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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사람을 찾습니다>역발상으로 접근한 계급사회에 대한 섬뜩한 고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6.


<사람을 찾습니다>는 제목처럼 사람을 찾는걸 다룬 내용이다.
그러나 일반적 의미의 실종된 사람을 찾는게 아닌 욕망의 대상을 찾는 영화로,자신을 폭력과 욕설로 학대하고 사육해주며 통제해주길 원하는 자가 그걸 행해줄 '사람'을 찾는 영화.

<사람을 찾습니다>는 개같은 취급을 받으며 사는 인간 '규남'과 개같은 취급을 해주는 인간'원영'을 통해 상당히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주는데,그것은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힘을 통해 길들이려고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을 뒤집어 해석하면서 도리어 '내가 길들이는게 아니라 길들여지는게 아닌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내가 시스템속에서 그런 행위를 하도록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굉장히 흥미로운 질문.


<사람을 찾습니다>는 도입부부터 상당히 강렬한 이미지를 관객에게 각인시킨다.'개새끼'를 연발하며 구타를 해대는 남자,그리고 계속 개줄에 묶인채 엎드려서 맞는 남자.그러다가 다음 장면에선 폭력을 행하던 남자가 여인에게 가서 섹스를 갈구한다.폭력과 섹스라는 인간본연의 욕망을 도입에서부터 보여줌으로 감독은 관객에게 상당한 긴장감을 요구하는 듯했다.이제부터 시작할 영화는 결코 만만한 전개가 아닐것이며,꽤나 치열하고 흥미로운 시간이 될것이라 말해주는 영상메시지같이...


영화는 크게 두가지 캐릭터를 보여준다.

하나는 사회시스템에 굉장히 적응을 잘하면서도 자기모순적이며 이율배반적 인간형인 원영.
그는 부동산 사장으로 성실히 일하면서 또한 성실하게 자신의 욕망을 해결한다.성실하게 가정을 유지하는 가장이지만,바람을 피우는 대상도 있으며,여고생과 연애도 한다.거기에 '스스로 성질 나는데 어떻게 참냐'면서 '규남'을 통해 대상이입을 시키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규남'은 원영의 이익에 반한 길 건너 부동산 노인네도 되는것이고,연락하지 말라는데 자꾸 찾아오는 여고생 '다예'도 된다.그러나 철저하게 사육하는 것에 맞게 먹을 것을 제공하며 '규남'의 주인으로서 군림하면서,인간으로서 개 '규남'을 너무나도 잘 사육한다고 생각하는 원영이다.

다른 하나의 캐릭터는 사회부적응인 듯 하지만 역설적으로 시스템에 순종하면서 굴복하는 캐릭터인 규남.
그는 스스로 개이길 원하며 개밥을 먹는다.그러나 반대로 그는 주인과의 관계를 스스로 통제하면서 '원영'이 주인으로서 행동을 하도록 만들며,비록 개취급 받는 규남이지만 그도 힘으로 제압한 대상에게 자신의 개밥을 먹이고 자신의 아래에 있음을 각인시킨다.강한자가 누구이고 주인이 누구인지 너무나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규남이다.


이런 두 캐릭터의 공존은 영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유지하지만 주인과 개의 관계가 깨어짐과 동시에 다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줌으로 이 관계가 얼마나 역설적이었는지 보여준다.영화에서 원영이 규남에게 항상 강조를 하는 대사속에 "눈빛"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눈빛은 약육강식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영화로 보여주면서 인간이 아닌 짐승들이 살아가는 오늘날의 현실로 대입된다.약해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단지 3500만원의 예산으로 15일 촬영만에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게 놀라운 이서 감독.그의 영화 <사람을 찾습니다>는 독립영화이기에 가능한 놀라운 발상과 전개,그리고 치열함을 보여주었다.그 치열함을 통해 나온 '규남'이란 캐릭터는 한국영화계에서 보기 드물고,또 관객이 보기 힘들게 만드는 캐릭터인데,'규남'이 던져준 파문은 나 자신에게도 상당한 무게감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 한 시점에서 만난 이 영화는 진주같은 영화라고 생각하며 어느 정도 사회적규범에 대한 일탈과 문제제기를 각오하고 영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신 분에게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다만 일탈이 주는 영상적 폭력의 강도가 상당한 수준이므로 그걸 감내할 자신이 없으시면 보지 마시길 바란다.나 자신은 때리는 자의 욕구가 아닌 맞는 자의 욕구가 해소된다는 발상을 사회적으로 연결한 시각이 마음에 들었지만,누구에게나 맞는 코드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09년12월17일 개봉



<사람을 찾습니다>언론시사회 상영전 이서 감독의 무대인사 장면.
언제나 느끼지만 인디스페이스는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동영상촬영이 언제나 아쉽다(내 휴대용 미니캠의 성능문제도 물론 무시 못할 수준이지만).이런 분위기로 인사했다 정도만 느끼라고 올려보는 거니 너무 퀄리티에 대한 불만을 가지시기 마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