적으로 죽은 후 걸어다니는 시체를 떠올리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죽기 전에 변화되죠. 좀비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구석이 있긴 한데, 좀비 못지 않은 공격성을 가지고 있죠. 다만 무기를 들고 싸우긴 하지만.

 원작인 <분노의 대결투>는 보지 못해서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보고 싶은 생각은 들더군요. 약간이나마 알아본 바에 의하면 원작에서도 좀비라고 하기엔 애매한 감염자들이 나오는 것 같더군요. 한마디로 리메이크 영화인 <크레이지>의 감염자들과 같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이래저래 따지긴 뭐하지만
좀비라고 하기엔 많이 애매합니다.
우선 이들은 생각하고 자기네들끼리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한적한 마을을 시작으로 점점 미쳐가는 인물 군상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미친 감염자(좀비 대신에 감염자가 더 어울릴 것 같네요.)도 피해야 하고 정부에서 나온 군인들도 피해야 합니다. 마을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아 보이죠.

 

 주인공들은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두 진영의 사이를 피해 마을 빠져나가려고 고군분투합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공포와 서스펜스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긴장감있는 편집과 어디에서 나올지 알 수 없는 감염자들은 이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공포영화로서는 합격점인 셈이죠.

 어차피 죽을 사람과 살 사람이 갈려있는 마당에 중요한 것은 관객들을 얼마나 긴장하게 만드느냐 인데, 이런 효과는 상당히 잘 살려낸 편입니다. 영화는 초반부터 긴장감 속에 몰아 넣지 않습니다. 기존 구도대로 초반의 긴장 이후 중반까지 궁금증을 자아내죠. 그러면서 서서히 내막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진짜 무서운 존재는 감염자가 아닌 바로 소리소문 없는 정부에 있습니다. 완벽하게 한 마을을 차단하고 가차없이 주민들을 살상하죠. 그들의 감염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들은 위성으로 철저히 감시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감염의 경로를 차단하고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적절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은폐하면서 차단하는 점에 있습니다. 군부의 실수로 인해 생긴 감염을 통신과 방송(이 영화에서는 헐리웃 영화에서 흔하게 나오던 리포터들이 안 나옵니다. 신기하죠.)을 차단하고 외부와 내부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합니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이라는 이름하에 국민의 알 권리를 박탈하는 셈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국가와 국민은 별개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소수의 지배층이 국민을 좌지우지 하니 말이죠. <그린존>을 보면 이라크인도 그렇고 미국을 위해 싸웠던 미국민들도 그렇고 한낱 정치 놀음에 아무 것도 모른 체 놀아났으니 말이죠.

 

 국가는 국민이 큰 사건을 알게 되면 대처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항상 큰 일을 불러들이죠. 소설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은 마지막 종말 가까이에 가서야 좀비라는 존재를 국민들에게 알립니다. 이미 국민들은 절반 이상이 좀비화 된 상황에서 말이죠. 국가의 행동은 국민이 철저히 대처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듭니다.

 

 결국 속편을 암시해도 좋을 듯한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 이 영화 또한 그렇죠. 만약 속편이 나온다면 아무것도 모른 체 또 한 마을의 주민들이 당하게 될테니 말이죠.

 

 원작은 '로메로'감독이 워낙 사회, 정치에 영화를 많이 활용한 탓도 있지만 70년대 베트남전과 총기난사 사건 등 군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시점에 그려진 영화입니다. 즉, 당시 이 영화는 군부에 대한 불신을 이야기한 영화인거죠.

 

 이 영화도 잘 만든 영화입니다. 하지만 감독은 원작의 그런 고발성보다는 좀 더 오락성에 치중한 터라 남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혹은 있었던 천안함 사건이나 광주 민주화 항쟁등이 오버랩되어 의미있게 다가오긴 했네요.

 

 이런 저런 것들을 빼고 순수하게 공포영화로서, 오락영화로서는 충분히 괜찮은 영화입니다. 섬뜩한 장면도 있으니 그것도 감안하고 본다면 말이죠.



<크레이지>의 원작인 <분노의 대결투> 예고편입니다.
예고편이지만 대충 내용은 알 듯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