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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악의 남자(2007, 손현희) _ 왜 최악이냐구? 몰라서 물어?

지난영화 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10.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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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악의 남자 흥행 실패원인 중심으로




광고회사 PD인 주연(염정아 분)과 출판사 직원인 성태(탁재훈 분)는 10년 지기 친구사이다. 어울리는 친구들 중에서 유일한 노처녀, 노총각으로 남겨진 그들은 따로 2차를 간다는 게 그만 실수로 다른 2차로 넘어가게 된다. 그것도 2번씩이나. 10년간 한번도 그런 일이 없다가 하필 10년째 연달아 2번씩 만취 사고를 내게 된 셈이다. 그렇게 결혼하고 황당 신혼여행 시츄에이션을 마친 다음날, 이번에도 약속이라도 한 듯 그들에게 각각 매력적인 직장 동료(신성록 분)와 S라인 상사(윤지민 분)가 동시에 나타난다. 결혼을 물릴 수도 없고, “나는 제기랄 결혼했다!”고 자기 최면도 걸어보지만, 이를 어쩌나. 그들은 결혼 전 꿈에 그리던 완벽한 이상형들인데...

 


이 영화는 <디워>와 <화려한 휴가>가 한국영화계의 구원투수 노릇을 하며 저울질하듯 2007년 한국영화 점유율을 한창 끌어 올려놓은 8월 끝자락에 개봉, 당시 대거 상영 예정이었던 외화 틈바구니 속에서도 예매율 10위권 안에 들었지만, 한국영화 비상(飛上)의 기세를 몰아가지 못 하고 영화 자체가 갖는 태생적 한계와 미약함 때문에 흥행 실패라는 쓴맛을 봐야 했다.


우선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는 이 영화는 카피 문구만 보면 대단히 흥미를 유발할 것 같지만, 피상적인 멜로 라인과 까메오 출연, 배우들의 애드리브에 기댄 코미디는 장르가 갖는 대중성을 활용하기에 역부족이었고, 개인적으로 ‘싱글즈’ 이후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 한국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갖게 했다.





<여선생 vs 여제자>에서 귀여운 푼수 여선생으로 코미디 연기 신고를 한 염정아와 재담꾼으로 임기응변에 강한 탁재훈을 전격 주연으로 내세우면서 캐스팅 자체는 화제성을 갖으며 주목을 끌었지만, ‘결혼한 다음날 완벽한 이상형을 만났다‘란 핵심 훅(hook)을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은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외면당한 근본적인 빌미를 제공한다. 10년 지기 친구사이가 술김의 대형사고로 결혼하게 된다는 초반 설정을 전제로써 생략하지 않은 채 작위적인 첫 발을 뗀 후 결혼한 다음날 또 다시 완벽한 이상형을 만난다는 연속의 억지 설정이 그냥 코미디로 받아들이기에는 적잖은 거부감이 들게 한다. 접이식 구성처럼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기획(?)이 눈에 띄는데,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각각 맞선을 보다 우연히 마주친다는 설정은 주연의 맞선남에 대한 탁월한 애드리브 같은 대사 “은사님”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민망할 뻔 했다.


더구나 감정이입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주연과 성태의 맞바람 상대들과의 관계 설정만 있을 뿐 감정선을 충실하게 드러내고 따라가지 않았기 때문인데, 상대 남녀들이 거의 덤벼드는 상황이라 불륜의 밀고 당기는 재미도 빠지면서 모든 관계들이 긴장감을 잃고 말았다. 거기다 미연(윤지민 분) 캐릭터의 모호함, 주연과 재훈(신성록 분)의 진부한 공항 이별, 까메오 신이의 노골적인 성적 멘트 등은 인물과 관계에 대한 고찰 없이 코미디 터치로 가볍게만 처리한다는 인상을 남긴다.


사실 결혼한 다음날은 아니어도 결혼하고 나서 완벽한 이상형을 만날 확률은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그저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는 기획 영화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반짝 에피소드들로 코미디의 허기를 채우려한 점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주연의 섹시 봉춤씬, 주연과 재훈의 뮤지컬씬, 김선아 신현준의 까메오 출연씬 등은 오히려 약한 코미디의 방증으로 보여진다.(그나마 김미려 출연씬은 주연의 캐릭터를 노출시켰고, 주연과 성태의 갈등선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현실에서 단초를 가져온 유머스런 상황에 기초했다면 억지 웃음도 허탈 웃음도 아닌, 더 실감나고 공감가는 다양한 웃음을 끌어냈으리라.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다 버릴 것만 있는 건 아니다.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채 이혼신고를 하러 가정법원에 찾아간 장면은 결혼식만 올리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우리네 결혼문화에 대한 허를 찌르며 부부간 커뮤니케이션 단절을 한 방에 비꼬기 충분했고, 친구인 정길(조희봉 분)이 주연과 성태, 재훈과 미연을 모두 불러 모은 장면은 의외성과 돌발성을 발휘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하지만, “나도 요즘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정길의 말처럼 신인 손현희 감독에게 영화 전반에 걸친 황당한 설정은 매끄럽게 풀어나가기엔 무리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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