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이란 영화를 처음 접한건 아마 지난주에 다른 영화를 보러갔다가 예고편을 접하면서이다.
예고편이 상당히 괜찮다는 느낌이 들면서 호스트등 영화소재를 다루는 모습등에서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화려한 세계를 통해 새로운 인생시작]이란 공식을 연상케 되었고,[밑바닥 인생의 조직가입을 통한 새로운 인생시작]같은 한시절 홍콩영화의 코드가 떠올랐다. 왠지 80년대말 홍콩느와르적인 어둡고 절망스러운 무엇인가를 나에게 던져주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그러나 <비상>은 내가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고 이 영화가 나에게 던져준 것은 정신세계의 구타였다.스크린을 통해 보여지는 이유없는 전개와 폭력에 정신세계가 구타당한 그런 느낌이다.
<비상>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영화로,전반부가 밑바닥에서 비상을 꿈꾸던 남자가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라면 후반부는 그 여자를 지키기위해서 화려한 호스트의 세계로 뛰어들어 달린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내가 이유없는 전개에 정신세계가 구타당한 느낌이라고 적은 이유는 <비상>은 상당히 끊어지는 흐름과 뜬금없는 전개등을 통해 관객을 피곤하게 만들어준 영화이기 때문이었다.크게 요약한 전반부와 후반부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안된 문제도 크지만 더욱 큰 문제는 전개를 하면서 하나씩 나오는 인물과 사건 그리고 결과들이 전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보고있노라면 TV미니시리즈의 추석이나 구정 특집 하이라이트를 보는 느낌?뚝뚝 끊어지는 전개와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연결,그리고 공감을 하기 힘든 행동들.총체적인 난국이란게 이런건가?
내가 평소에 TV를 거의 안보는 성격이라 <비상>을 통해 김범이란 사람을 배우로서 좀 더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는데,영화를 통해 내가 본 그의 모습은 안쓰럽다이다.비단 김범에게만 해당되는게 아니라 <비상>에 나온 다른 배우들에게도 궁금한 생각이 들었던게 영화속 인물들의 행동에 대해 공감대를 느꼈는지,아니 공감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개연성은 들었을까하는 점이다.원래 시나리오에서 대폭적으로 내용이 압축이 되어서 내가 이해나 공감을 못한건가,아니면 원래 이렇게 불편하게 만든건가?
서툴던 이야기 구조와 일방통행으로 진행하는 전개덕에 불편했던 영화 <비상>.
"지켜야할 사랑이 있습니다.제 목숨을 팔아서라도.."란 처절한 외침이 관객에게는 공염불처럼 들리던 이 영화에서 내가 본 유일한 좋은 점은 나름대로의 소재영역 확장뿐이었고 그외 모든점에서 황당스러움과 당혹감을 느꼈다.솔직한 심정으로 배우의 팬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 영화의 밑도 끝도 없는 전개는 영화자체에 애정을 많이 가지고 리뷰를 쓰자는 요즘의 날 너무나도 울적하게 만들었는데,박정훈감독이 시나리오 작업후 7년만에 만들어낸 영화를 너무 일방적으로 매도하는게 아닌가 하는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이 영화의 불편함이란 일반적 수준을 넘어섰다는게 아쉽다.
감독의 날개를 달고 비상하고픈 모습을 그려주고자 한 심정을 이해 못한건 아니지만,이렇게 대충 만들고 날려버리는건 너무 무모한거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언론시사회전에 영화사분이 <비상>의 등급이 18세관람가로 나와서 재심의를 신청하느라 영화개봉이 12월3일에서 12월10일로 미루어졌다고 했다.전혀 예상하지 못한 등급결정이라 당혹스럽다고 했는데,영화 보고나니 15세관람가 등급을 기대한 영화사가 더 당혹스러웠다.
주유소나 이마트주차장트서 펼쳐지던 폭력장면을 보면서 이건 영화적 상상력을 넘어서 영화적 전개에도 어느 정도의 객관성을 가져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이고 거기에 빈번한 음주,흡연,호스트빠등 클럽장면,심지어 폭력장면에 방망이나 스패너같은 연장들까지 등장해준다.이런데 등급을 15세 관람가로 기대한건가?
주연배우등의 상당한 팬층이 18세이하여서 흥행에 어떤 결과를 미칠지는 모르지만 어느정도 제작사등에서 제작과정속에서 등급에 미칠 요소들을 고려를 했어야 했다.나도 영등위의 고무줄같은 등급결정에 비판적인 사람인데 <비상>의 등급은 타당했다고 본다.
*2009년12월10일 개봉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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