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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영화리뷰

피의 책(2008) - 왜 만들었을까?

by 사과씨네 2009. 12. 8.

감독: 존 해리슨

주연: 조나스 암스트롱(사이몬 맥닐), 소피아 워드(메리)

 

'마리'교수는 '사이몬'이라는 제자와 함께 유령의 집에서 심령현상을 연구하며 글을 쓰기로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이몬'은 온 몸에 상처 투성이가 되고, '마리' 또한 이상체험을 겪게 되자 이번 실험은 포기하기로 한다. 하지만 알고보니 이 모든 것들이 '사이몬'의 사기행각임이 밝혀지고 모든 일을 접을려고 할 즈음에 '사이몬'은 거짓이 아닌 진실임을 밝히겠다고 유령의 방으로 혼자 들어간다.


<헬레이저>를 만든 '클라이브 바커'감독은 '핀헤드'라는 사상 초유의 괴물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이 '핀헤드'는 그 어떤 공포 캐릭터보다 무서운 존재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그러한 표현만큼 <헬레이저>는 지금까지 8편이 시리즈물로 나왔으며, 이번엔 리메이크까지 한다고한다.

 이 영화의 원작은 바로 이 '클라이브 바커'가 쓴 동명의 소설을 기초로 하고 있다. '피의 책'은 <헬레이저>로 유명해지기 전에 집필한 책인데 84년에 나온 단편 모음집이다.

 그 중에서 이 영화의 원작이면서 소설의 서문격에 해당하는 단편 소설 '피의 책'은 모든 소설의 시작이다. 서문이라 그런지 원작에서는 무서움보다는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형식이라 큰 사건이나 내용은 없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세 명이 겪게 되는 이야기인데, 영화에서는 이 간단한 내용에 앞 뒤로 살을 더 붙여서 이야기한다.

 따지고 보면 후반대를 제외하면 원작에는 없는 이야기이다. 물론 캐릭터나 그들이 생각하고 겪는 부분을 좀 더 설명조로 따지긴 하지만 진행흐름에는 크게 지장없는 내용들이다. 그래서 영화는 살을 덧붙임으로 더 지루해지고 더욱 설명적인 내용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소설에서 간단한 소개와 하나의 사건을 이야기로 끝을 맺지만 영화는 그렇게 하면 러닝타임의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에 더욱 느슨하게 풀면서 사건을 좀 더 늘린다. 그렇다고 이 사건들이 관객들을 무섭게 하거나 공포감에 젖게 하는 효과라고 보긴 힘들고, 다분히 후반부에 겪게 될 이야기의 부가설명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망령은 하이웨이를 가지고 있다고 앞부분과 뒷부분에 나레이션으로 읽는 것은 결국 이 영화가 가지는 함정. 즉, 스스로 설명하고자 함을 여실히 드러내놓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공포영화로서 본다면 이 영화는 10점 만점에 2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전체적인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가 한 몫 한다지만 밋밋한 캐릭터나 헐리웃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공포영화로서는 가장 큰 단점인 CG 남발로 제 몫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후반부를 위한 설명이 길긴 하지만 소설에서 나오는 캐릭터의 심리상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힘든 점을 제외시키고 있어서 왜 '메리'가 '사이몬'에게 육체적으로 탐닉하는지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얼핏 이야기는 해주지만 공감하기도 힘들고, 전체적으로 설득력도 부족해 이 영화가 가지는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딱히 원작 소설 자체가 어떤 묘미가 있는 소설도 아닌지라 다소 의아하다.

 

 그나마 이 영화의 장점은 원작에 살을 더 붙임으로서 망자, 즉 유령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탐욕을 그리고는 있지만 이 또한 크게 와 닿는 것도 아니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설득력이 부족해서 '사이몬'과 '메리'의 이해관계나 '메리'의 조수인 '플러'도 그다지 이해가 안된다. '사이몬'과 '메리'가 육체적으로 탐하고 서로 사랑으로 이어간다고 하지만 이러한 사랑이 원작에서 나온 단순한 젊음에 대한 사랑인지 아니면 유령의 집에 의한 섹스 탐닉인지. 사랑인지 아닌지도 잘 구분이 안되며, '플러'는 충분히 그만 둘 수 있음에도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남는다. 물론 '메리'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가 죽기까지의 과정이 이해보다는 '왜'라는 질문이 더 크게 다가온다.

 

 결국 소설에도 없는 섹스 장면은 러닝타임만 더 늘이고, 영화의 흐름만 짤라버리는데 일조하는 이 영화는 왜 만들었는지 의문만 가지게 하는 영화다.

 

 차라리 엄청 무섭거나 <X파일>처럼 기이한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말이다. 80년도에 나온 책이라 이제는 무서움을 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이 소설을 영화화하려면 적어도 시대적 변화를 생각하고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처럼 내용을 버리면 적어도 시각적으로 승부하는게 좋았을 뻔했다.