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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데드라인>굿 바이, 브리트니 머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4. 7.


브리트니 머피의 마지막 작품

2009년12월20일, 32살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브리트니 머피. <데드라인>은 그녀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작업한 영화다. 당연히 영화의 화제성은 그녀의 유작이란 점이며, 다른 하나의 측면으로는 영화의 포스터가 그녀의 죽음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꺼리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포스터에 대한 부분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볼지, 아니면 상업적 이익을 위한 접근으로 볼지를 판단하기란 팩트가 너무 부족하기에 판단이 어렵다. 다만,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은 <데드라인>은 부족한 영화라는 점이었다.


고립된 저택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현상들

<데드라인>은 한 저택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현상에 대한 이야기다. 조용한 곳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 위해 외딴 저택에 온 앨리스(브리트니 머피). 공포의 시작은 '무엇인가 집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이 사람이 꾸민 일이냐, 아니면 유령이 만든 현상이냐는 의문은 문제의 출발점이었던 과거에 살았던 부부로 연결된다.

과거에 저택에서 살았던 루시와 데이빗 부부를 이야기의 핵심으로 끌어들여 앨리스와 연결시키기 위한 연결고리는 비디오테이프. 앨리스는 부부가 남긴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그들에게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하나씩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앨리스는 점점 루시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부부 사이에 일어났던 맹목적인 사랑의 집착으로 인한 파멸의 결과. 그 결과는 앨리스가 머무는 저택에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에 몇 가지 요소를 더해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앨리스가 심리적 불안감에 약을 복용하는 상태이며, 교도소에서 나온 그녀의 전남편이 그녀를 찾기 위해 추적 중이라는 사실. 이 사실들은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 가지 방향으로 가는게 아닌,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게끔 만들어 주는 요소들이었으며, 이 요소들은 이야기가 단순히 시각적 공포보다는 심리적인 공포를 주려고한 노력이었다.


초 중반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이후엔...

이런 노력 덕인지, 영화는 초 중반까지는 그럴듯한 공포 스릴러였다. 집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 인물을 집어넣는 과정도 괜찮았으며, 주인공의 상황설정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립된 집'과 '이 집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들을 과거로 연결한 방식은 꽤 마음에 들었덤 점이었다. 현재 일어나는 사실들을 과거의 일들과 연결시키주며 하나씩 힌트를 주는 고전적인 방식의 추리 스릴러적인 전개. 이 전개는 공포라는 측면에서는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심리적 불안감은 꽤 조성해주는 전개였다.

하지만 영화는 중반 이후 급격히 산만해진다. 과거의 사실에 복수를 집어넣는 전개에서 창의적인 상상을 하기 보다는, 과거의 전형성을 답보하는 모습을 보인다. 앨리스와 루시의 연결고리를 하나로 합하는 순간, 영화는 상상력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하면서 장점이었던 심리적 불안감은 사리지고, 그저 단순한 전개와 전형적인 해결로 치닫는다. 영화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가 까지는 그럴듯하게 전개했지만,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안 한 모습이었다.

꽤나 고전적인 서스펜스물의 느낌도 내며 그럴싸한 불안감을 조성해서 중반까지는 흥미로웠지만 마무리에서 완벽하게 난조를 보인 작품 <데드라인>. 나름대로의 반전적인 부분을 넣었지만, 이미 영화에 대한 흥미를 잃은 관객들이 반전이 어떻게 일어나든 큰 흥미를 보이긴 힘들다. 계속되는 집중 속에서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아닌, 지루하다는 느낌 후 드는 뒤통수는 반전이 아니라 가격이니까.


굿 바이, 브리트니 머피

<데드라인>은 상당히 저 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며(정말 돈을 쓸 부분을 찾기 힘들 정도다), 예산 정도에 맞는 스릴러적인 느낌은 어느 정도 낸 작품이라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브리트니 머피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영화라는 생각을 하면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 조금 더 근사하면서도, 멋진 작품으로 그녀의 마지막 연기를 보고팠지만, 그렇지 못한 점은 너무나 아쉽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브리트니 머피의 연기는 빛을 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지만, 표정부터 불안함을 보이며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다. 특히 오프닝에서의 마치 자신의 마지막 연기를 스스로 쳐다보는 듯 했던 표정은 너무나 인상적이라 잊기 힘들 것 같다.

<데드라인>은 영화 자체로는 추천할만한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그녀를 좋아했던 영화팬이라면 극장에서 그녀의 마지막 유작을 대하는 시간의 의미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그녀는 떠났지만, 그녀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영원히 남을 것이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굿 바이, 브리트니 머피.

*얼마 전에 본 <베스트셀러>와 <데드라인>은 '고립된 집'이라는 공간과 소설가 등의 직업 등 공통점이 꽤 많았다. 그래서인지 여러 면에서 오버랩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가 여러 장르를 혼용하면서 이야기를 확장시킨 경우라면, <데드라인>은 장르적인 틀을 벗어나진 않으며 기본 소재에 집중하는 경우였다. 거의 동시에 개봉하는 작품들이다 보니 문득 생각이 나서 적어보았다.

★★

*2010년4월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